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부터 통역, 라디오 진행까지…고려인마을 작은 영웅

박빅토리야 고려인마을 한국어학당 강사

2024-09-01     고민서 기자

우크라이나 탈출한 동포 800여명 입국 도와
한국어·러시아어 사용하는 라디오 ‘고려방송’ 진행도

박빅토리야씨.

“우리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지난 2022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하는 고려인 동포들을 도운 박빅토리야(37)씨는 이 말을 듣고 평생 고려인 동포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우크라이나에 가족이 있다’는 한 고려인의 도움 요청을 받고 페이스북으로 이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려인마을(마을) 대표 신조야씨와 함께 모금한 비행기 푯값으로 입국할 수 있었던 고려인은 800여명이다. 이들은 현재 광주를 포함해 전국에 정착했다. 박씨는 “입국 후 월세와 보증금 지원 활동까지 했다”며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주민들을 위해 통역사를 자처하던 박씨는 2년 전부터 마을의 한국어학당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고려인들에게 더 많은 언어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일하며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며 “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수업은 평일에는 학생반, 주말에는 성인반을 운영하며 각각 초급반과 중급반을 두고 있다. 박씨는 수업에서 문법과 어휘를 가르칠 뿐 아니라 한국 생활에 서툰 고려인들을 위한 조언도 한다. 그는 “공장에서 월급을 받지 못한 동포에게 마을의 고려인법률센터를 소개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작년부터 고려인마을 라디오 방송 ‘고려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려방송은 광주시민과 전 세계 고려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지상파 라디오 방송으로,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사용한다. 박씨는 “작년에 마을 이사인 이천영 목사에게 추천받아 활동하게 됐다”며 “최근에는 광복절 79주년 행사를 보도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셨던 어머니로부터 한국어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배웠다. 그는 “평생 고려인마을에서 고려인 동포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