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主夫), 전업 부자(父子)

1673호 줄탁

2025-03-23     전대신문

필자는 요즘 바쁘게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산다. 작년 10월부터 아빠가 된 필자는 두달 뒤 근로계약이 만료되어 평일에는 온전히 아이를 돌보는 전업주부이자 전업아빠로 살고 있다.

주부를 표현하는 각 나라의 용어는 참 재미있다. 네덜란드어는 성별에 따라 주부가 여자이면 huisvrouw(집+여자), 남자이면 huisman(집+남자)라고 한다. 영어 표현에는 stay-at-home mom 혹은 dad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있다. 스웨덴은 복지국가답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흔히 다른 아빠들과 함께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는 모습들이 목격되어 전업 아빠를 ‘라떼 파파’라고 부른다.

비교적으로 한국어는 좀 더 평범하고 성평등의 느낌은 덜한 편이다. 2010년 들어 ‘남성(전업)주부’라는 단어가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국어사전에는 남자인 주부를 표현하는 단어는 찾기 힘들다. 네이버 영어사전에 househusband를 검색해야 겨우 전업남편, 주부(主夫)가 나온다. 주부의 본래 한자는 ‘주된 주(主)’와 ‘아내 부(婦)’로 되어 있어, 남성 주부를 ‘남자인 주된 아내’라고 번역되기도 해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요즘은 아내 부(婦) 대신 남편 부(夫)로 한자 하나 바꾸어 주부(主夫)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주부는 여전히 여성을 가르키는 단어라는 인식이 크다.

언어적 성불평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낳자마자 자주 접하게 되는 ‘모자동실’에서 모자(母子)를 보면 산후조리원은 출산한 여성을 위한 공간이긴 하지만, 아빠의 역할이 배제된 느낌을 받는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기저귀 갈이대가 여성 화장실에만 있다는 사실을 보며, 아빠로서의 역할이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 문득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필자를 바라보고 울고 웃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직업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육아로 경력 단절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력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실은 육아처럼 다재다능한 역할을 요구하는 직업도 그리 많지 않다.

장기간 육아를 경험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육아라는 일의 고유한 전문성이 있다. 그래서 ‘전업주부’라는 시간을 경력으로 삼아, 나 자신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저는 주부로서 신생아의 수유, 수면, 건강 관리 등을 책임지며 멀티태스킹과 시간 관리 능력을 키웠습니다. 아기의 젖병 및 분유 거부 위기 시에는 감정을 공감해주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같은 행위를 수없이 반복해야하는 인내심을 통해 3일만에 잘 극복해낸 경험이 있습니다. 육아의 시간을 통해 저는 아무리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집중력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발전시켰습니다.”

하도마 Thomas C. Adriaenssens(성균관대 법학과 박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