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밝히려 10년째 매주 같은 자리에 서있는 사람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금호·운천촛불 피케팅 현장 르포

2024-04-08     문해윤 기자

참사 10년 지났지만 진상규명 이루어지지 않아
“사명감으로 매주 촛불집회 참여”

지난 2일 운천저수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비가 왔지만 피케팅은 계속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째 매주 진상규명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상주모임)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외치고 있다. 상주모임에 소속된 여러 마을촛불 중 금호·운천촛불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피케팅을 한다. 기자가 지난 1일과 2일 진행된 금호·운천 촛불집회 현장에 직접 다녀왔다.

 

그들이 계속 서있는 이유 ‘진상규명’

빛고을 국악전수관 앞쪽에 있는 ‘기억의 소녀상 ’ 모습. 세월호 8주기인 2022년에 만들어졌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나봉주(58)씨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진상규명이 없어 진실을 밝히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진도군 팽목항 인근에서 세월호가 침몰해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승객 304명이 사망했고, 이 중 5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등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지난 1일 금호촛불에는 나씨를 포함해 이상수(58)씨, 이기문(62)씨 총 3명이 피케팅을 했다. 피케팅은 ‘기억의 소녀상’(소녀상) 앞에서 이루어진다. 노란리본 위에 소녀가 앉아있는 소녀상은 세월호 참사 8주기인 2022년 금호촛불에서 자체적으로 펀딩을 통해 돈을 모아 제작했다. 이기문씨는 “소녀상 옆에서 하는 피케팅이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운천촛불에 참여한 박종갑(64)씨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자리를 지켰다. 박씨는 “진상규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집회에 계속 참여한다”며 “후세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못한 게 이태원참사의 원인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날 운천촛불에는 박씨를 포함해 총 5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적 참사 특별 조사 위원회’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등이 수립됐다. 진상규명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듯했으나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 조작 사건’이 무혐의 처리되며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후 진상규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기문씨는 “10년이 흘러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되지 않았고 이태원 참사 등 유사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갖춰져야 하고, 우선적으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년…“관심 줄어들어”

지난 1일 금호사거리에서 진행된 피케팅 모습.

이기문씨는 “현재 촛불집회라는 이름으로 진상규명 피케팅이 이루어진다”며 “사람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촛불집회의 의미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참여 인원이 많아 광주 시내 20곳에서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자가 줄어 촛불집회를 진행할 수 없게 돼 피케팅으로 진상규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주(53)씨는 “한 아이가 지나가면서 자신의 엄마에게 우리를 가리키며 ‘저게 뭐야?’라고 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아이의 엄마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아이를 확 끌고 가버리는 모습에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서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지만 대부분 눈길도 주지 않고 걸어가기에 바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사람들의 줄어든 관심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이와 다르게 기억하고자 노력하는 이도 있다. ‘줌마리봉스’ 회원 조재희(60)씨는 “시간이 될 때면 나와서 피케팅에 동참한다”며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자고 스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속해있는 줌마리봉스는 노란리본을 만들어 리본이 필요한 곳곳에 조달한다.

이미주씨는 “피케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상주모임 회원들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며 “진상규명을 원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와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촛불은 지난 1일 18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빛고을 국악전수관 앞 금호사거리에서 진행됐다. 2일에는 운천촛불이 운천저수지 인근에서 19시부터 20시까지 피케팅을 진행했다. 촛불집회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