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나요?

■1663호 사설

2024-05-13     전대신문

작년에 우리 대학 1학년 학생이 기숙사 옥상에서 추락해 숨을 거둔 일이 있었다. 2023년이 다시 2024년에 반복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25년은 어떨까.

우리나라 자살 인구는 2022년 기준 10만 명당 22.6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으며, 이는 OECD 평균인 10.6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OECD, 2023). 연령별 사망원인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22년 기준 10대, 20대 모두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 전체 사망자의 40~50%로 1위를 차지했다(통계청, 2023). 대부분의 국가에서 10대, 20대 청년의 주요 사망원인이 고의가 아닌 상해, 즉 사고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청년층의 높은 자살률은 매우 대조적이며 문제적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 청년 자살 및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귀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학내의 공적·사적 토론에서 그것은 여전히 ‘방 안의 코끼리’와 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에서 대학 차원의 공적 기록이나 후속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유족과 남겨진 동급생들을 위한 배려일 수 있다. 하지만 침묵 속 남겨진 생존자(Suicide survivor)에게 ‘자살’은 꺼내면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슬픔은 해결되지 않은 채 각자의 몫이 된다. 우리는 자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받은 영향, 느낀 감정과 생각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말이다.

물론 대학 생활에서 정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학생생활상담센터(062-530-3787)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위기상담’이다. 이외에도 정신건강 복지센터(062-267-5510)와 24시간 위기상담(1577-0199) 등이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작은 방에 머무르는 친구들은 선뜻 용기 내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자세히 주변을 돌아보자. 그리고 먼저 말을 건네 보자.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시간을 기다려주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자. 필요하다면 준비된 프로그램을 알려주자. 혼자가 힘들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고, 동행해 주는 것도 힘이 될 수 있다.

자살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다. 피하지 말고, 자살위기 신호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문적인 도움에 대해 ‘말하기’를 통해 우리의 공동체가 더욱 건강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