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

2022-09-01     전대신문
삽화 김의진(미술ㆍ20)

저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그런데 여느 의사와 달리 청진기나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는 대신, 환자의 삶이 어떤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내는지 묻고 듣습니다. 이것이 제가 하는 진료의 거의 전부입니다. 그 후 질병의 원인과 치유의 원리를 설명해주고 처방을 줍니다. 그 처방 중 하나가 채식(자연식물식/비건)입니다. 약 20년 전부터 이렇게 변화했고 건강과 치유를 위해 음식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려왔습니다. 

저를 찾는 분들은 대게 중증의 암 환자들인데, 강의나 교육을 마치고 난 뒤 환자나 가족들은 드디어 길을 발견했다며 대체로 고마워합니다. 그럼에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은 채식만으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 아닌가, 칼슘 보충과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우유는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붉은 고기가 나쁘다면 흰색 살코기(치킨)나 생선은 괜찮지 않느냐 등 채식은 물론 육식도 함께 먹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 묻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식 비율이 높아져야 건강해지고, 육식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마 모두 반대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체력을 키우려면 동물성 단백질,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근육을 키우는 데 단백질은 중요한 영양소가 맞습니다. 그러나 단백질이 동물성이냐 식물성이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2015년 <국제 스포츠 영양학회 저널>에서 발표한 이중맹검법 연구에 따르면, 12주간의 저항력 훈련 중에 완두콩 단백질 보충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우유 단백질 하나인 유청 단백질을 섭취한 사람들만큼 근육이 증가했다고 보고 합니다.(<채식하는 운동선수> 中)

양질의 근육을 제대로 잘 키우는데 핵심은 운동과 적절한 단백질 공급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음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빠른 회복입니다. 빠른 회복에 필요한 것이 바로 항상화 물질 등이 풍부한 채식입니다. 

체중 130여kg을 유지해야 했던 NFL 선수 데이비드 카터 씨는 보통 사람이 하는 육식 습관으로 25살에 염증과 과도한 체지방, 고혈압 등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엄격한 채식주의로 변신한 뒤 부상에서 회복한 것은 물론 채식 보디빌딩 코치 도움으로 체중을 다시 136kg까지 늘렸고, 운동능력도 그 전보다 증가했습니다.(<채식하는 운동선수> 中)

동물성 단백질(특히 우유)은 성장을 촉진하고 인슐린 분비능력이 2배가량 높아 우유 한잔에 식후 혈당이 40가량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낮아진 혈당은 세포로 들어가 지방으로 변해 체내 지방량을 높입니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여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동물성 식품은 인슐린 및 IGF-1 등 성장 촉진 물질을 더 많이 분비하는데, 이는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도 촉진하여, 암 발생률을 크게 높입니다. 아플라톡신(강력한 간암 발암물질)을 미리 투여한 쥐에게 먹이로 카세인(우유 단백질의 대부분 차지)을 20% 준 그룹과 5% 준 그룹을 비교했을 때 간암 발생률은 100% 대 0%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플라톡신 용량을 계속 늘려 먹이를 준 뒤 간암 발생률을 비교해본 결과 카세인 5% 그룹에서 간암 발생률은 거의 없었으나, 20% 그룹에서는 점점 증가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발암물질보다 동물성 단백질 공급이 암 발생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우유에는 칼슘이 많아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알고 있지만, 우유 섭취량이 높은 국가 순으로 골다공증 발생률이 높다고 합니다.(<음식혁명> 中) 뼈 건강을 다량의 칼슘 섭취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칼슘은 우리 몸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우유에는 산성 물질인 인의 비율이 칼슘보다 높아 우유를 섭취하면 할수록 혈액은 산성으로 변합니다. 이로인해 부족한 혈액 속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뼈의 칼슘이 빠져나와 뼈를 약하게 합니다. 다른 동물성 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최근 하버드 의대의 홈페이지 ‘칼슘과 우유’ 소개 페이지에는 <Calcium is important. But milk isn’t the only, or even best, source>라고 우유를 소개합니다. 칼슘 때문에 우유를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채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모두 설명할 수 없어 아쉽지만, 여러분들이 이제까지 알고 있는 건강상식들 대부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쌀 소비량은 절반가량 주는 등 식물 섭취는 크게 감소한 반면, 육류 소비량은 1970년대에 비해 9배가량 늘었습니다. 그 결과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대사증후군은 물론 불임과 임신성 중독에서부터 알레르기 질환, 자가면역질환, 치매, 그리고 암까지 거의 모든 질병이 크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채식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 단백질, 오메가3, 비타민 B12, 철분 등 그 어느 것도 채식과 건강한 생활로 충분합니다. 축산업자, 낙농업자, 그리고 그 가공업자들은 여러분의 건강과 치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영양학협회는 “적합하게 계획한 채식주의자들의 식이요법은 건강식, 영양식이며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좋은 효과를 제공한다”고 발표해왔습니다. 또한, 하버드 대학은 “설탕과 잼, 젤리처럼 단백질이 전혀 없는 식품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를 빼고는, 눈에 띄게 단백질 부족을 일으키는 채식 식단을 얻기는 어렵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속고 있습니다. 이제 깨어나십시오. 지금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기후위기는 점점 심해져 위기를 넘어 재앙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건강의 악화, 암 등 질병의 증가, 코로나19 등 팬데믹, 그리고 기후위기까지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우리 각자의 현재의 선택에 따라 미래가 결정됩니다. 인류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함께 나서길 바랍니다.

임동규(베지닥터 대표/채식평화연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