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메커니즘

2025-03-23     심리학과 황석현 교수

“운동을 하니까 정신이 확실히 맑아지는 느낌이야… 근육은 좀 아프고 운동할 때에는 너무나도 힘든데… 오늘도 해야 할 거 같아…”

“유튜브를 보니까 그래도 많이 심심하지는 않네… 해야 할 것도 못 하고 있고 너무 시간을 허비하는 느낌이긴 한데… 계속 봐야 할 것 같아…”

“혹시 난 도파민 중독 아닐까?”

삽화 박서지(사학ㆍ22)

현재 다수의 언론이나 대중 사이에 도파민 중독이라는 용어가 마치 모든 중독을 설명하듯 남용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독은 도파민 자체에 중독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파민은 다양한 뇌 구조와 신체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보상 및 동기부여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운동, 학습, 기억, 기분 조절, 의사결정 등 인간의 행동과 생리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금주하는 것처럼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에게서 도파민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중독과정에서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특정 행동이나 활동에 대한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이 형성될 수 있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쾌감을 느끼게 하고 보상이 되는 행동을 잘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음주, 흡연, 마약, 게임, 소셜 미디어, 과도한 폭식과 같은 다양한 행동들은 뇌에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여 자신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달리 즉각적이고 강한 쾌락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런 활동을 추구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중독행동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에서 뇌의 보상 체계는 점차 둔감해지고 더 이상 이전만큼의 쾌감을 주지 못하게 된다. 즉, 중독 물질의 반복적인 사용은 그 물질이 작용하는 신경세포에 손상을 초래하면서 같은 양의 물질로 인해 느껴지는 쾌감이 점차 둔화된다. 이를 ‘내성’이라고 하는데, 주량의 증가가 가장 보편적인 예의 하나이다. 물질뿐만 아니라 도박이나 인터넷 중독과 같은 중독성 행동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는데, 점차 더 큰 돈을 베팅하거나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고 더 많은 시간을 중독 행동에 보내는 등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대학교 MT에 가서 술을 처음 마셔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그래서 그다음에도 애들하고 같이 술 마시면서 놀고… 애들 만나면 보통 늦게까지 술 마시면서 놀고 그래요. MT나 과 행사, 과팅, 동기 생일날, 종강, 뭐..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그냥 술을 많이 마시죠…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술이 있어야 분위기도 좋고… 처음에는 몇 잔 마셔도 어질어질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주말에 새벽까지 놀아도 멀쩡해요.”

이런 약물이나 중독 행위가 제공하는 쾌감이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즉각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그것에 쉽게 끌리게 된다. 그리고 점차 중독 행동과 관련된 기억과 생각이 증가하고 그것은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여 이전에 없었던 강하고 거부하기 힘든 갈망, 즉 ‘땅김’이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독 행동은 일반화되며 이는 마치 초기에는 MT와 같은 특정 사회적 상황에만 했던 음주가 점차 일반화되어 대학 생활의 거의 모든 사적 모임의 요소가 되는 것과 같다. 

“술을 마시면 좋은 부분이… 제가 사람들하고 있으면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하고 만나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그런데, 술을 마시면 많이 편해지고 말도 더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기분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그리고 신경이 쓰이는 게 있어서 잠이 안 올 때 가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애들 만나서 술 마시는 게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해서 술을 아예 한 박스씩 사서 냉장고에 쟁여 놓고 혼술을 즐기는 편이에요.”

중독의 초기 단계에서는 처음 경험해 보는 물질이나 행동의 효과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술은 단기적으로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키거나 긍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고 흡연도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는 보상으로 작용하여 그 행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전에 경험했던 쾌감도 점차 더 이상 느끼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중독 행동을 함으로 인해 얻는 쾌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하지 않으면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이 슬슬 올라와서 그것을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밀려오는 불안이나 초조함,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활력이 없거나 졸려서 집중을 못 하겠다는 느낌,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느껴지는 무료함과 무력감을 회피하기 위해 그런 행동이 지속된다.

여기에는 도파민과 관련된 보상체계의 신경학적 손상과 더불어 신체의 반대과정이 작용한다. 우리 몸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신체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성이 작동하는데, 약물이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은 이러한 항상성 유지에 매우 큰 위협이 된다. 인위적이고 순간적인 쾌락에는 항상 위험과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의 몸은 그것에 대항하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작용을 하게 된다. 

우리 몸은 니코틴이나 카페인과 같은 흥분제에 대해서는 신경세포의 과잉활동을 억제하고 알코올과 같은 억제제에 대해서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반대로 촉진시킨다. 도박이나 인터넷 게임, 자극적인 동영상과 같은 행동도 뇌에 물질과 유사한 흥분과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반대과정은 중독 행동이 반복될수록 더욱 강화된다. 문제는 갑자기 중독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중독 행동을 멈추면 반대과정의 효과가 그만큼 강한 금단증상을 일으켜서 오히려 정상적인 기능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술로 인해 이완되었던 몸이 술이 없으면 불면증을 겪게 되고, 불안하고 초조하며 식은땀이 나고, 심하면 심박수와 혈압이 증가하고 발작 및 섬망 증상까지 동반하게 된다. 역으로 갑자기 커피를 끊을 경우, 집중력 저하와 우울감을 동반한 피로감 및 무기력감 등 때문에 일상적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게 된다. 이러한 반응은 도박이나 게임, 스마트폰 사용 등을 멈출 때에도 유사하게 일어난다. 이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중독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술을 너무 자주 마셔서 힘들어요. 뭐, 이번 학기에 너무 놀다 보니 시험도 제대로 못 보고, 절반 이상은 재수강 각이에요. 하지만 공부에 대해 생각할수록 스트레스만 받고… 술을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생각대로 잘 안되네요… 술을 안 마시면 잠도 잘 안 오고 뭔가 헛헛하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려면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차피 공부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중독의 부정적인 결과는 학업/직업상의 문제, 관계의 손상, 개인위생 및 건강의 손상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특히 청년들의 중독은 보다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살수 미래 기회비용을 빼앗아 간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과제이다. 많은 학생들이 과음, 도박, 과도한 인터넷 사용 등으로 인해 최적의 학업 수행과 진로 준비가 방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을 처음부터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술자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 생활에서 술을 아예 먹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관계의 폭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 그것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러한 중독의 위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그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독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왜곡된 사고 경향이 있는데, 자신에게도 이러한 중독에 취약한 사고방식이 있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의 모습이 대부분의 문항에 해당한다면 교내 학생생활상담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중독 취약성 유형

1.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 ‘이렇게 밤새 마시고 기절할 때까지 노는 게 대학 생활의 로망이지.’  ‘주중에 힘들게 공부했으니까 주말에는 마음껏 유튜브 보면서 놀아도 돼!’

2. 극단적 사고 (흑백논리):  ‘술을 마시려면 취해야지. 안 그럼 왜 마셔?’  ‘드라마를 보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해야지!’

3.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부정:  ‘며칠 마신다고 시험을 망치는 건 아니지.’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으면 밤새서 볼 수 있지 않나?’

4. 자신의 행동을 미화: ‘술을 마시면 나는 재미있게 변해!’  ‘이 드라마를 봐야 애들 대화에 낄 수 있지!’

5.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 전가: ‘내 동기들이 이렇게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나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을 거야.’   ‘애들이 자꾸 같이 게임하자고 불러내서 어쩔 수 없어.’

6. 피해자 의식: ‘내가 스트레스만 받지 않았어도 그렇게 술을 마시지는 않았을 거야.’  ‘아, 내일 1교시 때문에 오늘 밤에 핸드폰도 편하게 못 하겠네!’

7. 행동에 대한 선택적 기억: ‘지난번에 술 마시면서 서로 진짜 친해졌잖아.’  ‘지난번에 밤 새서 유튜브 보다가 좋은 과제 아이디어가 떠올랐잖아!’

8. 중독 행동을 통한 즉각적 만족 추구: ‘지금은 즐기고 싶으니까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자.’  ‘과제가 급하긴 하지만...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으니까 조금만 더 보고 시작하자!’

9. 문제에 대한 자기비하: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사람이야.’  ‘그냥 이렇게 핸드폰이나 쳐다보고 있는 내 인생은 어차피 망한거지...’

10. 문제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과소평가: ‘술을 마시다 보면 필름도 한 두번 끊기도 속도 쓰릴 수도 있는거지.’   ‘늘 밤늦게 핸드폰 보다 자는데도 아직 1교시 수업을 두 번밖에 안 빠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