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
2024 문예작품현상공모 시 부문 심사평
「통증 요리법」은 일상적이고 무심한 순간을 절대적인 순간으로 뒤바꾸는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식의 기적 말고 다른 기적을 알지 못합니다. 가령 사과를 깨물었을 때, 내 몸을 채웠던 모든 기제들이 섬멸되고 오직 사과향이 내 몸을 차지하는 순간. 불현듯 내 몸을 점령하는 감각이라는 기적 말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 시를 통해 그 전후의 내막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의 행간이 생산하는 특별한 긴장(tension)을 통해 그 전후에 깔린 슬픔에 동참하게 됩니다. 때문에 ‘견디기 힘든/ 기억’은 어떤 사건을 지시하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거느리는 ‘예감’으로, 그래서 읽는 이들 각자의 고통으로 수없이 대체되는 ‘감각’으로, ‘물에 담가’도 죽지 않고 끝없이 되살아나는 ‘무언가’가 됩니다. 여기서 그 사건은 결정되지 않은 ‘무언가’지만 각자의 삶에게 와서 마침내 결정되는 ‘무언가’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이 시는 각자의 순간을 기적적으로 일깨우며, 우리를 이 기적의 증인으로 돌려세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적의 깊은 심연, 즉 각자의 고통이 고여 만든 저수지를 만납니다. 다른 시 「어느 길의 기억은」에서 말한바, 단언컨대 그것은 우리의 오월이고 광주입니다.
더불어, 「잠은 기다랗다」를 그 옆에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는 혹은 시인은 특별한 것이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시는 모험으로 가득 찬 미지나 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정지시킴으로써 사물이 온전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며, 그 순간 위에서만 제 생명을 얻는 생에 대한 증거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를 통해 우리의 삶은 ‘영원’과 같은 잡히지 않는 관념을 ‘실재’로 받아냅니다. 「잠은 기다랗다」는 의심의 여지없이 그런 시였습니다. 그 순간이 아니면 영영 사라질 것에 영원성을 부여함으로써 허무와 무참으로 가득 찬 우리의 생을 절대적인 순간들로 채워주는 시 말입니다. 비록 “0 걸음이 무거워 그림자만 남기는 시”라고 쓸지라도, “나는 다음을 위한 거였음”을 좌절 속에 깨닫더라도, 우리는 그림자에 자신의 눈코입을 새기며 새롭게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제 손에 들여 있었던 「우기」 「고시생 김모씨의 일일」의 시인에게도 마침내 ‘시’가 당신에게 응답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