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웃으며 다시 만나요
1671호 졸업 특별 기고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남대 정문에서 팡팡세계맥주 가게를 운영하는 심민호 사장입니다. 1994년 뷰이(beauy)라는 상호로 장사를 시작해 이 자리를 지킨 지 어느덧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정들었던 학생들이 곧 졸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운 마음에 글을 적어봅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해 사랑 이야기부터 취업, 진로 걱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던 것 같습니다. 생일이거나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축하주를 함께 마셨던 기억도 새록새록 합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많은 변화를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캠퍼스가 학원 같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남녀 갈등의 골은 더 깊어만 가고요. 학업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우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길. ‘낭만’으로 가득 찬 청춘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의 인생 선배로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생은 길다는 것입니다. 초년의 사회적 성공이 영원한 행복을 보장하진 않더군요. 부디 긴 호흡으로 미래를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또한 황금 같은 이 시기를 하루하루 즐기며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졸업을 앞둔 로스쿨 14기 학생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제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가까워져 제 마음을 치유해 준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가게 단골 학생 중 한 명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기들 졸업하면 사장님이 많이 헛헛해하실 것 같다고. 저의 마음을 꿰뚫어버린 한마디였던 것 같습니다.
장사를 시작한 뒤로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졸업생들이 찾아와 술 한잔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좋은 소식과 함께 가게에 다시 방문했을 때 자식이 성공한 듯이 기뻤습니다. 단골이었던 커플들이 결혼해서 가게를 찾아와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순간들도 기억납니다. 올해 졸업하시는 분들도 웃으며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유치원 때부터 서른 살 넘어서까지 공부만 해도 취업하기 힘든 세상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다들 잘 가시게들!
심민호 팡팡세계맥주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