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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의 변

2025-01-05     박소희 전임 편집국장

돌아보면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가늠하던 날들이었다. 한계를 시험하는 이는 매일 달랐다. 어느 날은 취재원, 어느 날은 후배 기자 또 어느 날은 나 자신이었다. 신임 편집장으로 취임하며 한 해를 <전대신문>에 바치겠다 호기롭게 다짐했지만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이렇게나 모자란 인간이었던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되새기며 자책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신문을 만드는 일은 역시 치열한 일이고, 아무래도 늘 바쁜 신문사는 자기연민에 빠지게만 두지 않았다. 낮이면 취재하고 밤이면 기사를 쓰고 새벽이면 고민했다. 끊임없는 고민과 결정 그리고 설득의 반복이었다. 폭풍 없이는 성장도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은 말들을 되뇌며 밤새 울다가도 다시 제작을 이어 나갔다.

당연하게도 힘든 만큼 재밌고 뿌듯하기도 했다. 특히 총장 선거 같은 학내 큰 이슈들을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토론하는 즐거움이 컸다. 경험해 본 대학신문 기자라면 알만한 즐거움일 테다. 고통과 환희 속에서 시간이 금세 가버렸다.

3년간 배운 것들을 펼쳐놓고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전의 삶에서 잠들어 있던 나를 <전대신문>이 두드려 깨웠다고나 할까. 깨어난 삶 속에서 글쓰기가 뭔지, 치열함은 뭔지 깨달았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법도 다시 배웠다.

다만 후련하게 임기를 마친다는 말에 얹혀가지는 못하겠다. 현재는 발행이 재개됐으나 신문 발행 중단 사태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편집장으로서 기자들과 애써 다 만든 신문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깊이 자책한다.

변함없는 자명한 사실은 취임의 변에서도 썼듯 함께하기에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전대신문>을 지킬 수 있었다. 마지막 신문도 그렇다. 부족한 편집장 곁에서 각자의 몫을 해내며 함께해준 기자들에게 고맙다. 또 다정한 마음으로 늘 조언해 주신 여러 선배에게도 감사드린다.

<전대신문> 창간 70주년 한 해를 함께 보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 헤어질 결심은 아직이다. 이제는 적극적인 독자로서 함께하고 싶다. 다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전대신문>에 건네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영화 속 대사가 딱 맞겠다. 나 너 땜에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