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신문 만들겠다”

류성훈 무등일보 편집국장 신년 특별 인터뷰

2025-01-05     글 이의진 기자, 사진 고민서 기자

편집국장 취임 이틀 만에 호외 발행
역사적 사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독자가 궁금해하는 소식 전해야

류성훈 편집국장이 지난 2일 무등일보 편집국장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기자들 호외 직접 배포 인상 깊어

“격동의 시기, 연대로 희망찾기 리셋”

올해 1월 2일 자로 나온 ‘무등일보’ 1면 기사 제목이다. 무등일보는 올해 신년호를 통해 ‘광주·전남 판을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류성훈 무등일보 편집국장은 “경제·정치·안전 등 모든 게 어려운데, 이런 문제들을 새롭게 바꿔나가자는 의미”라며 “우리 모두 성장하자는 뜻에서 이렇게 의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격동의 시기였다. 특히 △12·3 비상계엄 △경기침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은 새해를 맞이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류 국장은 “무등일보를 통해 우리 지역이 발전해서 시민들이 보다 잘 사는 상황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1996년도에 무등일보에 입사하여 올해 30년째 언론인으로 일하고 있는 류 국장은 편집국장으로 취임한 지 이틀 만에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호외를 발행하게 됐다. 류 국장이 지난달 3일 저녁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로 복귀했을 땐 이미 무등일보 경영진에서 호외를 발행하겠다고 결정이 난 상황이었다. 다음날 나올 신문을 인쇄하기 위해 돌아가던 윤전기는 호외 발행을 위해 멈춰있었다. 그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면서도 “누가 먼저 호외를 발행하자고 건의할 것이 없이 다들 호외 발행에 한목소리였다”고 말했다.

무등일보는 이번 12·3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호외를 총 2번 발행했다. 각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되었을 때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다. 발행된 호외는 무등일보 기자와 임직원들이 우리 대학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배포했다. 류 국장은 “원래 신문 배달차가 따로 있는데 그땐 비상 상황이다 보니 직접 배포했다”며 “호외를 통해 비교적 자세한 뉴스를 지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참 흐뭇했다”고 말했다.

무등일보가 호외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점도 있다. 류 국장은 “신문의 고유한 기능인 역사의 기록을 위해 이 사안을 지면으로 남겨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TV나 SNS가 발달하긴 했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는 지면을 통해 언론이 좋은 뉴스를 추려 독자들에게 적합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도 탄핵 인용 등 중요한 사안들이 남아있다”며 “의미 있는 사건이나 뉴스가 있으면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더 자세하고 빨리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과 14일 발행된 무등일보 호외. 류성훈 편집국장은 3일 취임한 후 바로 다음날에 호외를 제작했다.

대학 언론, 가감 없이 진실 알려라

류 국장은 대학 언론이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냐는 물음에 “어느 언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진실하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감 없이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그는 “기사를 읽고 판단하는 역할은 독자의 몫”이라며 마찬가지로 “대학 언론도 독자인 학우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신문일지라도 학생들을 위한 신문이지 않냐”며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건의 사항을 앞장서서 알리는 돌파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국장이 말하는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신문을 전체적으로 감독하며 기사 아이템부터 작성, 배치, 편집까지 관여한다. 아이템을 찾는 기준을 물었을 때 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은 세 가지 종류가 있었다.

첫 번째로, 독자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다. 류 국장이 생각하기에 독자가 궁금해하는 아이템이 가장 좋은 아이템이다. 그는 “많은 학생이 궁금해하는 소식을 전달해 주면 독자가 신문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려면 기자에게 잘못된 정책을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는 “기자가 정책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밝은 뉴스다. 류 국장은 1월 2일 자로 나온 ‘조선일보’ 1면 ‘새해 첫날 1,500명 봉사, 무안은 따뜻했다’ 기사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사건의 배경, 전개 과정 등을 설명하는 보도 기사로 썼다”며 “새해 첫날 이런 따뜻함과 이웃들의 모습을 담은 아이템도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또한 “학내에서 미담 사례나 훈훈한 소식이 있다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며 “전국에 전남대학교를 알리는 신문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독자에게 듣는 칭찬과 질책

지역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역할에 관해 묻는 말에 류 국장은 “지역 언론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무등일보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지역 언론으로 기자 수는 총 35명이다. 중앙 언론들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그는 “광주·전남만의 소식을 전할 수도 없고 수도권 위주의 중앙 소식만을 전할 수도 없다”며 “지역 소식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중앙 소식도 중요한 일은 빠짐없이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등일보는 독자들이 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적으로 듣고 더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독자권익위원회’를 운영한다. 사회 각계각층에 속한 이들은 무등일보에 칭찬과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류 국장은 “주로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기에 경청해서 듣는다”며 “신문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알려주신다”고 말했다.

또한 제보가 오면 작은 소리라도 듣기 위해 골목골목 찾아다닌다. 그는 “제보가 오면 반드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어떨 때는 딱 봤을 때 기삿거리가 아닌 것도 있지만 기자들이 일차적으로 취재를 다 한다”며 “그렇게 확인을 거친 뒤에야 그게 기삿거리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사에 달린 댓글 등도 허투루 보지 않고 다 확인한다”고 말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

류 국장이 만들고 싶은 신문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신문이다. 그는 “지역민들이 알고 싶은 기사를 쓰되, 고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져갈 류 국장의 신문 제작 철학이다. 류 국장은 “전문적으로 써도 좋겠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신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대신문>을 읽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류 국장은 “온라인 뉴스가 대세인 요즘 신문 지면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이 있기에 우리 신문사도 더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짧게 소비되는 영상이 아닌, 묵직한 글을 통해 보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글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 새해 출발은 암울하지만 한해 마지막에는 모두가 웃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