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윤리 의식 갖고 창작물 대해야

2024-04-08     두민주(응용식물·21)
영화 포스터.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 의식은 여러 질문을 낳고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는 감상 개수로도 연결되는데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나의 시야도 더 확장된다. 나는 대개 하루의 끝을 영화로 마무리한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재생 버튼을 눌러 새벽 중에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길티플레져 중 하나다. 방 벽면보다 거대한 스크린에 소리의 파동이 몸을 타고 전해질 만큼 큰 음향으로 가득한 영화관도 좋아하지만, 나의 수많은 무비나잇은 2, 3평 남짓한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귀에는 헤드셋을 걸치고 형광등이 꺼진 어두운 그 공간 속에 나만의 작은 상영관이 펼쳐진다.

<인 더 하우스>는 2012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다. 작년 봄꽃이 다 질 무렵,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영화 <프란츠>를 보며 건조하고도 애절한 연출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인 더 하우스>는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자극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소재와 연출만이 아닌 등장인물들 또한 스크린 타임 내내 자극을 좇는다. 플롯은 작문에 천재성을 지닌 소년 ‘클로드’와 그의 문학 선생 ‘제르망’에 의해 진행된다. 제르망은 어느 날 학생들에게 주말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적는 작문 과제를 내준다. 별 감흥 없이 과제물들을 채점하던 제르망은 클로드가 적어낸 과제물을 읽고는 흥미를 느낀다. 완벽한 가족인 친구 집에 방문하게 된 이야기였는데 소년은 그 집을 향한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 작성하였다. 그뿐 아니라 글의 말미에는 ‘다음 편에 계속....’이라며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이 글의 유일한 독자인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다음 편을 위해 그 집에 더욱 침투할 것을 요구하고 결국 해선 안 될 짓까지 저지른다. 소년의 경험을 통해서만 연재되던 소설은 어느새 제르망과 소년의 탐욕으로 뒤섞여 현실과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실존하는 인물을 대상화하고 소재로만 취급하는 영화 속 두 인물은 여태껏 마주했던 작품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들은 너무나도 많다. 과연 그 모든 작품이 실존 인물의 충분한 허락을 받고 제작되었을까? 그들을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제작된 작품은 얼마나 될까? 실화 바탕이 아니더라도 나는 평소 바람직한 기준을 지니며 작품을 소비하고 있을까? 그 기준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한 결론은 소비자도 창작자도 우선으로 둘 것은 재미와 상품 가치가 아닌 제대로 된 윤리 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창작물을 다루는 방식과 기준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아마 이전만큼 영화를 순수하게 감상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