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희망 주는 세상 만들겠다”
■전국 대학언론인 대선후보를 만나다 <1> 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추진 공약…“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겠다”
블라인드 채용제, 지역할당제로 지역대 차별 해소 약속
“청춘은 아프다. 젊은 사람들의 감수성으로 봤을 때 이 세상은 온통 부조리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분노하고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이 젊은 시기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괜찮아, 남들도 다 함께 겪는 거야, 열심히 하면 다 잘해낼 수 있어, 지금 어렵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다 잘 될 거야’라고 스스로를 격려해 달라.”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만났다. 대학언론인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문 후보는 청년 일자리 보장, 반값 등록금 시행, 국립대활성화를 약속했다. 타운홀 미팅에는 총 100여 곳의 대학 언론사가 참여했으며 약 400명의 대학 언론인들이 참석했다. 대학 언론인들의 질문으로 문 후보와의 미팅은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일자리, 서민 소득 늘리겠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오히려 어렵게 만든 것 같아 기성세대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세상이 어려워진 이유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다. 과거 유신시대에 우리는 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그래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은 분명했다. 그런 독재가 사라지고 민주화가 이루어졌는데도 세상은 여전히 억압적이다. 지금은 그 억압이 너무나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 MB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부 공권력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많이 했다. 또 하나는 일자리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일자리가 없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 일자리가 350만개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일자리가 50만개 줄었다. 이제는 성장해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거 성장 방식이 통하지 않는데도, 우리 정부는 옛 성장방식을 그대로 고수해 왔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 일자리와 성장의 선순환. 과거처럼 재벌 대기업에 국가의 모든 자본들을 밀어주는 정책이 아닌 중산·서민층들의 소득을 높이는 방법, 그 방법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는 늘 경제 민주화를 말한다. 경제민주화는 일자리를 늘리기, 서민 소득 늘리기와 같은 말이다.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 추진”
Q: 상대평가에 근거해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대학의 기업식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대학생의 피해는 너무도 자명하다. 문 후보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교양과목이 축소되는 등 학생들이 입게 되는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말해 달라.
A: 대학 수에 비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에 점점 대학의 정리, 특히 부실 사립대학의 정리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국공립대학의 비율이 80%, 사립대 비율이 20%인데, 우리는 그 반대다. 학생 수로 따져도 국공립대학생 수가 30% 남짓이다. 바로 이런 부분을 바꿔나가야 한다. 부실 사립대학을 구조조정 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아플 수 있지만 점차 국공립대학으로 전환해 나간다면 대학을 정상화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입시 부담도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내 정책 공약이 거점국립대학부터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선발 기준에 의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공동학위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방거점국립대도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고, 지방대학생들이 굳이 서울까지 와서 입학하지 않아도 되는 건전한 상황이 발생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교양과목 수와 교수를 줄이는 일종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고, 지원해 나간다면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등록금 절반, 국공립대를 시작으로 정부가 지원하겠다”
Q: 등록금 인하 후 수업 일수 감축, 비정규직 강사 해고 등 일부 꼼수를 부리는 대학이 있다. 건국대의 경우 등록금이 약 10만 원 정도 낮춰진 후 기초교양 학점이 올랐고, 교양강의 37개 감소, 겸임교원 77명 감소, 시간강사 충원이 늘어 전체적으로 51명 교원이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렇게 교육서비스의 질이 눈에 띄게 낮아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A: 우리가 말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고, 나머지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반값등록금이 이런 것인데, MB정부가 학생들의 요구를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 없이 대학당국에게 등록금을 낮출 것을 요구하니까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동결 또는 낮추게 된 것이다. 때문에 등록금은 낮아졌지만 교육의 질이나 서비스가 못해진 것은 당연하다. 내 정책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등록금 부담률을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국공립대 등록금의 학생 부담을 낮추고, 나머지 절반은 국가의 지원으로 해결하겠다. 다음에는 사립대까지 일반화하겠다. 물론 부실사립대의 경영문제, 사립대의 방만한 예산 응용문제, 교육목적과 상관없는 적립금 문제 등과 국가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연계하겠다.
“국립대 법인화 바람직하지 않다”
Q: 서울대를 시작으로 많은 국공립대가 법인화 추진 과정에 놓여있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총장직선제가 폐지됐다. 이에 대한 문 후보의 생각은?
A: 우선 대학의 법인화가 논의되게 된 배경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화를 위한다는, 일종의 경쟁자유주의, 신자유적 교육정책의 풍토 속에서 마련된 것이다. 지금은 그에 대한 반성이 지배적이다. 대학의 공공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법인화라는 것은 앞서 말한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와 대치된다. 각 대학들이 법인화를 말한다면 통합네트워크는 불가능하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국립대라는 개념으로 전환시켜 나가야하는 것이므로, 개별 대학을 법인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대 법인화법도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당시 여당에 의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통과됐다. 법인화가 추진되는 것은 일체 중단돼야 한다. 서울대 법인화법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제, 지역할당제로 지역대 차별 해소
Q: 대학이라는 기관을 정점으로 재생산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차별과 기회균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대학 교육을 위해 정부가 대학에 지원을 하는데 큰 차등이 있다. 때문에 서울 국립대와 지방의 국립대, 그리고 국립대와 사립대 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지방에 있는 국립대보다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 지방의 사립대는 더 형편없다. 그러니 앞서 말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다 쓰지 않고 적립하는 것이다. 적립금이 엄청나게 쌓여있는데 그것으로 어떤 대학은 호텔을 운영하기도 한다. 왜 현재 재학생들에게 쓰지 않고 적립했다가 먼 나중에 사용하는가. 정의롭지 못하다. 그때그때 학생들의 등록금을 써야한다.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방대가 자꾸 뒤떨어지는 이유는 취업의 기회가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부족하지만 지방대의 일자리가 유독 부족하다. 블라인드 채용제를 공약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표준 이력서제도를 확대할 생각이다. 이력서 상에 출신학교 등 차별적인 요소가 일체 기재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오로지 학생의 실력에 따라 평가되고 경쟁하게 하는 것이다. 채용면접을 할 때 학력, 출신지역, 집안 배경 등을 일체 기재하지 않게 하겠다. KBS 정연주 전 사장이 블라인드제를 시행하고 나서 소위 ‘SKY’ 학생들의 합격·채용비율이 30%밑으로 떨어지고, 그만큼 비명문대와 지방대 학생들이 늘어나 전남대 출신자가 가장 많이 뽑히는 사례가 있었다. 또 지방 공무원, 지방에 소재하는 공기업, 공공기관이 직원을 채용할 때 그 지방에 있는 대학들에게 일정 부분을 할당하는 지방대학출신지역할당제를 시행한다면 지방대에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지방대 학생이 여러 가지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시민고용할당제 도입
Q: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직이나 계약직을 늘리는 단기적인 대책들을 세워왔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 문 후보는 역대 정부와 어떻게 다르고, 다른 대선 후보들과 어떤 차별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인 답변 부탁한다.
A: MB정부가 해마다 많은 재정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늘렸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정규직은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이는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복잡한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안으로 일자리 지원 요청을 해야 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법정 근로시간 30시간을 준수하게만 해도 무려 7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현재 전체 노동자들의 60%정도가 비정규직인데, 이런 일자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공기관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기업들의 경우에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시민고용할당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300개 이상의 대기업들이 종업원 채용 때마다 전체 종업원의 30%이상을 시민들로 채용하도록 옹호하고, 준수하면 정부가 그에 대한 고용촉진추진금을 지급함으로써 취업률을 올릴 수 있다.
“최저임금,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Q: 얼마 전 최저임금을 7,000원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보다 50% 인상된 금액이다. 50% 올린다는 것이 가능한지, 그에 대한 부작용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묻고 싶다.
A: 단숨에 7,000원으로 올리겠다는 것 아니다. 현재 최저임금 개정법안을 대표 발의해 놓은 상태다.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최저 임금을 정하는 방법이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서 합의하는 방식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최저임금이 해마다 10%인상, MB정부에서는 거의 동결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최저임금을 결정해서는 안 되고, 아예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인 1/2로 지정해놓으면 된다. 이것이 OECD가 하고 있는 국제적인 방법이다. 대통령 당선 후 임기가 끝나는 시기에 최저임금 수준이 해마다 단계적으로 올라 7,000원 수준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전체로 보면 최저임금으로 소득 능력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중추기업들도 활성화돼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10%씩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을 기업들이 “못한다” 주장했지만 우리 경제는 다 감당했다. 이런 인상 방식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계획을 잘 세우면 문제없을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약 200만 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부의 근로 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 돼야 할 것이다. 감독의 사각지대를 감독하는 특별 관리감독을 대대적으로 확보해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들이 생기지 않게끔 국가가 잘 해나갈 계획이다.
“안철수, 단일화 위해 민주통합당에 입당해야”
단일화는 정권 교체를 위해 꼭 필요하다. 국민들 염원이기도 하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나와 안철수 후보 간의 경쟁에 대해 염려 하는 목소리가 있다. ‘경쟁이 격화돼서 혹시 단일화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들이다. 그런데 단일화 할 때까지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경쟁이 나쁜 경쟁이 아닌 서로의 장점을 주장하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경쟁이면 문제없는 것이다. 지금 안 후보와 나는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서로 자신의 강점을 주장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는 정책 분야에 대해 각자의 강점을 주장해 나갈 것이다. 그러다 필요한 시기가 되면 단일화 할 수 있다. 안 후보와 내가 단일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가 후보 단일화를 할 뿐만 아니라 선거를 치를 때도 함께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해 나가고, 정권 교체를 이루고 난 이후에도 함께 개혁을 이루어 내는 세력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당 속에 함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정당의 혁신, 오랫동안 국민들이 바라왔고, 많은 분들이 요구 해왔다. 그러나 정당을 혁신해 나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안 후보가 지지 세력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나와 함께 손잡고 정당을 혁신해 나간다면 민주통합당, 제대로 혁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국 교수가 제안한 정당혁신공동위원회 구성 후 정당 혁신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그것을 민주통합당이 실행해 가는 방안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 측이 동의해 준다면 정당 혁신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싶다.
“박근혜, 경제민주화 진정성 나와 다르다”
Q: 박근혜 후보보다 본인이 더 나은 점은 무엇인가?
A: 살아온 삶이 다르다. 박 후보는 평생 특권 속에 살았다. 공주라고 불릴 만하다. 경제 민주화, 서민들을 위한 인생, 말해줘도 알 수 없다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적 가난을 겪었다. 변호사 시절에는 서민들과 함께 삶을 살았다. 우리나라 민주화에 있어 박 후보는 손톱만큼도 기여한 것 없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적으로 다르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경제 민주화 말해도 이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반에서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 없이는 경제 민주화도 불가능하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똑같이 말해도 그 진정성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의지는 완전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정권교체, 정치개혁”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정권교체다. 단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가 아예 달라져야 한다. 정치개혁 하겠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국민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배려하지 못했고,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못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고통을 함께 고민해주는 정치를 하겠다. 경제 성장, 경제 발전의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못하고, 소수에게만 편중이 되다보니 경제가 발전·신장돼도 국민들은 살기 힘들었다. 경제 정책의 궁극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요즘 유럽의 재정위기를 보고 있다. 그러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끄떡없이 성장하는 곳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다. 독일은 경제가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나누어 위기를 극복했다. 오히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복지 정책은 정치인들이 만들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복지 정책이 마련된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젊은이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한다. 학교마다 정당위원회도 있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게 되면, 정당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한다. 정치개혁과 경제 민주화, 복지국가, 정권 교체, 정치 교체, 시대 교체 전부 젊은이들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