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안 뽑는 대학병원…“취업 못 할까 봐 불안해요”

의료 공백 장기화로 간호대생 취업난 심각

2024-07-17     구민서 수습기자

환자 수 줄자 병원 적자로 신규 채용 꺼려
무기한 발령 대기 중인 ‘웨이팅게일’ 증가
채용 공고 올리지 않기도

지난 11일 전남대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

“졸업 후 공백이 기니까 초조해져요.” 의과대(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며 간호대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며 대학병원에서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를 올리지 않거나, 채용이 되어도 발령 대기 기간이 무기한으로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ㄱ씨는 “이대로라면 앞으로 취업 경쟁률이 높아져 4학년뿐만 아니라 아래 학년도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서영대학교 간호학과 ㄴ씨는 “입사하고 싶었던 대학병원 전부 올해 간호사를 뽑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채용하더라도 적은 인원만 뽑을 것 같아 많은 졸업 예정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 4학년 동안 1,000시간가량의 실습과 더불어 이론 공부, 국가고시까지 준비했지만 원하는 병원에 취업할 수 있을지 불안감을 겪으며 많이 지쳤다”고 토로했다.

한편 채용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입사 취소를 하는 대학병원도 있다. 작년 10월 대학병원에 합격 후 아르바이트하며 발령 대기 중인 원광대학교 간호학과 ㄷ씨는 “입사가 취소될까 불안해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은 4월경 채용 공고를 올린 뒤 7월에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신규 간호사를 뽑는다. 이때 신규 인원을 필요한 인원보다 많이 뽑는데 이는 간호사의 갑작스러운 사직으로 인력이 빌 때 바로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합격 후 간호사들은 보통 1년 길면 2년까지 발령을 기다리는데 이를 ‘웨이팅(Waiting)’이라고 부른다. ‘웨이팅게일’은 취업 확정 후, 병원의 발령 대기 상태에 놓인 간호대 졸업생을 뜻한다.

이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고 환자 수가 감소하며 이어졌다. 대학병원 측에서는 적자가 늘어나자 신규 간호사 발령을 꺼리는 것이다. 웨이팅하는 신규 간호사의 수가 늘어나며 올해 아예 채용 공고를 올리지 않는 대학병원도 많다.

전남대병원은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채용 후 발령 대기 중인 신규 간호사가 327명이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2년 안에 입사해야 하는 ‘임용 후보자 자격 유지 기간’을 유지하고 있으나 기간 변경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조선대병원 또한 작년부터 웨이팅 중인 신규 간호사가 100명이 넘는다. 서울, 경기권도 비슷하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은 현재 중앙대병원 한 곳만 채용 공고를 냈다.

신나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장은 “병원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거나 ‘간호사 교대제 개선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면 웨이팅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보호자나 개인 간병인이 상주하지 못하는 경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다. 간호사 교대제 개선사업은 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교대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사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