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한 세칙” 내용 부족해 임의로 감사 진행

우리 대학 감사시행세칙 점검

2024-09-01     고민서 기자

중감위 부재 시 규정 없어
명시된 내용도 지켜지지 않는 상태
지난해 세칙 개정 시도 있었지만 중단돼

지난달 진행된 상반기 정기감사 결과. 총학생회는 ‘공약 이행 정도를 학우들에게 공개하는가?’ 항목에서 감점을 받았다.

감사시행세칙(세칙)에 감사 시 필요한 조항이 없거나 조항이 있음에도 세칙 위반을 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세칙 개정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어진 중앙감사위원장(중감위)의 사퇴·교체 및 부재로 인해 세칙 개정이 제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세칙은 지난 2021년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전면 개정된 후 2022년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부분 개정된 것이다. 그 전의 세칙 존재 여부와 내용은 총학생회(총학)와 중앙감사위원회(감사위)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없는 내용 많아 구두 결정·임의 시행↑

세칙에는 △중감위 부재 시 감사 진행 방법 △본부직할학부(본부직할) 감사 방법 △해산된 비상대책위(비대위)·학생회 자료 검토 여부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임시 체제를 구성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기 감사 시기인 6월까지 중감위 지원자가 없자 올해 상반기 감사는 중앙운영위(중운위)의 제안으로 단과대 감사위(단감위)가 임의로 중앙 감사까지 맡았다. 세칙에 중감위가 없을 때 어떻게 감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총동연 감사위원장 이승헌(수학·20)씨는 “중감위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감사를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본부직할은 단과대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 감사 담당 기관이 없다. 그러나 임의로 단과대로 분류돼 감사받고 있다. 작년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전 본부직할 학생회장 이헌재(자율전공·18)씨가 감사 대상에 본부직할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세칙 개정 등의 변화는 없었다.(본지 1655호 ‘본부직할학부, 세칙 감사대상에 명시 안 돼 있어 혼란’ 기사 참고) 본부직할 자율전공학부는 2009년부터 존재해 왔지만 2024년 현재까지 관련 세칙 내용이 없는 상태다. 이에 올해 감사위도 본부직할을 단과대들과 같이 분류했다. 그러나 학생회비를 사용하지 않아 세칙대로 감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회계 부분만 감사했다.

비대위·학생회 해산 이력이 있는 간호대·본부직할·자연대 감사 방법 또한 세칙에 없다. 이승헌씨는 “세칙에 내용이 없어 구두로 결정된 것이 많았다”며 “관련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감사에서는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활동을 평가한다. 본부직할은 비대위와 학생회가 모두 해산되고 지난 6월 28일 학생특별자치위원회가 구성돼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의 내용만 감사받았다. 비대위가 해산되고 학생회가 생긴 자연대도 학생회 이후부터만 감사받았다. 그러나 간호대는 비대위 구성원 그대로 학생회로 전환돼, 해산된 비대위와 현재의 학생회 모두 감사받았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기준 없이 감사한 것이다.

 

정기 감사 시기 안 지키고 효력도 없어

세칙 13조에 나와 있는 상반기 정기 감사 시기는 6월이지만 작년부터 지속해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7월에 감사를 진행했던 작년 상반기 중감위 정재훈(정치외교·19)씨는 “기말고사와 겹쳐 6월에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본지 1654호 ‘모호한 감사 시행 세칙 지적 잇따라’ 기사 참고) 올해는 중감위 부재로 인해 상반기 정기 감사가 8월까지 미뤄졌다.

하반기 감사는 학생회 임기가 끝나는 12월에 진행해 징계 효력이 거의 없다. 작년 하반기 중감위 이자헌(독일언어문학·20)씨는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단과대도 있었다”며 “해당 단위에 징계를 내려도 임기가 끝나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감사시행세칙 개정

세칙 7조와 8조에 따르면 감사위의 의결로 세칙을 개정할 수 있다. 작년 정씨는 상반기 감사 이후 세칙 개정을 위한 개선권고안을 작성했었다. 이는 △감사 시기 유연화 △보궐선거로 당선된 학생회의 비대위 자료 감사 필요 △단과대별 감사조직 통일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정씨의 임기 내에 감사위에서 충분히 의논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발의할 수 없었다. 해당 개선권고안은 추후 중운위에만 배포되었고, 올해 감사위와 총학은 개선권고안의 존재와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승헌씨는 “중감위 없이 이루어진 현재의 감사위의 움직임이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하반기 감사를 위해 세칙 개정이 필요하니 노력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칙 개정은 지난 22년 2학기가 마지막이었다.

한편 지난달 진행된 상반기 감사는 13명의 단감위가 5개 팀을 꾸려 시행했다. 각 팀당 3~4개의 단과대를 감사했고, 총학 감사는 △공약 이행 △사업 진행 △학생회 집행 △회계 부문으로 나눠 5팀이 함께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