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계에 알린 한강 작가에 감사”
광주에서 온 편지
5·18의 가치 세계적 인정받는 계기
“인간의 잔혹함 부드러운 언어로 표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새벽 늦은 시간 300여명의 시민들이 광주광역시청(시청)에 모였다. 시청 앞 광장에는 은하수가 쏟아져 내렸다. ‘빛고을 무지개’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1,200개 조명으로 보여준 은하수였다.
지난 10일 시청 시민홀에서는 ‘광주에서 온 편지’ 행사가 열렸다. 이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시민 축하행사다. 행사에서는 강연과 공연, 편지쓰기 등을 진행했다.
시상식 전 11일 자정부터는 광주 시민들의 편지 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이 편지는 한 권의 책으로 엮여 한강 작가에게 전달된다. 광주 지혜학교 학생 채민서(16)씨는 “광주를 세계에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며 “한강 작가님의 수상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이 인터뷰와 과한 축하를 거절한 이유가 ‘세상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며 “저도 여기서 한강 작가님의 수상을 축하하고 즐기면서도 씁쓸하다”고 말했다. 논술 교사로 일하고 있는 ㄱ씨는 “역사를 기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동참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12시 45분, 한강 작가가 칼 구스타프 16세(Carl XVI Gustaf) 스웨덴 국왕에게 노벨문학상 증서를 수여받는 그때,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노벨문학상위원 엘렌 마트손(Ellen Mattson) 작가는 “한강 작가는 인간의 잔혹함과 잔인함을 부드러운 언어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흥겨웠던 순간은 참여자들이 다 같이 노래부르며 춤추던 순간이다. 광주 출신 재즈사운드 뮤직그룹 ‘솔뮤직컴퍼니’는 노래 △‘촛불하나’ △‘Bravo My Life’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등을 선보였다. 특히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는 한강 작가가 작사·작곡·노래를 맡은 자작곡이다. 시민들은 솔뮤직컴퍼니가 ‘촛불하나’를 노래할 때 무대 앞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반대로 엄숙했던 시간은 극단 ‘신명’의 모노드라마 상연 시간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는 춤과 <소년이 온다> 등장인물인 동호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가 모두를 슬프게 했다.
주홍 작가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를 샌드 아트로 재해석했는데, 주황색 조명과 어두운 모래의 조화가 두 작품의 정서를 극대화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행사장은 갑작스럽게 불이 꺼졌다. 이어 반투명한 천막에 옛날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이 등장했다. AI홀로그램으로 복원된 <소년이 온다>의 ‘동호’였다. 동호는 5·18민주화운동(5·18) 당시 사망한 문재학 열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동호는 5·18을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애도 문학에 대해 강연한 신형철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는 “한강 작가의 수상은 5·18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라고 말했다.
강연을 들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애도의 전제는 진실 규명”이라며 “5·18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한강 작가는 ‘진실 규명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그런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 치유의 길에 문학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것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