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 발행 중단으로 이어져

<전대신문> 발행 재개 여정

2024-12-22     이의진 기자

6시까지 신문 편집 끝내라 통보
“‘원칙’ 지키지 않으면 신문 없다”
‘제작 중단 통보 철회’ 대자보 작성
기자회견 및 연대 서명 진행

주간과 편집위원의 발행 중단 통보를 겪은 <전대신문>이 오는 23일 32면짜리 합본호를 내며 발행을 재개한다. 주간과 편집위원이 발행을 중단한 후 <전대신문> 기자들은 제작 중단 통보 철회를 요구하며 대자보를 붙이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션을 활용하여 임시 페이지를 만들고 미처 신문으로 나오지 못한 1668호 기사들을 게시했다. 곧이어 신문 발행을 중단한 주간이 사직하고 조상균 주간직무대리가 부임했다. 박소희 편집국장은 발행되지 못한 1668호와 제작 시기가 지난 1669호를 합본호의 형태로 늦게라도 내기로 결정했다. 이 일련의 흐름 동안 <전대신문> 독자들은 기자들이 성명서를 내기 전까지 이유도 모른 채 나오지 않는 신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전대신문> 발행 중단부터 재개까지 약 3주 동안의 일을 이번 기사를 통해 기록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11월 18일 발행 예정이었으나 발행되지 못한 전대신문 1668호 1면.
〈전대신문〉 발행을 재개하라는 기자들의 대자보가 제1학생마루 게시판에 붙어있다.
신문이 걸려있어야 할 게시판이 비어 있다.

 

“6시 넘었으니…” 제작 중단

지난달 15일 기자들이 쓴 기사를 신문에 얹히는 작업인 판 작업(편집 및 디자인 작업)을 편집소에서 하던 도중 편집위원이 오후 6시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6시가 되었는데도 신문이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편집 작업을 계속하려는 기자들을 뒤로하고 주간은 편집 업체에 제작을 중단해달라 말했다. 이에 기자들도 7시쯤 편집소를 나왔다.

그동안 <전대신문>은 편집 종료 시간에 관하여 주간 및 편집위원과 기자 간 갈등이 있던 상황이었다. 기자가 성명서와 함께 올린 타임라인에 따르면 주간과 편집위원은 1667호 제작부터 ‘저녁 6시까지 신문 편집을 완료해야한다’고 통보했다. 편집국장이 신문 발행도 편집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발행 권한은 주간과 편집위원에게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편집국장과 팀장 3명은 지난 10월 2일 편집위원에게 대화를 요청하여 신문 편집을 빨리 끝내고 마감하는 것을 지향하겠으나 기준과 일자에 대해 주간과 편집위원이 무조건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편집위원은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편집위원은 1667호 편집소 전날 “제작소에서 작업은 오후 6시를 넘기면 안 됩니다. 작업 종료 후 전원 퇴근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라는 긴 글을 공지했다. 1667호는 6시 이전 신문 편집이 끝났다.

갈등이 깊어진 건 1668호를 제작하면서였다. 1668호는 4년 만의 경선인 총학생회 선거 내용을 지면에 담기 위해 발행일을 한 주 미룬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였다. 기자들은 예년에는 없던 2025학년도 총학생회 선거 경선토론회 기사를 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편집위원은 경선토론회 취재가 ‘금요일 오후 7시’라 지면에 넣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편집국장이 경선토론회를 지면에서 다뤄야 하는 이유를 재차 설명하자 ‘원칙’을 지키지 않을 시 신문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대자보를 작성하고 있다.

기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9월부터 주간과 편집위원은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신문 편집을 마치라고 요구했다”며 ““오후 6시까지 편집을 종료하지 않으면 신문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기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요일 오후 6시 편집 종료, 전원 퇴근’을 가로막는 기사라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신문에 게재하지 말고 온라인에만 올리라고 강요했다”며 “‘금요일 오후 6시 편집 마감 가능 여부’가 신문에 게재할 기사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주간과 편집위원은 해당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집국과 논의하지 않은 채 디자인 업체와 인쇄소에 제작인쇄 중단을 통보했다”며 “기자들은 편집위원이 떠난 제작소에서 제작을 지속하고 있었으며, 특히 기자 2인은 학내 민주주의의 핵심인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가 있었다”고 전했다.

편집위원은 지난달 15일 기자들이 있는 공지방에 ‘<전대신문>에 ‘원칙’이 필요한 이유’라는 글을 올려 “<전대신문>은 마감 시간 원칙이 없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왔다”고 말했다.

주간 또한 ‘지켜야 할 가치, 바꿔야 할 관행’이라는 글에서 “체계와 기준이 없는 제작 과정은 장기적으로 기자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빛나게 하기 어렵다”며 “혼란스러운 제작 환경 속에서 기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 빛을 잃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전대신문>은 목요일 기사 마감, 금요일 제작이라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들은 성명서에서 “기자들 또한 마감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방적인 주장과 요구가 ‘원칙’이라며 통보받고 강요받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성명서와 함께 올린 타임라인에 따르면 신문 제작 중단을 통보받은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기자들이 편집위원에게 월요일에 신문을 발행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지난달 17일 편집위원은 현재 ‘금요일 오후 6시 제작 마감’ 원칙에 따라 제작을 중단한 것이며, 제작을 다시 하려면 왜 원칙을 조정해서 예외 적용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라고 이야기했다.

주간 또한 기존 1668호 발행일이었던 지난달 18일 전체 기자가 참여한 회의에서 “금요일 오후 6시 제작 마감’ 원칙을 수용해야 1668호 제작을 재개할 것이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제작 및 신문 발행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주간은 지난달 21일 기자들에게 쓴 글인 ‘지켜야 할 가치, 바꿔야 할 관행’에서 “6시 마감 원칙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혼란을 줄여 제작 과정을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적용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6시 마감 원칙은 학생신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기자들의 열정과 노력을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독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편집위원은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발행 중단이라는)이러한 결정이 적지 않은 숙고를 거쳤다”며 “대의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알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마감 원칙을 정하고 미이행 시 조직 전체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해당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최후의 조치일지라도 지금의 방식으로 신문을 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무등일보에 ‘<전대신문> 1668호 제작을 중단한 이유’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편집위원은 “<전대신문>은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였다”며 “그 결과 외주를 준 제작소에 별다른 조건 없이 지속적인 연장근로를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전대신문>에 힘을 보태준 332명

지난달 26일 〈전대신문〉 기자들이 인문대 1호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동시에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발행 중단 사태에 놓인 기자들은 지난달 22일 ‘<전대신문> 주간·편집위원은 편집권과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제작 중단 통보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자보를 학내 15곳에 붙였다. 대학 언론과 광주 언론들에게 취재요청서를 보내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45분 인문대 1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오프라인으로 ‘전대신문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한 지지서명’을 받기도 했다. 전북대신문에서는 기자 3명이 기자회견 취재를 오기도 했다. 기자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무조건 오후 6시’까지 신문 편집 작업을 종료하라는 일방적 강요를 비롯한 편집권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둘째, <전대신문> 1668호 제작 중단 사태에 대해 독자들과 학내 구성원들에게 사과하라.
셋째, 편집권 침해, 언론 자율성 침해 등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학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신문방송사 사칙을 개정해 대학 언론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라.

이날 <전대신문> 47기 김덕수씨 또한 <전대신문> 동우회 대표로 ‘<전대신문> 발행을 즉시 재개하라!’라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는 <전대신문> 44기부터 79기 사이 <전대신문> 전직 기자 105명이 현직 기자들의 편집 자율권 투쟁을 지지하며 서명한 성명서다. 성명서에는 “주간·편집위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자들과 협조해 신문을 펴낼 책임이 있다”며 “발행인(총장)에게 알리지 않고 독선적으로 신문을 내지 않은 건 심각한 월권행위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통행식 제작 기준을 내세워 사태를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들이 독자와의 신뢰를 운운한 것에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전직 기자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발행인은 <전대신문> 1668호 발행을 즉각 재개하라.
2. 주간·편집위원은 일방적인 발행 중단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전대신문>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라.
3. 발행인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
4. 신문방송사는 취재보도의 자율성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라.

기자회견에서 <전대신문> 연대 성명을 발표한 이홍규(사회·20) 총학생회장은 “제작 중단된 신문에서 다루고자 했던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간 토론회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정보 제공의 기회였다”며 “이 중요한 현장이 신문에 실리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알 권리와 민주적 소통의 장을 제한하는 것”이라 발언했다.

지난 26일부터 진행한 온·오프라인 연대 서명에는 12일이라는 기간 동안 219명의(온라인 191명, 오프라인 28명) 사람들이 연대했다. 그중에는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써준 사람도 있었다. 한 학생은 “임시 홈페이지에 게시한 1668호 기사가 입학 후 본 <전대신문> 중 가장 신문다운 신문이었다”며 “언론이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을 주간보다 현직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유정 군산대 언론사 편집장은 “‘<전대신문>의 발행 중지’라는 문장이 믿기지 않았다”며 “대학 언론에서 4년간 활동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학우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기록되어야 하는 것들을 신문에 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전대신문> 기사를 통해 학생회 선거 후보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더 얻어갔을 것이다”며 “이번 <전대신문> 발행 중단 사태는 독자들의 눈과 귀를 막았던 사태”라고 말했다.

 

임시 홈페이지에 선거 기사 게시

1668호 기사를 자체 공개하기 위해 만든 임시 홈페이지.

며칠 뒤에 있을 2025학년도 총학생회 선거 기사를 기다리던 독자들은 예정된 발행일에 기사가 나오지 않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독자들은 발행일로부터 4일 뒤인 지난달 22일 기자들의 성명 발표 전까지 <전대신문>이 기존 1668호가 발행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ㄱ씨는 “당장 다음 주에 총학 선거가 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며 “왜, 어떤 것 때문에 나오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나오지 않은 1668호 기사들이 ‘죽은 기사’가 되지 않기 위해선 2025 총학생회 선거 전에 기사를 공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션을 활용하여 임시 홈페이지를 만들고 총학생회 선거 하루 전인 25일 새벽 1668호 기사를 자체 공개했다. ‘축제준비위원장vs공대회장’ ‘4시간 넘어간 토론회…후보자들 답변은 “모호”’ 등 발행되지 않은 기사들이었다.

대자보 부착과 기자회견, 기사 자체 공개 등 일련의 흐름이 지난 뒤 지난달 29일 전체 기자와 주간 및 편집위원이 모두 참석한 전체회의가 진행됐다. 주간과 편집위원은 6시까지 신문 편집을 완료하는 원칙을 수용할 수 없다면 편집을 업체가 아닌 기자들이 직접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자들이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직접 편집을 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6시까지 신문 편집을 완료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기자들은 회의를 통해 두 방안 모두 결국 같은 얘기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달했다.

<전대신문>은 지난 3일 기존 주간이 사직을 하고 조상균 주간직무대리가 부임한 뒤에야 비로소 발행을 재개할 수 있었다. 편집위원은 올해까지 근무, 제작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1668호와 1669호를 합본호로 만들기로 편집국장이 결정하고 지난 11일 합본호 제작회의를 하며 <전대신문>은 발행을 재개했다.

이 사안에 대해 2021년, 2022년 <전대신문> 주간이었던 정경운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외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부적인 문제를 신문 발행 중단으로 끌고 가는 건 지나치게 무리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대신문〉 1668호 임시 홈페이지 QR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