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윤리 의식 갖고 창작물 대해야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 의식은 여러 질문을 낳고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는 감상 개수로도 연결되는데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나의 시야도 더 확장된다. 나는 대개 하루의 끝을 영화로 마무리한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재생 버튼을 눌러 새벽 중에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길티플레져 중 하나다. 방 벽면보다 거대한 스크린에 소리의 파동이 몸을 타고 전해질 만큼 큰 음향으로 가득한 영화관도 좋아하지만, 나의 수많은 무비나잇은 2, 3평 남짓한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귀에는 헤드셋을 걸치고 형광등이 꺼진 어두운 그 공간 속에 나만의 작은 상영관이 펼쳐진다.
<인 더 하우스>는 2012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다. 작년 봄꽃이 다 질 무렵,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영화 <프란츠>를 보며 건조하고도 애절한 연출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인 더 하우스>는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자극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소재와 연출만이 아닌 등장인물들 또한 스크린 타임 내내 자극을 좇는다. 플롯은 작문에 천재성을 지닌 소년 ‘클로드’와 그의 문학 선생 ‘제르망’에 의해 진행된다. 제르망은 어느 날 학생들에게 주말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적는 작문 과제를 내준다. 별 감흥 없이 과제물들을 채점하던 제르망은 클로드가 적어낸 과제물을 읽고는 흥미를 느낀다. 완벽한 가족인 친구 집에 방문하게 된 이야기였는데 소년은 그 집을 향한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 작성하였다. 그뿐 아니라 글의 말미에는 ‘다음 편에 계속....’이라며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이 글의 유일한 독자인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다음 편을 위해 그 집에 더욱 침투할 것을 요구하고 결국 해선 안 될 짓까지 저지른다. 소년의 경험을 통해서만 연재되던 소설은 어느새 제르망과 소년의 탐욕으로 뒤섞여 현실과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실존하는 인물을 대상화하고 소재로만 취급하는 영화 속 두 인물은 여태껏 마주했던 작품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들은 너무나도 많다. 과연 그 모든 작품이 실존 인물의 충분한 허락을 받고 제작되었을까? 그들을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제작된 작품은 얼마나 될까? 실화 바탕이 아니더라도 나는 평소 바람직한 기준을 지니며 작품을 소비하고 있을까? 그 기준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한 결론은 소비자도 창작자도 우선으로 둘 것은 재미와 상품 가치가 아닌 제대로 된 윤리 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창작물을 다루는 방식과 기준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아마 이전만큼 영화를 순수하게 감상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