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대면 학생총회…‘윤석열 퇴진 결의안’ 가결

4시간 20분 만에 개최 정족수 1,426명 달성

2024-12-22     고민서 기자

시험기간임에도 “민주주의 지키고자” 참여해

학생총회 마지막 순서로 모든 참여자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학생총회(학총)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윤석열 퇴진 결의안’이 가결됐다. 전체 재학생 14,260명 중 1/10인 1,426명 이상이 모여야 개최 가능한 학총은 4시간 20분만에 1,440명을 달성해 개최됐다. 안건은 투표 결과 △찬성 1,467표 △반대 5표 △기권 28표로 과반수가 넘어 가결됐다. 우리 대학 재학생 모두에게 의결권이 주어지는 학생자치 최고 의결기관인 학총은 대면으로는 8년 만, 온라인을 포함하면 3년 만에 열렸다.

학총에 참여한 박수희(국어국문·22)씨는 “참여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안 표결을 두고 무책임하게 떠났던 국회의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아침 7시에 여수에서 출발했다는 백주혁(중국학·24)씨는 “역사적인 순간에 80년대 선배들의 모습을 본받고자 왔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이홍규(사회·20) 총학생회장은 10일 학총을 소집했다. 이후 11일 공개한 참여 호소문에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전대인들의 대응 의지를 결연히 다지자”며 “다수 의견에 따른 발전된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고 소집 이유를 밝혔다. 이 회장뿐만 아니라 △공과대 △농생대 △사범대 △사회대 △인문대 △AI대 학생회도 개최 정족수 달성을 목표로 호소문을 게시했다.

 

바닥과 통로, 무대 위까지 가득 찬 민주마루

학총은 본래 오후 3시 민주마루 앞 광장에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개최 정족수인 재학생 1,426명이 모이지 않아 지연됐다. 4시 30분 경 추위로 인해 민주마루홀로 장소를 옮긴 후 5시 20분 경 1,000명을 달성했다. 민주마루홀 좌석인 927석보다 인원이 많아지자 학생들은 바닥과 의자 사이 통로, 무대 위에 앉아 기다렸다. 이후 7시 20분 1,440명이 모인 것이 확인됐고 15분 후인 35분 개회했다.

개최를 기다리는 4시간여 동안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각자 작성한 호소문을 낭독했고, 학생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후에도 학생들은 시험공부나 과제를 하는 등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학생들이 학생총회 개최를 기다리며 시험 공부하는 모습. 이들은 개최 정족수 1,426명을 달성하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광장 맨 앞에서부터 개회를 기다리던 이가람(음악교육·24)씨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왔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온 AI대 유학생 니란잔(Niranjan)씨는 “한국은 파키스탄이나 소말리아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회 점거 시도…내란 맞아”

투표 전에는 학생대표 3인과 현장 지원자 3명이 자유 발언을 했다. 이아영(응용식물·23)씨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학생들이 모인 것을 보고 선배들이 계엄군과 대치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며 “선배들처럼 민주주의를 지키려 모였다는 사실에 감동받아 동참하고 싶었다”고 발언 이유를 밝혔다. 조민하(철학·24)씨는 “윤석열 정권의 국회 점거 시도는 국민이 일임한 국회의원의 정치적 의사표명을 막으려는 시도였다”며 “철학도로서 내란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의결은 종이 투표로 진행됐으며, 학총 운영진들이 직접 투표함을 들고 민주마루홀을 돌아다니며 투표용지를 수거했다. 개표 및 검표는 중운위가 맡았다.

학총 의장이었던 이 회장은 “회의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울컥했다”며 “역사를 만들어준 학우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총은 △개최 정족수 확인 △개최 선언 △의안 설명 △학생 대표자 자유발언 △현장 찬반 발언 및 의견 개진 △안건 표결 △결과 공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대면 학총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열렸으나 2017년 무산된 후 열리지 않았다. 2021년 총학생회장 탄핵안 의결을 위해 소집된 학총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