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어는 삶을 공유하는 생활 언어다

■1662호 사설

2024-04-08     전대신문

“이제 고마 치아라 마.” 최근 어떤 뉴스 앵커가 뉴스에 참석해 있는 부산 출신 패널에게 “이거 일본어인가?”라고 질문을 하여 비판을 받았고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말을 한 정치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말과 함께 “지역 사투리를 소중히 생각하며 잘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보존은 잘 보호하고 간수해 남기는 것을 말한다. 보존의 의미는 보전과의 차이로 알 수 있는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답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영토’는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화재’는 그냥 놔두면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는 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면으로 보면 영토를 보전한다는 말에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말에는 앞으로의 상태에 대한 관심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존의 대상으로서 사투리에는 순수함이 담겨야 한다고 말하거나 그 지역을 나타내는 원형의 단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출간된 어느 지자체의 방언사전에 ‘벤또’나 ‘구루마’ 등이 실려 “지역의 고유색이 투영된 방언을 수집·집대성해야 하는 방언사전에 식민 잔재인 일본말이나 표준어, 한자어가 다수 담겼다”는 도의원의 지적을 받아 전면 회수, 교정을 거친 사건이 있었다. 방언에 반영된 문화는 그 지역의 고유한 것만 인정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은 지역민들이 많이 쓰고 있을지언정 지역 방언 사전에 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투리 또는 방언은 어떤 지방만 사용하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그 지역 고유의 것이 아닌 표준어와 그 지역 고유의 사투리를 섞어 쓴다는 다소 이상한 말하기 방식에 다다른다.

우리는 고유성을 기준으로 표준어와 사투리를 섞어 쓰는 것이 아니라 지역어를 쓰며 살아간다. 지역어는 지역 공동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언어로서 지역민이 소통하고 삶을 공유하는 생활 언어이자 일상어이다. 그 지역만이 사용하는 원형을 찾아 순수함을 지키도록 어딘가에 보존하는 것이 지역어를 살리는 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