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위한 수단보다, 대학 본연 역할 충실한 교육의 장으로

■100주년을 바라보며 대학의 미래를 그리다 ㊥ 학생 특별 좌담회

2022-05-15     진행·정리 장정환 기자, 사진 김우현 기자

대학 미래 주제로 의견 교환
“서울 명문대 졸업장이 좋은 일자리 향하는 수단으로 변질”… 열등감 극복 강조 세태
“학문 동향에 맞게 강의 신설돼야”
중학교에도 대학 홍보해 전남대 매력 널리 알렸으면
구성원들의 권리도 보장하는 건강한 대학으로 나아가길

<전대신문>이 지난 6일 5·18광장(봉지)에서 ‘우리 대학의 미래, 이대로 괜찮을까?’를 주제로 학생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거리두기가 끝나기 무섭게 모집한 좌담회에 각자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재호 씨(사회학과 석사과정), 사회과학연합동아리 ‘ALDA’의 학회원인 박시연 씨(사회·19), 재학생 신규식 씨(문화인류고고·19), 용봉교지편집장인 이형호 씨(사회·17), 사범대학 학생회장 정윤중 씨(교육·18)가 그 주인공이다.

학생들을 사로잡는 우리 대학의 강점은?

이형호 씨(사회·17)

이형호(이): 지난 설문에서 저렴한 등록금이 강점으로 선택된 것에 공감한다. 사회가 급변하는 와중에도 우리 대학은 몇 년간 등록금을 동결하여, 학생들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있다. 지역거점국립대학교로서 우수한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인재를 양성해서 사회에 배출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윤중(정): 적은 등록금과 더불어 장학지원제도도 우수하다. 국가장학금 이외에도 학교에서 진리·도전·창조장학금을 지원하여,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노력을 보상해준다. 그리고 우리 대학은 다양한 학과와 단과대가 있다. 특히 사범대에는 전국에 몇 없는 음악교육과가 있다. 이는 우리 대학이 넓은 교육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학구열을 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박시연(박) : 학생·교수가 연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대학의 노력이 돋보인다. 최근 다른 대학에서 우리 대학으로 학사과정을 준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커리큘럼과 연구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대학의 노력에 자부심을 느꼈다.

조재호(조): 훌륭한 교수가 많은 것이 강점이다. 교수님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면서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대학의 학위는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 대학은 학위 습득이 어려운 편이라, 교사들 사이에서는 우리 대학의 학위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신규식(신): 학생들이 공부하며 휴식과 마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조경이 잘 되어 있다. 학교 중심에 잔디밭이 있는 대학이 별로 없는데, 우리 대학에는 학생과 지역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민주길을 조성하여 외부인들에게 전남대학교를 알리는 등 민주화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 중이다.

반면, 우리 대학이 가진 약점은 무엇인가?

박시연 씨(사회·19)

이: 대형강의가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지 의문이다. 대형강의는 많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교육의 혜택이 적어진다. 학생 모두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형강의의 수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그만큼 전문적인 소형 강의의 수를 많이 늘려 학생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장려하고, 진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역량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 지난 설문에서 학생들이 ‘취업 및 창업 지원제도’를 약점으로 응답했는데, 이는 정보력과 홍보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해도 학생들이 알지 못하면 누릴 수 없다. 따라서 대학은 홍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강의의 경직도가 높은 것이 약점이다. 몇몇 교수님이 과거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경우가 그것이다. 최근 학문 동향을 파악하고 흐름에 맞는 강의가 신설되는 것이 중요하다.

조: 최근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관심이 커지다 보니, 우리 대학의 취업 및 창업 제도에 대한 불만도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학 내 취업 센터의 역할에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내면에 잠재된 열등감을 언급하고 싶다. 수도권으로 진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이러한 응답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신: 동문 특강을 보면 다수의 학생이 원하는 공기업·공무원 계열의 사람을 부르는 경향이 있다. 학생의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을 초청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 또한 시설 보수를 요구하거나 자치 행사의 협조를 요청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모호한 답변을 하는 대학 측의 ‘늦장행정’도 문제다. 학생의 애로사항을 대학 본부에서 원활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 대학의 한 걸음이라 생각한다.

우리 대학이 직면한 위기는 무엇일까?

정윤중 씨(교육·18)

정: 대학에 정치적인 이미지가 쌓이고 신천지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서 생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지적하고 싶다. 대학은 학생들의 사고력을 확장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정치·종교적인 입장을 주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계속된다면, 대학은 특정 사람들만 모이는 곳으로 단정될 수 있다.

박: 수도권 명문대 졸업장을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한 입장권으로 생각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는 대학 졸업장이 취업에도 영향을 주므로,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수록 지역에 사람이 적어지고, 대학은 지역사회의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할 것이다.

이: 지방 청년 유출은 더 이상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위기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지방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들어오지 않고, 결국 지방의 취업환경이 열악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청년의 지역 기피 문제가 심화돼, 지방에 위치한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거시적인 문제이므로, 국가와 지자체 등 여러 주체들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 ‘수도권에 가서 성공해야 상류층이 될 수 있다’는 통념이 짙어지면서, 수도권을 무작정 선호하는 패러다임이 사회에 만연하다. 이에 따라 지방에 머무는 것은 상류층이 못 된다는 열등감으로 이어져 어떻게든 수도권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력 광주’를 표명하며 여러 교육 정책을 내놓는 교육직 종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의 자식들은 수도권으로 보내길 바라면서 ‘탈광주’를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대학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지역 대학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규식 씨(문화인류고고·19)

정: 학생자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다양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 학교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는 학교발전·휴식 공간 확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우수한 신입생이 우리 대학을 오고 싶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외에도 중학생에게 대학교를 홍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삼성드림클래스’같은 대학생 멘토의 기회를 늘린다면 중학생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면서 우리 대학의 매력을 직접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학은 취업의 발판이 아니라 학문을 배우는 것이 기본이다.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역거점국립대학인 우리 대학이 지역에서 학문적으로 이바지할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흔히 대학 선전으로 좋은 아웃풋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웃풋은 기본에 충실하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학문연구 등 교육에 집중해서 대학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 대학 경쟁력의 전제조건이다.

신: 지역만의 독특한 상생 방법을 생각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기업과 협업, 학생멘토링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준비해 광주만의 지역성을 강조하자. 대학과 지역이 함께 연합하여 성과를 이룰 수 있다면, 수도권 유수의 대학 못지않은 대학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쟁력 강화 이전에 대학 구성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마루 앞에서 천막 농성하는 비정규직 교수는 고용불안과 퇴직금을 못 받는 부당한 위치에 서 있다. 작년에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직원이 해고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대학이 이를 인지하고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야 비로소 건강한 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 취업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사범대를 보면 매년 임용합격자의 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사범대학은 좋은 교사를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지, 단순히 교사 자체가 되기 위한 발판이 아니다. 현재의 대학 목표가 학생들의 취업률에만 몰두하여 학생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한다면 경쟁력은 자연스레 생길 것이다.

우리 대학은 30년 후 100주년을 맞이한다. 100주년의 전남대학교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조재호 씨(사회학과 석사과정)

이: 대학 구성원의 지위와 권리가 보장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우리 대학은 5·18의 최초발상지로, 자유와 권리를 성취하기 위해 투쟁한 역사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비정규직 교수가 부당함을 주장하고 성폭력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했다. 이를 시정하지 않고서 우리 대학이 감히 과거 5·18을 계승하고,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있는가. 대학의 연구성과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대학 구성원들의 행복한 일상이 선행되어야 한다.

신: 학생이 주체가 되어 대학의 변화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대학 문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건의하여 시정해야 하고, 대학은 학생의 자치활동·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번 총학생회는 후보자의 부재로 성립하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관심을 가져 목소리를 모으고 행동하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박: 대학은 취업시장에 얽매이기보단, 학생들의 학문연구를 장려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가 함께 연구하는 모임을 장려하고, 연구 작품 제작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정: 신천지 관련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우리 대학의 미래를 보고 싶다. 지인이 대운동장에서 설문조사를 하는데, 할머니에게 ‘신천지’라며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신천지가 학생·지역민의 단합을 방해하는 현실이 씁쓸했다. 그리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회상할 때 ‘좋은 추억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조: 5·18광장 같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론장이 되길 원한다. 많은 학생이 취업과 삶에 찌들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개방된 공간으로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하길 바란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고민이 해결될 수 있다. 대학교가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