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언론이 가진 ‘가치’ 다시 돌아봐야 할 때
■1668~1669호 광장
올해 <전대신문>은 1954년 창간 이래 70주년을 맞았다. 전남대학교의 역사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함께 걸어온 <전대신문>의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마음 놓고 기뻐하기만은 어려운, 안타까운 일이 생기고 말았다. 지난 11월 18일 발행 예정이었던 <전대신문> 1668호가 주간과 편집위원의 일방적인 제작 중단 통보로 결국 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교육융합관과 다른 건물들에 비치된 <전대신문>의 여러 호를 읽어 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다. 평소처럼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가 대자보를 보고 사태를 이해하려 애썼고, 나름대로 그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하느라 그날 하루를 모두 써버리고 말았다. <전대신문> 독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전남대 학내 구성원으로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지지 서명에 동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 측의 권위적인 대처는 대단히 실망스러웠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기자단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언뜻 보기에 이번 사태는 기자단과 편집위원 측의 의견 차이로 인해 벌어진 단순한 갈등처럼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사태의 본질은 주간과 편집위원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해야 할 교내 신문을 일방적으로 발행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데 있다. 이는 교내 신문의 역할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데서 기인한 문제이다. 강조하건대 교내 신문은 주간과 편집위원의 개인적 판단으로 발행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다. 교내 언론은 학내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공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의 문제를 사적인 갈등으로 환원하려고 한다면 더 이상 그것을 '교내 언론'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의구심이 드는 점은 주간과 편집위원 측이 과연 기자단의 의견을 진정으로 반영하려는 의지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학생 자치의 중심이기에 반드시 1668호에서 주요 화제로 다뤄져야 한다. <전대신문>은 대학 신문으로서 학내 주요 이슈와 정책을 전달할 의무가 있으며, 오히려 총학 선거를 다루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인 것이다. 따라서 총학 선거를 특집으로 하는 호에 총학 선거에 관한 내용을 빼고 발행하자는 것은 터무니 없는 말이다. 편집위원 측의 말처럼 온라인 기사로만 발행하자는 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애당초 <전대신문>을 지면으로만 접하는 학우들이 대부분이며 이렇게 되면 총학 선거를 골자로 하여 계획했던 편집 구성도 다시 조정해야 해 크게 번거로워 짐이 분명하다.
모든 일은 그 내용 만큼이나 절차나 형식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주간과 편집위원 측의 오후 6시 마감 준수 원칙도 십분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1668호를 총학 선거 특집호로 계획하였기에 기자단 측이 말한 늦어지는 이유 또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신문을 발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일방적으로 제작 중단을 통보하기 보다는 지연 발행에 관해서 기자단 측과 논의 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무책임한 태도로 기자단 측에 문제를 떠넘기기만 하는 것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전대신문>과 학내 언론이 가진 공공의 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지난 70년간 지켜온 <전대신문>의 명예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모든 관계자가 책임감있게 소통하여 이번 사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