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과 주차권 사이

2024-10-07     박소희 편집국장

학교가 주차 공간 찾기에 혈안이다. 임기 초 총학생회가 내세운 공약에도, 지난달 이루어진 제22대 총장임용후보자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에도 ‘차’는 빠지지 않았다. 주차 타워 건설, 지하주차장 건설, 주차권 증대 등등.

‘카프리존’이 개방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카프리존은 인문대 1호관 앞 차 없는 거리다. 그러나 지난 8월 19일부터 인문대 2호관 개축 공사로 앞쪽 도로가 차량, 사람 모두 통행 금지되며 카프리존에 차량이 통행할 수 있게 됐다. 통행 금지된 길이 중앙도서관(홍도) 뒤 주차 공간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우회 통로로서 개방한 것이다.

하지만 카프리존은 유동 인구가 많다. 특히 강의와 강의 사이 쉬는 시간 즈음의 카프리존은 인산인해다. 위치상 인문대, 경영대, 도서관이 바로 앞에 있으며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진리관, 사회대, 사범대를 이용하는 학내 구성원까지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차가 다니고 오토바이가 질주한다니. 이동하는 학내 구성원이나 운전자나 아슬아슬하다. 혼잡한 데다 사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무과 담당자는 “좋은 시설을 만들고자 공사를 하는 건데 안 할 수는 없지 않냐”며 “공사 차량으로 인해 학생들이 다치는 큰 사고를 예방하고자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설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학내는 공사장으로 즐비해졌다. 이에 안전한 대학을 만들고자 학내 구성원들이 다니던 길을 막고, 차량 통행을 우선시한다. 거슬러 올라가 보니 사람을 위한 일에 가장 먼저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사람인가 싶다. 이는 모순 아닌가.

모두를 위한 명쾌한 답은 없다. 그래도 보행권과 주차권 사이, 대학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사람’이 아닐까. 걸을 때마다 고개를 돌려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은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게 감수하고 싶지 않다. 안전하고 편안한,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는 캠퍼스를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