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경쟁에 등 터지는 택배기사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의 이면
쿠팡과 대한통운의 점유율 경쟁
택배기사 “숨이 차도 뛸 수밖에 없어”
주 7일 배송 부추긴 택배사 간의 경쟁
올해부터 ‘CJ대한통운’(대한통운)이 공휴일을 포함한 주 7일 배송 서비스 ‘매일 오네(O-NE)’를 도입했다. 대한통운은 주 7일 체제를 도입한 이유를 “쿠팡 배송 전문 자회자인 ‘쿠팡로지스틱스’(쿠팡)과의 경쟁 속 배송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편의성 증대, 배송기사 복지 향상이 그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통운의 2020년까지 물량기준 점유율은 50.1%로 타 택배사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2023년부터 30%대로 낮아지더니 쿠팡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로켓배송·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 서비스 등 체계적인 물류·배송 인프라를 토대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세운 쿠팡은 대한통운의 택비시장 점유율(28.3%) 앞섰다. 2024년 2분기 기준 쿠팡의 택배 시장점유율은 36.3%로 2023년 대한통운은 32.5%, 쿠팡은 26.1%였지만 6개월 사이에 쿠팡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택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쿠팡 VS 反쿠팡
택배업계의 시장 흐름이 바뀌면서 기존 택배사도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서 주 7일 배송을 따르기 시작했다. 휴일에도 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택배사들은 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택배사가 협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쿠팡을 이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2위인 ‘네이버’는 올해부터 주문한 상품이 정해진 날짜까지 반드시 도착하도록 보장하는 서비스인 ‘도착보장 서비스’ 범위를 확대한다. △새벽 배송 △오늘·내일 배송 △휴일 배송 △지금 배송(주문 직후 배송 가능한 서비스) 등 배송 서비스를 추가한 상태다. 독자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쿠팡과 달리 네이버는 대한통운과 지분스왑을 통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소한다.
지난해 말 ‘신세계’ 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네셔널’ 합작법인 발표도 택배사 간 경쟁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해외직구가 성행하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과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과 빠른 배송의 장점을 활용해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알리바바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2026년에 신세계 지마켓과 합작법인 설립을 선언했다. 신세계는 이마트가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를 현물 출자하고 알리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해 양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신세계 그룹과 알리바바 양사 간의 협력으로 물류가 증가하게 되면 신세계 협력체인 대한통운은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지난해 8월에 대한통운이 신세계 계열 전자상거래(이커마스) G마켓·옥션·SSG닷컴 배송 비용 줄이고 속도 높이는 전략 내세웠다. 신세계 계열의 전자상거래 ‘G마켓’은 일요일 배송 서비스인 ‘스타배송’을 도입했고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오늘도착’과 ‘일요일 도착’서비스를 도입했다.
대한통운의 주 7일 도입으로 타 택배업체도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택배 약속배송’을 출시해 △새벽(오전 1~7시) △오전(오전 7~12시) △오후(오후 12~6시) △야간(오후 6~12시) 등 배송 시간대를 사전에 지정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11번가와 손잡은 한진택배(택배)는 평일 자정 전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22일 11번가가 주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토요일·일요일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서울과 경기·인천을 한정하여 제공한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택배업체
우리는 하루만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의 이점 속에서 살고 있다. 쿠팡에서 택배기사로 근무 중인 ㄱ씨는 “배송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다”며 “배송하다가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어도 일하는 구역에서 계속 일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쿠팡은 배송기사가 배정 물량을 모두 배송하지 못하면 다음 배정 때 노선을 조정하는 ‘클렌징 제도’를 운영 중이다. 클렌징 제도로 인해 택배기사의 배송구역 조정이나 계약해지 등 택배기사가 겪는 압박감은 증가하고 있다.
배송구역과 물류센터를 오가는 ‘다회전’도 택배기사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주간배송은 2회전, 야간배송은 3회전(일부 지역 2회전 시범 운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회전’ 과정은 △물류센터로 이동 △물류센터에서 상차 △배송기사가 노선을 돌고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과정을 여러 번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회전 과정 중 △프레시백 회수 △신선 마감시간 준수 △사진 보고 등을 배송기사의 업무로 포함하고 있어 업무강도가 일반 택배사보다 높다.
대한통운의 주 7일 근무 변경 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리점과 택배기사, 택배기사와 택배기사 간 분쟁이 생기는 등 현장 혼란이 증대되고 있다. 일요일 근무 불이행 시 계약 파기와 인력 공급이 적어 주 7일과 주 5일을 번갈아 가며 교대근무(한 달에 휴무 4일 체제)로 일하는 상황이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춘 쿠팡과 달리 대한통운은 여러 업체와 계약을 통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계약 체결된 업체가 물건을 주말에도 발송해야 주말 물량 확보가 가능한 체제인 것이다. 대한통운 택배기사 ㄴ씨는 “월요일 물량이 다른 요일에 비해 적은 편인데 일요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월요일 물량을 일요일과 월요일로 쪼개서 일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운송업체 경쟁 속 외면받은 고충
택배운송 일을 하는 택배기사의 주된 고충은 △신체적·정신적 건강문제 △사회적 고립 △과도한 업무량이다. 택배기사 경력 13년 차인 ㄷ씨는 더 넓어진 운송지역 범위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미 과도한 업무량을 적은 수의 택배기사들이 할당하고 있는데 담당 운송구역 범위까지 넓어져서 일이 많아졌다”며 “잘 모르는 구역에서 헤매느라 시간이 지체될 때면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숨이 차도 뛰거나 급하게 계단을 오르내린 적도 있다”며 “물류량이 늘어난 만큼 택배기사 수도 늘어나야 원활히 운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요일·공휴일 근무와 야간근무가 잦은만큼 택배기사의 인간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ㄷ씨와 다른 운송업체에 속한 택배기사 ㄹ씨는 “주말에도 일하다 보니 주변 지인의 결혼식과 돌잔치처럼 주말에 주로 열리는 경사에 참석하기 어려워서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좁아졌다”며 “일이 많은 것보다 당장 곁에 있는 가족과도 함께 시간 보내기 어려운 것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배송기사 외에도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 복지도 외면받고 있다. 겨울이지만 난방이 되는지 모를 정도로 추운 환경에서(기간) 당일제로 상하차 작업을 해봤다는 이찬민(미디어커뮤니케이션·24)씨는 “쌓아놓은 택배가 공간 차지를 많이 해서 움직일 공간이 적었다”며 “키보다 높게 쌓아놔야 해서 무너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안전하게 옮기면 레일도 막히고 분량도 채울 수 없어 조심히 옮길 수 없다”며 “레일 모서리도 날카로워서 다리가 긁혀 상처난 채 복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새벽 언로딩 작업을 한 ㅁ씨는 “작업 분위기가 빨리 끝내고 빨리 쉬자는 분위기라 정신 없고 육체적으로 힘이 부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여름 새벽이었는데 6시간동안 음료수 10캔을 비웠을 정도”라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탈진해서 쓰러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2017년 이후 택배업 사망재해는 57건이 승인됐다. 그중 질병사망의 대부분이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으로, 과로사였다. 인터넷으로 식자재를 구매하는 김영민(29)씨는 “뉴스에서 택배기사나 현장 노동자가 과로사 한 뉴스를 접한 적있다”며 가끔 새벽에 깨어있으면 택배기사 분이 계단을 급하게 오르내리며 물건을 배송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걱정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업계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목숨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