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의과대 교육과정 “비민주·비전문적”

강의 통·폐합돼도 담당 교수 몰라

2025-01-05     고민서 기자

개편안 표결 회의, 위임장 찬성표로 처리

작년 8월부터 시작해 12월 26일 확정된 의과대 교육과정 개편(안)에 일부 의과대 교수들이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임영채 의과대 교수는 “담당 교수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비민주적으로 개편했다”며 “개편안 내용 자체의 효율성,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2·18·19일 임 교수는 광주캠퍼스 일대에서 ‘부실한 교과과정 개편을 폐기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진행했다.

지난달 18일 임영채 교수가 대학본부 1층에서 1인시위하는 모습. 사진제공 임영채 교수.

본래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으로 이뤄졌던 의과대 교육과정은 교학위원회에서 개편안이 통과해 6년통합과정으로 변경됐다. 기초의학·임상의학 분야 일부 과목의 통·폐합도 함께 결정됐다. 올해 1학년부터는 개편된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임 교수를 비롯한 개편 반대 측 교수들은 개편안 내용 자체와 개편 과정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래 기초의학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의학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배웠다. 예를 들어 ‘심혈관 시스템’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서 해부학 관점으로 심장의 구조를, 생리학 관점으로 심장 박동과 혈액 순환 과정을 함께 배웠다. 그러나 이제는 △병리학 △약리학 △해부학 등 개별 과목으로 분리해 배우고 생리학, 조직학만 통합해 배우게 된다. 기초의학교실 담당 박종성 의과대 교수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해야 하는데 시뮬레이션도 거치지 않고 교육과정이 개편됐다”며 “강의 효율과 이해도가 떨어져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개편 과정에 대해서는 △교수회의 위임장 처리 방식 △담당 교수 의견 배제 △숙의 과정 부족 등 논란이 제기됐다. 작년 11월 19일 진행된 ‘의과대 교육과정 개편 논의 및 표결’ 교수회의에는 총 169명이 참석했고, △찬성 74표 △반대 55표 △기권 40표가 나왔다. 위임장을 제출한 교수는 24명이었다. 찬성표가 과반수를 넘지 않았지만 위임장을 제출한 24명의 교수들을 찬성으로 분류해 개편이 가결됐다. 위임장에 있는 ‘의과대학 교수회의에 부득이한 사유로 참석할 수 없기에 교수회의에서 결정된 사항 일체에 대하여 위임합니다’라는 내용을 찬성으로 해석한 것이다. 임 교수는 “위임 목적이 불완전하고 악용될 소지가 있었다”며 “매우 비민주적인 절차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담당 교수도 모른 채 강의가 통·폐합된 것도 지적했다. 그는 “의과대 과목은 매우 세부적이고 전문적이라 각 전문가 의견을 듣고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담당 과목인 ‘의학인문학의 이해’는 ‘의학의 기초’ 수업과 통합됐다. 이는 ‘의학의 기초’ 담당 교수 의견도 반영되지 않고 진행됐다. 의과대 교수 21인은 “교수회의에서 의견 개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짧은 시간 내에 교수들이 이해하는 것도 무리”라며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교수들의 항의에 대해 김연민 교무부처장은 “교육과정 개편 권한은 단과대에 있다”며 “본부는 의과대에서 결정한 사안을 받은 것이다”고 말했다. 개편 집행부인 의과대 부학장은 “내부 조율 수순이 남아 있어 공식 입장은 그 후에 표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