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과거 반북 프레임이 한국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실용적 외교·경제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에 덧붙여 반중 정서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자생적 반응을 넘어 정치적 프레임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사회에는 반중 정서가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배경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접국으로서 상호 협력해야 할 이유 또한 너무나 많다. 2003년 이후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각각 20% 수준을 차지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DeepSeek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한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다투고 있는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경쟁과 협력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265만명 중 중국인은 36.2%를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인접국은 갈등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교류국이었다.
한국과 같은 작은 영토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경제나 안보 관점에서 냉철한 외교전략은 생존의 수단이다. 반중과 친중이라는 단순한 사고로 우리의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다. 안보와 군사문제, 국제 관제, 인권 및 환경문제 등 사안별로 상이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산업별로 협력과 경쟁의 수준은 상이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양극화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에 휘둘려 친중이 반역행위라는 식의 접근을 한다면 갈등 외에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근거 없는 음모론과 감정에 치우친 대응은 국가를 위기에 빠트리기 쉽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온 세계가 지향해야 할 공통의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 빈곤의 척결, 기후위기의 해소, 평화와 인권의 강화를 위해서는 대화하고 협력해야만 한다. 실용과 이상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지향할 가치들을 팽개친다면 야만만이 남는다. 대결이 우리가 지향할 것일 수 없다. 많은 난관들이 있지만 상호 존중의 자세는 우리가 이상에 다가가는 기본적인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