구성원 하나로 만들어 줄 ‘철학’ 필요

■개교 60주년 특별기획

2012-05-22     신원경 기자

단순 구호 아닌 우리 대학 대표하는 상징 부재…“우리 대학 근본, ‘진득히’ 고민해야”

우리 대학의 상징인 용봉탑.

“콘텐츠가 없다. 우리 대학이 5·18의 진원지이자, 민주화의 성지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그 내용도 ‘박제화’ 되어 있다.”  

우리 대학 사범대 ㄱ 교수의 말이다. 우리 대학에 과연 구성원을 하나로 만들 기치가 존재하는가? 또한 우리 대학을 상징할 만한 것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것을 고민으로 앞으로 우리 대학이 가져야 할 철학적 물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엮은이

‘진리, 창조, 봉사’, 단순 구호로 자리 잡아
우리 대학 구성원이면서 우리 대학 교시에 크게 관심을 두는 이는 많이 없다. 우리 대학 교시는 ‘진리, 창조, 봉사’다. 이는 “우리 대학의 교육 목표가 대학 본연의 사명인 진리의 탐구, 전통문화의 계승과 새로운 문화의 창조, 지역사회개발을 위한 선도적인 봉사에 있음을 뜻한다.”

교시는 우리 대학의 창학 이념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우리 대학의 창학 이념은 “전문 학술에 관한 심오한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연구하는 동시에 인격을 도야하며, 인류와 국가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좋은 말이다. 진리를 탐구하고 문화를 창조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것. 하지만 경영대 학생 ㄴ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대학 교시에 크게 의미를 부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언어철학’ 수업에서 노양진 교수(철학·언어철학)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 대학 내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만한 가치가 존재하는가?”

그때 꽤나 큰 충격을 ‘남몰래’ 받았었다.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공유하는 가치가 없었다.

미국의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은 “함께 세계를 변화”라는 기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The World is our classroom(세계가 우리의 교실)”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외친다. 그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도, 실제 그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도, 졸업한 선배도 모두 그 기치로 통합된다. 대학에서 설정한 가치를 우선으로 삼으며 그 철학에 맞는 프로그램과 지론들을 펼친다. 실제 다트머스 대학은 2, 3학년의 경우 대부분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영어 이외의 제2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주요 학사 과정으로 세워 놓고 있다.

요즘말로 ‘글로벌’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트머스 대학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 대학의 ‘일관성’에 주목했다. 대학은 각자 대학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 대학만의 철학은 후세대와 소통, 공감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으며 우리 대학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표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 해 쓰이고 버려지는 ‘엠블럼’  

▲ 개교 60주년 기념 엠블럼.

개교 60주년 엠블럼이 개교 60주년을 맞아 만들어졌다. 그 전에도 우리 대학에는 엠블럼이 있었다. 45주년을 기념하는, 50주년을 기념하는, 55주년을 기념하는 엠블럼도 있었다. 이러한 엠블럼들은 보통 그 해를 기념하고 다음해에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2001년 우리 대학 캐릭터 ‘용비’와 ‘봉비’도 생겨났다.

우리 대학은 “전남대를 상징하는 ‘용’과 ‘봉’의 이미지를 살려 매 해 공통적인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다”며 “또한 본래 엠블럼이라는 것이 그 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 해가 지나면 사료로 보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세진 씨(경제학·09)는 “왜 용과 봉이 우리 대학의 상징인지를 잘 알지 못하겠고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캐릭터인지도 잘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진리, 창조, 봉사나 캐릭터, 엠블럼 모두 우리 대학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장치는 아닌 것 같다”며 “누구나 말하는 그런 것 말고 우리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목표 등이 있으면 구성원간의 동질감도 생길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처럼 우리 대학의 기치가 구성원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것을 사범대 ㄱ 교수는 “철학과 콘텐츠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황혜인 씨(영어영문학·09)는 “모든 상징물에 우리 대학만의 가치를 이을 수 있는 연결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이유, 철학이 부재한 이유, 우리의 숭고한 5·18 정신을 상징화할 콘텐츠가 부재한 이유, 뭘까? ‘진득한’ 고민의 부재가 아닐까? 우리 대학만의 가치를 정립하는 것은 어렵지만 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개교 60주년을 맞은 우리 대학이 ‘백년대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