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수업

■1667호 청년의 눈빛으로

2024-10-07     김재현 기자

“시각장애인이라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될 때 필자는 꼭 수강하는 수업 교수에게 면담을 청한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서 수업이나 시험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학내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센터)는 개강 초 장애 학생이 수강하는 수업의 학과(부)에 ‘교수학습 지원 권고 안내문’을 보내지만, 효용이 없다. 교수들은 해당 안내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에서 필요한 점에 관해 일일이 이야기해야 한다. 교수학습 지원 권고 안내문은 장애 학생의 상황을 알리며 수업이나 시험에 필요한 사항을 작성한 문서다.

대학 수업이 처음이었던 지난 학기의 필자는 면담 때 “수업에서 무엇이 필요하냐”는 교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무엇이 필요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어민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센터의 지원 없이 홀로 면담해야 하는 점이 쉽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수업이 종이 자료로 이루어지는 반면 필자는 글씨가 웬만큼 크지 않은 이상 종이에 쓰인 글씨를 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센터가 알려준 방법은 노트북으로 음성 낭독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자료를 확대 복사하는 것이었으나 필자에겐 모두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자료를 최대로 확대 복사해도 글자가 보이지 않았고, 전공 특성상 영어로 된 장문의 글을 읽기가 아닌 오직 듣기만으로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센터는 스스로 맞는 방법을 고민하여 교수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강의실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지도에 의존했지만, 그것도 어려울 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렇게 강의실을 하나하나 찾아서 수업을 들었고 2학기가 시작된 지금도 길을 헤매어 가끔 늦는다.

이처럼 우리 대학 장애 학생이 받는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장애 학생 지원에 적극적인 조선대는 보통 장애 학생 도우미를 1인당 최대 3명까지 센터에서 연결해 준다. 반면 우리 대학은 공식적으로 도우미 수에 제한은 없으나 학생이 센터에 도우미를 신청하려면 직접 구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대학은 센터에 투자하고 장애 학생 지원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센터의 인력을 늘리고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특히 신입생의 적응에 힘써야 한다. 보다 많은 장애 학생의 대학 생활에서 어려움이 없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