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억압에 맞선 광주의 예술가들

우리 대학 열사를 찾아서 ②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024-05-12     이의진 기자, 구민서 수습기자

<무등산을 위하여> 등 김남주 시인 작품 볼 수 있어
“영화 <서울의 봄> 보고 5·18에 관심”

트레버(Trevor)씨가 지난 4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전시된 나경택 사진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밤 12시/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밤 12시/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밤 12시/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그 숨을 거둬버렸다”-<학살1> 中

5·18민주화운동기록관(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어린아이 키만한 액자에 걸린 시 하나가 눈에 띈다. 김남주 시인의 <학살1>이라는 시다. 5·18민주화운동(5·18)이 온갖 오해와 왜곡으로 뒤덮였을 때 김남주 시인은 5·18을 ‘학살’로 규정하여 시를 썼다. 해당 시를 조용히 읊다보면 시대의 억압에 맞선 김남주 시인의 저항과 투쟁 정신이 여실히 느껴진다.

김남주 시인은 민주주의와 민족 해방을 위해 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민중시인이다. 우리 대학 영어영문학과에 69학번으로 입학했지만 반유신 지하신문인 <고발>을 전국에 배포하려다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제적당했다. 시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고자 했던 김남주 시인은 올해 30주기다.

김호석 화가가 그린 김남주 시인 초상화.

기록관은 5·18 제44주년을 기념하며 ‘기억지도_금남로의 예술가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1980년대 금남로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주요 예술가들의 작품과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기자가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약 30분이 소요됐다. <학살1> 이외에도 <무등산을 위하여>, <사랑1>이나 김남주 시인이 감옥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 김호석, 김경주 등이 그린 김남주 시집의 표지도 볼 수 있다.

기자가 전시실을 방문했던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총 3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모두 광주가 아닌 타지에서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10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는 트레버(Trevor)씨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전시관을 찾았다. 그는 “처음에는 <서울의 봄>이 어떤 역사적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영화를 보고 5·18이 궁금해져 광주에 전시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과 박정희 정권, 5·18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온 이수정(41)씨는 “태어나서 처음 광주에 방문했다”며 “광주 하면 5·18이라는 인식이 있어 기록관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를 보고 “책과 다큐멘터리 등에서만 5·18을 접했는데 이렇게 직접 실물 작품과 자료들을 보니 마음에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14일 군부 독재에 맞서 자유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로 가득했던 금남로는 정부의 행정기관인 전남도청이 위치해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 장소로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지난 1일 개최된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5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남주 시인 이외에도 △강연균 화가 △박효선 연극연출가 △나경택 사진가 △정세현 민중음악가 △박정용 설치작가의 작품과 자료 또한 만나볼 수 있다.

김남주 시인의 시 '학살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