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전남대생 “국회의원들 제발 정신 차리길”

전남대-임동오거리-금남로 가두행진

2024-12-22     이의진 박소희 기자

민주동우회와 민주노총도 행진 가세

지난 14일 5·18민주화운동 재현 가두행진을 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

지난 14일 우리 대학 제1학생마루(1생) 앞에 약 서른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까지 약 4시간가량 남았던 시간이었다. 이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총학)가 주최한 ‘12·3 비상계엄 대응 전남대학교 총집회’에 참여한 우리 대학 학생들로 대통령의 부당한 행태를 규탄하기 위해 나왔다.

최서빈(일어일문·23)씨는 “이틀 전 열린 학생총회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며 “오늘은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집회에 왔다”고 말했다. 조명인(문헌정보·24)씨는 “허리가 아파서 나올지 말지 고민했는데 이 시점에 당연히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오늘 재표결 때는 국회의원들이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집회는 1생 앞에서 성명서 낭독 등 간단한 식순 후 ‘5·18민주화운동 재현 가두행진’(행진)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1생에서 시작하여 우리 대학 정문-임동오거리-금남로까지 약 4km를 걸었다. 이는 1980년 5월 당시 우리 대학 총학이 주도한 가두행진을 재현한 것이다.

 

우리 대학 깃발을 필두로 ‘전국하룻밤만에성보라몰입협회’ 등 총학과 중앙운영위원들이 만든 재미난 깃발들이 거리로 나왔다. 총학은 스피커를 통해 “저희는 이번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퇴진을 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전남대학교 학생들이다”며 “우리의 선배들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광주 시민들처럼 지금의 과업을 꼭 완수해 내겠다”고 외쳤다.

행진을 향해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아내와 함께 박수를 치던 장성 시민 유중섭(53)씨는 “말도 안 되는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고 문제를 심각히 여기고 있었다”며 “전남대뿐 아니라 나라에 큰일이 닥쳤을 때 대학생들이 이렇게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시민들은 행렬의 맨 뒤에 합류해 함께 걷기도 했다. 금남로에 가는 도중 딸과 함께 행진에 합류한 우리 대학 졸업생 정달성(지구과학교육·99)씨는 “딸과 딸 친구들이 탄핵 집회에 가고 싶다고 해 왔다”며 “오늘 재표결에서 탄핵이 가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주초등학교 4학년 3반이라고 소개한 정지빈, 김시온, 정세연, 이하윤씨는 “친구들이 오늘 탄핵 집회에 간다길래 같이 왔다”며 “탄핵을 해야 마음 편히 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민주동우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본부도 광주수창초등학교 근처에서 행진에 가세했다. 민주동우회 소속 장민호(50)씨는 “전남대를 졸업한 민주동문회원들과 함께 왔다”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미래 세대가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규(사회·20) 총학생회장은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전남대학교 학생으로서 행동을 하는 게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총집회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금남로 도착 후 행렬은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 합류하여 오후 4시에 시작된 탄핵소추안 재표결 현장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