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필요성 확립하고, 여러 창구 고민해야
2024 <전대신문> 독자 평가 좌담
유성민 “신문사 규정 마련해야”
조현홍 “총학 선거 특집호 발행 중단…학생 자치 방해 문제도”
정지혜 “기자들, 기사 논조 확실히 인지해야”
김현조 “신문 발행 중단, 단호하고 명확한 학생 권리 침해 사례”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은 <전대신문>의 한 해를 돌아보는 독자 평가 좌담을 진행했다. 창간 기념으로 진행했던 기획, 보도 기사, 특집호, 전례 없는 신문 발행 중단 사태까지 독자들과 각각의 주제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 <전대신문>의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좌담회에는 △김현조(정책대학원 일반행정 석사과정)씨 △유성민(물리교육·21)씨 △정지혜(국어교육·19)씨 △조현홍(중어중문·20)씨가 참석했으며 지난 18일 제1학생마루 신문방송사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창간 70주년 특집호, 총장임용후보자선거(총장선거) 특집호, 총학생회(총학) 선거 특집호로 꾸려졌던 발행되지 못한 1668호까지. 작년, 재작년과 비교해 특집호를 많이 발행했다.
유성민(유): 총장선거 특집호도 그렇고, 창간 70주년 특집호도 그렇고 새로운, 여러 가지 볼 것들이 많아 독자 입장에서는 되게 재밌었다. 총장선거 특집호는 모든 대학 구성원이 유권자였던 만큼 모처럼 모두 신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발행하길 잘했다.
조현홍(조): 나도 여러 특집호들에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총장선거나 (비록 발행되지는 못했지만) 총학 선거 같은 중요한 사안들을 특집호로서 머리에 각인시켜 주었다. 다만 총학 선거는 다른 주제에 비해 시의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신문이 나오지 못해 안타깝고 아쉽다.
정지혜(정): 총장선거 투표 전 특집호를 발행한 것은 굉장히 좋았다. 다만 신문 발행 중단은 예상하지 못했다. 나중에 총학 선거 기사가 나오면 읽으려고 토론회 등은 가지 않았는데 신문이 안 나와서 당황했다.
‘이 시대 여성작가를 만나다’ ‘문화도시 광주, 그 이야기를 따라서’ 등 여러 기획도 진행했다. 눈에 띄는 기획이나 특집이 있나?
김현조(김): <전대신문> 인식조사<본지 1664호(2024.6.3.발행)>. <전대신문>이 계속 독자들의 생각, 반응을 궁금해하고,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조: 고려인마을에 다녀와서 작성한 르포.<본지 1665호(2024.9.2.발행)> 해당 기사가 보도되기 며칠 전 인권센터 서포터즈 활동으로 방문했었는데 고려인마을의 상황이나 내용을 기록물 형태로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정: 김윤수 제18대 총장(<전대신문> 9기) 인터뷰.<본지 1664호(2024.6.3.발행)> 인터뷰 속 “대학신문이 무슨 말을 하든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와 같이 코멘트에 깔려있는 메시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밌었다.
유: 1664호(창간 70주년 특집호). 특집호 기획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옛 창간 특집호를 봤었다. 공통적으로 있었던 키워드는 ‘무관심’이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은 많구나 근데 해결은 안 되는 구나 생각했다. 이런 특집호는 신문사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성 언론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다.
전체적인 지면 구성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싶다. 내부적으로는 ‘사회’ 면의 구성이나 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각 분야 별로 본다면.
정: 올해 있었던 총장, 총학 선거나 연초 학점비율조정 이슈 등 학내에 일이 많지 않았나. 그저 올해의 특성인 것 같다.
조: 대학신문 특성상 ‘대학’ 분야에 먼저 집중하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우선순위의 개념인 것 같다.
김: 동의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전대신문> 혹은 전남대 구성원이 바라보는 시각을 담았을 때 신문이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든 이 분야를 지켜내야겠다기보다는 특정 분야를 충실히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을 때, 결과물이 더 좋을 것 같다.
유: 작년과 올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직접 살펴봤다. 사회 분야는 작년 신문 한 호당 2.1개의 기사가, 올해는 1.2로 확실히 줄었다. 문화 분야는 작년이 1.8이고, 올해는 2.5다. 즉 신문 한 호당 대략 2.5개 이상의 문화 기사가 실린 셈이다.
<전대신문> 사회면은 주로 지역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제적인 문제나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과학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보면 좋을 것 같다. 이때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다든지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대학’ 면의 보도는 어떠했나.
정: 최근 몇 달은 괜찮았는데 상반기 <전대신문>은 총학에 굉장히 비판적인 반면 대학 측에 대해서는 충분한 비판을 하고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1659호(2024.2.26.발행) ‘학생들 반발 속 공청회 종료’ 기사에서는 양영희 교수의 “성명서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말로 기사를 끝냈는데 이 기사가 과연 공정했나 생각했다. 마지막 문장으로 끝내면 총학에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가 된다.
총장선거 투표율 분석 기사<본지 1667호(2024.10.7.발행)> 또한 당시 학생 투표수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목에서는 투표율이 낮다는 논조였다. 다른 관점으로 제목을 쓴다면 3~4시간 만에 학생 투표 7천표 달성했다는 관점도 있다. 기자들은 본인이 어떤 논조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지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나중에 학생 투표율을 다시 논의할 때 저 헤드라인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위험하지 않나 싶었다.
유: 총장선거 때 1차 투표가 오후 12시까지였고, 참여 인원이 30% 정도였다. 총학 선거의 경우 같은 시간에 절대 30%가 나오지 않는다. 이걸 생각하면 투표율이 괜찮다. 제목은 투표율을 높이고자 했던 학생 수준의 노력이 확인되는 올해 상황에서 대학생들에게 더 투표에 참여해야겠다는 경각심을 주는 기사로는 의미가 있다.
김: 대전제로 언론 또는 신문은 중립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51대 49라고 해도 기자의 시각이 담기는 것이다.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기사면 기자가 그 각오를 하고 쓸 필요도 있다. 조금 더 들어가서 생각하면 투표율이 왜 이렇게 최저로 나왔는지 궁금했다. 이를 추가로 다루어도 좋았겠다.
정: 또 지적할 만한 부분은 각 대학 구성원이 얼마나 투표했는지 표로는 나와 있지 않다.
유: <전대신문>이 도표, 그래프에 약하다. 막대, 원형 그래프는 많이 사용하지 않고 질적 자료, 인터뷰 자료를 많이 쓴다.
올해 여론면 독자 참여를 늘리고자 ‘소박한 나의 기록’ 신설했다. 여전히 참여는 미진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 신문은 글로 소통하는 매체다. 그런데 학생들을 보면 글쓰기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고, 본인이 쓴 글을 공공연하게 내보이는 경험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독자가 익숙하지 않고 부담을 느껴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독자 참여 코너 자체는 대학생으로 하여금 신문에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정: 학생회 이외에 이름이 별로 알려질 일 없는 일반 학생들은 익명을 선호한다. 익명으로도 글을 받으면 참여율이 높아질 것 같다. 또 자유 주제보다 주제를 던져주며 기고를 부탁하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김: 독자 참여라고 했을 때 <전대신문>이 원하는 값이 있을 텐데 그게 지면에 글로 나타나야 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참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를 전제로 두고 마음 편하게 접근해도 좋을 것 같다.
유: 성향 차이기는 하나 익명성이 강해지면 생기는 문제도 많다. 익명에 기대 책임 없이 글을 쓴다는 게 무시무시한 도구가 된다.
정: 기고를 받을 때는 익명이 아니고 게재할 때만 익명으로 하면 기사에서 익명으로 뜨더라도 신문사에서 확인을 한다는 점에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기사 취재 및 분석 측면에서 긍정적 사례로 여겨지는 기사는.
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는 몰랐던 사실을 끄집어내서 밝혀주는 기사다. 카프리존 기사<본지 1667호(2024.10.7.발행)>나 유학생 청원서 제출 기사<본지 1666호(2024.9.2.발행)>는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또 다른 좋은 기사는 복잡한 사안에 대해 정리해 주는 기사다. 총장선거 특집호(1667호)가 그렇다. 신문 하나로 궁금증을 다 해결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된다.
학점비율조정안 해석이 달랐다는 기사<본지 1662호(2024.4.8.발행)>는 둘 다 해당된다. 몰랐던 문제의 공론화, 복잡한 이해관계 정리까지.
김: 방치된 생리대 자판기 기사<본지 1662호(2024.4.8.발행)>. 생활상의 문제인 만큼 기사를 읽었을 때 문제가 있다고 공감되는 기사였다. 이런 기사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조: 학점비율조정안 공청회 기사다<본지 1659호(2024.2.26.발행)>. 공청회에 간 학생보다 가지 않은 학생이 훨씬 많았을 텐데 인터뷰나 상황 설명 등 해당 안에 대한 흐름이 파악돼서 좋았다.
기사의 중립적 보도에 대해
유: 기성 언론들은 독자가 여러 신문 중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 대학에는 <전대신문> 하나밖에 없으니 선택권이 없다. 독자들은 하나의 견해를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회를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대신문>이 학생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기사를 쓴다고 느낀다. ‘기사가 너무 쏠렸네’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나밖에 없는 신문에서 일관되게 학생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서 좀 더 중립적으로 쓸 수는 없었나 생각 한다.
김: 학생회를 할 때 미운 감정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대신문>을 놓지는 않았다. 대학 사회가 갖고 있는 특성이고 하나뿐인 신문이어서 파워가 세기도 했다. 또 학생회로서 이슈가 던져졌을 때 실제 학생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어쨌든 <전대신문>은 학생들의 견제나 비판을 물론 두려워하며 계속 써나가는 게 맞다. 기계적 중립을 택하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글쓰기가 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두 개의 입장을 한 기사에서 다루려고 할 때 아무리 비중이 같아도 글 끝에 어떤 논조를 두는지에 초점이 가버린다. 차라리 각각의 입장을 담은 두 개의 기사로 구성하면 주제도 확실학고 더 전달이 잘될 것 같다.
전제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무산 기사<본지 1667호(2024.10.7.발행)>를 예로 들면 전학대회에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가지 않았던 사람들의 인터뷰는 없다. 왜 안 갔는지도 같이 실어주면 ‘이걸 바꿔서 하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겠다’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례 없는 신문 발행 중단 사태로 신문 2개가 발행되지 못했다. 해당 사태에 대한 독자 생각이 궁금하다.
정: 신문 발행권을 보장하고 오후 6시 마감을 주장하거나 그냥 주장하지 않거나 했어야 했다. 주간, 편집위원도 신문 발행을 목적으로 한다면 ‘발행’은 보장되었어야 한다.
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편인데 학생신문은 허락받는 존재는 아니라고 본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문제로 계속 가져갈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단호하게, 명확히 학생 권리를 침해한 사례다. 그리고 해당 사태는 꼭 아카이빙을 통해 <전대신문> 역사에 남으면 좋겠다.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기본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신문 발행 중단 사태는 총학 선거에 무조건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학대회든 학생총회든 이번 사안은 학생자치를 흔드는 일인 만큼 의결 기구 안건으로 논의될 정도로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 본다. <전대신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 사회에서 해당 문제를 공론화해서 의견을 많이 들어봐도 좋았겠다.
조: 대학언론이나 학생회가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목적 중 하나는 ‘학생자치’다. 총학 선거 특집호가 나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학생자치를 방해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재 구성된 내년 단과대만 해도 거의 절반이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생자치는 큰 위기다. 거기에 기름을 부어버린 꼴 아닌가. 또 총학 선거는 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이슈 3위 안에 들 것이다.
유: 편집위원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행 중단을 통보한 점은 잘못했다. 이외에 나머지 틀린 말은 없다. 요즘은 권리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다. 편집위원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꺼낸 것일 수도 있다.
권리 침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권리를 챙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자들은 편집위원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나 논리를 갖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 가능한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 성명서가 감정에 호소하는 것 같았다.
김: 소통해서 중재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물론 맞다. 그러나 애초에 대학언론 예산 등 보장되어 있는 것들이 적다. 또 마감 시간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권리는 너무도 쉽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전대신문>이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김: 언론, 신문의 소비 행태가 달라졌다. <전대신문>이 지면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이외의 창구를 다양하게 고민할 필요는 있다. 또 홈페이지 검색 엔진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특정 기사를 찾으려고 키워드를 넣었을 때 검색값이 잘 나오지 않는다.
조: 인권 서포터즈, 단과대 취업 서포터즈 등을 조금 더 조명해주면 좋겠다.
유: 먼저 종이신문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 두 번째는 학술적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대학신문 특징을 더욱 살려 교수, 직원의 이야기를 담으면 질이 확 올라갈 것이다. 또 신규 유입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회는 회칙에 죽고 회칙에 산다. 이번에 벌어졌던 내부 갈등은 규칙 없이 사람 간 대화로 해결하려 해서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