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미래 위해 노력할 인재 배출에 힘쓰겠다”

■100주년을 바라보며 대학의 미래를 그리다 ㊦ 취임 2년 정성택 총장 특별 인터뷰

2022-06-07     글 장정환 기자, 사진 박채린 기자

청년 인구 감소, “대학·지자체·정부·산업계 협력해야”
‘캠퍼스 혁신파크’ 선정, 새로운 직업 만드는 ‘창직’ 기대
학생처 학생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 주기 관리
질 높은 교육 위해 대학 자율성 보장돼야…시스템 구축 총장 할 일
학생회 부재와 무관심 우려…“학생모임 활성화 적극적으로 지원”
학문 생태계 다양한 전남대, 학생 자부심 갖길

<전대신문>은 지난 2번의 기획을 통해 학생들이 바라본 ‘우리 대학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부인 재학생 인식조사에서 재학생 206명의 응답을 토대로 우리 대학의 강점(등록금)과 약점(취업 및 창업 지원 제도)을 확인하고, 대학이 처한 위기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지역기업과 협업 관계 구축)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2부 학생 특별 좌담회에서는 우리 대학 학생 5명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과 구체적인 방안(대학 구성원의 권리 보장, 학생과 교수가 함께하는 모임 장려 등)을 제시했다. 기획의 마지막으로 정성택 총장을 만났다. 취임 이후 3학기를 보낸 지금, 정 총장은 “학문적 자율성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겠다”며 무궁무진한 전남대학교의 미래 모습을 점쳤다.

Q. 전남대의 70번째 개교기념일이다.

“지난 70년간 교육을 통해 미래인재를 육성하고, 끊임없는 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노력한 전남대학교(전남대)에 무한한 축하를 해주고 싶다. 올해 70주년은 단순히 학교의 역사와 번영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이라 본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거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찾아 다가올 미래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원년으로 여기고자 한다.

우리 대학은 1952년 한국 전란 중에 출범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지역민들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인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일제로부터 돌려받은 적산(敵産)을 개인이 나누어 가지지 않고, 인재 양성에 투자하자고 합의했다. 이것이 우리 대학의 유전자가 됐다. 7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이러한 전남대의 내력을 알고, 대학 창립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Q. 지난 2번의 기획을 통해 학생들은 대학의 위기를 환기하고,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보았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생의 고민이나 역할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1980년대에는 10명 중 2명 정도만 고등교육을 받아 전문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시대적 사명과 기본권 신장에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라도 원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취업을 위한 경쟁 등 일상적인 고민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문 지식에 대한 든든한 교육뿐 아니라 때로는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고향 같은 학교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설문조사와 좌담회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학생들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었다. 공동체의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러한 능력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대학만의 유전자를 잘 전수받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훌륭하게 자라준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Q. 학생들은 광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지역의 취업 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지역의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한국사회 공통의 문제가 됐다. 대학의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학·지자체·정부·산업계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이 기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짜야 한다. 산업체의 지방 이전에 과감한 특혜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인문학, 순수과학 등 취업수요가 낮은 학문까지 포용해 교육·연구하는 국립대학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는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방대학이 외면당하는 것은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다. 지역사회 전체를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가 전남대, 조선대 등과 함께 지방대학의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대학발전협의회’를 발족한 것도 좋은 사례이다.

대학들은 미래인재 육성이라는 본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장벽을 낮추고 여러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수도권 대학이나 외국 대학의 수업을 들여오기도 하고, 반대로 본교의 우수한 교육자원도 공유해야 한다.”

Q.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주변 기업과 협업 관계 구축’을 바라는 학생이 많다. 우리 대학이 주변 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있는가?

“대학이 일률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학과 간 연계뿐 아니라 다른 대학, 산업계와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채로운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이 필요로 하거나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전문교육, 맞춤형 교육을 비롯해 유연성을 가진 비교과과정을 탄력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와 주변 기관과의 협력은 대단히 폭넓고 다양하다. 대표적인 협력 사업이 ‘지역혁신플랫폼’이다. 우리 대학의 주도 아래, 지역 내 15개 대학과 신산업 중심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설했다. 이를 통해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의 강점이 두드러진 교과목을 활성화하고, 지역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수요를 만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난해 전남대가 선정된 ‘캠퍼스 혁신파크’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대학·지자체·산업계가 힘을 합쳐 캠퍼스 내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이곳에서 창업은 물론이고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까지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실패하고 재도전할 수 있다. 교수님들뿐 아니라 현장경험이 풍부한 산업체 근로자까지 원스톱으로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도약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모아진다.

또한 우리 대학은 인공지능과 전공 분야를 융합한 교육과정인 마이크로 디그리 인정, 학점인정범위 확대 등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와 지방, 산업계와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시대를 이끌 리더를 육성하는데 힘쓰겠다.”

Q. 학생들은 30년 후의 전남대학교가 ‘질 높은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연구성과를 증진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의 자율성은 정치적 외압이나 외부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의지가 허락하는 대로 인류 공통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은 교수에게 권위를 부여하여 자율성을 인정해주었고, 교수들은 윤리적 직업의식을 토대로 연구하고 학생들을 이끄는 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학 평가에 따라 재원을 차등 지급하고 있어, 대학이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교수들은 연구비를 따기 위해 정치적인 세력에 개입하고, 대학 평가를 높이는 데 열중하여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이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교수들은 외부 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학문과 연구에 열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고등교육 국립대학법을 제정하려 노력 중이다. 반값등록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재원을 확보하여 양질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의 전남대학교는 안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연구할 수 있고, 학문적 자율성이 보장되고,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지닌 대학이 될 것이다. 한두 개의 프로그램으론 불가능한 것이 인재 양성이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Q. 학생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취업과 창업, 나아가 창직에 대한 고민은 학생들의 일상이자 난제라는 점에 공감한다. 이를 도와주기 위해 융합인재교육원 등에서 운영하던 취업지원을 학생처 산하 ‘취업지원실’로 통합했다. 또한 학생처는 학생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주기를 관리하고, 취업은 취업지원실이, 교육은 교육혁신본부를 통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광주·전남은 상장기업이 30여개 수준으로, 취업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케어링 브릿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에 가면 진료를 받기 전에 다양한 검사와 문진으로 어떤 진료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처치를 받아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저학년생에게 다양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해 맞춤 진로상담과 심리 상담, 비교과 활동 추천 등을 진단해주는 시스템이 ‘케어링 브릿지’ 사업이다. 일종의 개인 차트를 만들어 전산화함으로써 학생이 군대나 유학을 다녀오거나, 상담자가 바뀌더라도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취업 피드백을 일관성 있게 제공받을 수 있게 해준다.”

Q. 대학 내 학생자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번 총학생회는 후보의 부재로 성사되지 못했다. 학생자치가 실현되지 못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쉽게 생각한다. 학생자치는 학생의 고민을 가장 잘 공감해줄 수 있는 조직이다.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시간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앞으로 더 큰 문제를 만나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훈련과정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연대와 협업의 소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생자치인데,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

대신 학생자치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생모임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학생 개개인의 가치나 개성이 매우 다양해진 만큼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 등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이 폭넓게 공유돼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체험하기 위해, 학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학생모임이 많아지는 것도 좋겠다. 대학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Q. 지역거점국립대학교인 우리 대학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대학은 무려 110개가 넘는 학과(부)를 가지고 있을 만큼 다양한 학문 생태계를 자랑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 의식과 창의성을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앞으로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당당하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적 다양성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대학 서열을 높이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양적으로 연구실적을 늘리고, 취업률이 높은 학과만 살리면 된다. 유망하거나 취업에 유리한 소수학과만 남기면 성과를 더 빨리 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본질인 교육과 연구를 활성화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리더를 기르기 위해서는 학문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 특히 거점국립대학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서열 지표에 현혹되지 않고 주어진 사명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학생들도 학문 생태계가 다양한 전남대학교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Q.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이 우리 대학의 인재상이다. 이는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서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는 전문가로서 실력을 갖춰야 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대인들은 자유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매스미디어나 여러 매체가 유도하는 대로 삶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지성과 지혜를 가진 자유롭고 당당한 전남대인은 시대가 이끄는 대로 살아가기보다, 세상에 고민할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리더로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Q. 100주년의 전남대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우리 대학의 교시는 진리·창조·봉사이다. 자신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지금이 아닌 미래 발전을 위해 가슴 속에 담아두길 바란다. 교시에 충실하다면, 30년 후 100주년을 맞는 전남대는 그 가치를 꾸준히 실행하는 자랑스러운 인재를 배출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자기 자신과 지역공동체, 나아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가슴 따듯한 공동체로 자리매김해 있는 전남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쌔’. 전남대가 100주년을 맞을 때는 수많은 동문들이 곳곳에서 넓고 깊은 뿌리를 내리고, 화려한 꽃을 피우며,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