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간 한자리...“계속 찾아주는 학생들에게 감사”

전남대와 사람들 ㊦ 상대 뒷골목 ‘수진식당’

2022-06-07     김예진 기자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인 오전 11시의 ‘수진식당’. 상대 골목에 자리한 그곳의 주방에 고무장갑을 낀 윤순옥 사장(67)의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수진식당은 33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여러 사람들에게 푸짐한 인심을 나누고 있다.

출산 후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윤 씨는 딸의 이름에서 따온 ‘수진식당’으로 1989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손님이 없어서 1년은 매일 울었다. 음식을 해도 팔지를 못해서 버리는 양이 더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꾸준히 가게 문을 열었고, 지금은 오히려 손님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됐다.

그가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곳은 여러 상점이 즐비한 골목이었다. 윤 씨는 “그때는 서로 정이 많았다. 손님이 많아서 밥이 부족하면 옆 가게에 빌리러 가고, 모여서 같이 밥 먹고, 오죽하면 문도 잠그지 않고 시장에 간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장사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곳곳에 빈 건물이 가득한 현재의 상대 골목을 아쉬워하고 있다.

수진식당은 2015년부터 1년간 문을 닫기도 했다. 대장암 투병 중인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서였다. 윤 씨는 몸과 마음 모두 지친 탓에 영업 중단을 고려했지만,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영업을 재개했다.

“1년간 쉴 동안, 가게 앞에 많은 학생들이 쪽지를 붙여 놓고 갔어요. 그 마음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남편을 먼저 보내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장사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계속 찾아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점심시간만이라도 운영하고 있어요.”

물가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손님 감소, 주변 상권의 침체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 중인 그는 “돈을 떠나서 학생들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한다”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