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시대와 청소년

■1665호 줄탁

2024-09-01     전대신문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청소년과 달리 중도입국 청소년은 이주 배경을 가지고 한국에서 거주하는 이들을 말한다. 한국으로 이주한 후 이들은 가장 먼저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 동시에 새 문화권의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서 청소년 시기에 경험하는 가족과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은 물론 인지 발달 및 인성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그런 특별한 시기를 경험하는 경우이고 특히 교육 수준 및 한국어 수용 능력 면에서 더 복잡하고 다양한 그룹이다.

그동안 중도입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꾸준히 제기된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가족의 형성으로 빚어지는 소속감 및 정체성의 변화, 출생국이 아닌 한국 문화 적응에 대한 어려움, 부족한 한국어 능력으로 인한 언어 장벽과 제도권 공교육 진입 실패로 인한 학업 부진,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점차 선명하게 드러나는 정체성 혼란이 여타 다문화 배경 청소년들보다 조금 더 척박하다는 문제 등이다. 이들에게 ‘이주’는 단순한 개인적 신상의 변화가 아닌 생활세계 전반의 심대한 전환을 의미한다(유비·김기현, 2015).

베트남 배경을 가진 중도입국 청소년 대상 포토보이스 연구를 수행한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친구’의 존재, 친구와의 추억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한국에서 보내는 자신의 청소년기와 신체적, 정신적 성숙 과정 및 변화에 긍정적이었고, 한국에서 좋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 사회에 더욱 잘 적응하기 위하여 열심히 학업에 충실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분석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이자 정신적 원동력은 ‘친구’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한국에서의 추억보다는 베트남에서 쌓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연구 결과 및 결론을 바탕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향후 한국 생활의 질 높은 삶을 위한, 그리고 친구 지지 및 사회적 지지망의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한국어 교수 학습의 제공이 강화되어야 한다. 가족, 친구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 장치가 언어이다. 공교육 진입에 실패한 중도입국 청소년 관련 연구를 보면, 실패의 원인은 환경적, 맥락적 측면에서 다양하나 표면적 원인은 한국어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인 경우가 다수이다. 특히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은 현재 대학의 어학당을 제외하고는 교육 지원이 전혀 없는 현실이다. 이를 위해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한국어 교육 관련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중도입국 청소년의 배경 문화와 언어를 강화하기 위한 이중언어 교육 또한 필요하다. 여느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SNS의 활용이 활발하다. 대부분 태어난 나라의 언어를 사용한다. 체계적 이중언어 교육을 통한 특정 분야 전문가 양성도 가능한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직업 교육 지원을 제안한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평균 80퍼센트에 육박하지만(2022년 통계) 중도입국 청소년의 대학 진학률과는 거리가 있다. 경제적 자립 또는 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양질의 직업 교육을 포함한 정책과 다양한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의 건전한 시민으로 성숙하게 되는 중요한 시기가 청소년기이다. 국가와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청소년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존재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향후 한국 생활의 질 높은 삶을 위한, 그리고 친구 지지 및 사회적 지지망의 강화를 위한 지원을 희망한다.

하진이 (디아스포라학 전공 박사 과정) 
김묘경 (디아스포라학 전공 박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