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4월 4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판결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를 비롯해 국회에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등이다. 모두 중대한 위법행위로 인정됐다.
무엇이 윤 대통령의 탄핵과 위법행위를 초래했는가? 전문가의 시각에 따라 오만과 불통, 독단, 사익추구, 망상, 폐쇄성 등이 지적된다. 미디어학자로서 필자가 보는 가장 큰 원인은 소셜미디어다. 그중에서 특히 영향력이 크고,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튜브다. 여기서 활동하는 보수 유튜버가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었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에만 의존한 결과, 현실을 오판했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결정적 사건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영장주의를 위반하고, 독립성을 침해한 일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법원 판결에서 여러 차례 허위 사실로 판명되었다. 더구나 윤 대통령 자신이 당선된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말하면 정당성이 사라진다. 근소한 득표율 차이를 부인하면 과대망상이다. 투표 결과는 정치인의 언어와 행동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주장의 근거가 없거나 매우 빈약했다. 법원이 의혹을 거듭 배척한 이유다.
윤 대통령과 보수 유튜버의 관계는 당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레 보도(2024.12.14.)는 이와 관련해 상세하게 전한다. 보수 정치 세력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선되는 과정에서 유튜버와 서로 신뢰하게 된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명의 보수 유튜버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 취임식에 유튜버들이 초청을 받았고, 대통령실의 핵심 참모가 보수 유튜버 채널에 출연해 국정 현안을 설명했다. 몇몇 유튜버는 선거 과정에서 또는 취임 이후 윤 대통령과의 교감을 내세우기도 했다. 심지어 한 보수 유튜버는 공직을 맡기 전에 대통령의 긴급명령 발동으로 헌정 질서 파괴 세력의 해체를 주장했다. 대통령과 주변에서 무리한 주장이 반박되지 않은 채 허용되었다면 비상계엄 선포에 조금씩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커진다. 억측과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보수 유튜버의 목소리가 축적되었고, 윤 대통령은 결국 위법한 행위를 잇달아 범하면서 탄핵된 것.
유튜버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주인공이다. 텔레비전 시대의 주역인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정치인에 해당한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치 유튜버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흐름을 재빠르게 포착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마음을 잘 읽었다. 미디어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정작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부족하다. 수많은 콘텐츠가 보여주는 화려한 모습은 사실 겉치레인 경우가 흔하지만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대조된다. 끊임없이 비교를 강요하는 콘텐츠에 의해 좌절감이 축적된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대신해 비슷한 불만을 과도하게 표현하고, 외로움에 공감하는 콘텐츠를 찾아간다. 유튜버의 주장이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니어도 문제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불만을 소리 높여 외치고, 이에 공감하는 비슷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데 만족감이 커진다. 피드백으로 구독과 조회, 추천 등은 기본이다. 슈퍼챗으로 불리는 후원금이 아깝지 않다. 내가 보낸 돈이 유튜버에게 가든 또는 정치적 행사에 사용되든 모두 나와 내 집단,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유튜버는 새로운 부와 권력이 되었다. 특히 탄핵 재판 과정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동안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활동하는 많은 정치 유튜버는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유튜버의 역할이 커졌음에도 이들의 사회적 책임감은 미흡하다. 오히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용자에게 충격을 주고, 심지어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거짓 뉴스를 만들어 확산시키기도 한다. 일부 유튜버가 거짓 뉴스를 만드는 이유는 사실을 다룬 뉴스의 자극을 높여도 구독자의 반응이 점차 익숙해져서 둔해지기 때문이다. 더욱 자극적인 내용을 찾는다. 구독자의 중단과 후원금 감소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는 보수 유튜버는 ‘선관위에서 중국인 간첩단 99명이 체포됐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렸다. 자신을 전직 CIA 요원이라고 사칭했다.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보여주었기에 의심하는 이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라서 빠르게 확산했다. 이 내용을 전하는 이들은 부정선거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음모론을 지지했다.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주한미군과 미국 국방성은 그 내용이 허위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짜뉴스가 영향을 미쳤다. 일단 가짜뉴스 한 건이 퍼져서 자리를 굳게 잡으면 해명과 정정 뉴스 열 건으로도 쉽게 바로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내용을 굳게 믿으면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한 이유다. 결국 이 유튜버는 계엄 옹호 집회에서 여러 차례 난동을 부렸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체포 사실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만큼 관심을 끌지 못한다. 자극성과 충격성에서 사실이 허위를 따라잡기 어려운 현실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정치인과 시민은 유튜버가 보수와 진보 양극단의 정치적 깃발을 높이 들면 주위에 몰려든다. 구독자는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 수용하면서 편향성을 강화한다. 그 결과 24시간 정보 속에서 살기에 어느 때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그 반대다. 비슷한 내용을 온종일 반복해서 수용하여 자신의 편견을 극단적으로 심화하고, 다른 생각에 대해 차별하고 혐오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에서 어리석다. 자신이 선택한 동굴을 세상으로 생각한다. 또는 마주한 두 산의 봉우리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다른 세상을 모르고, 적으로 대하는 점에서 안타깝다. 좁은 우물 속에서 모든 곳을 샅샅이 안다고 생각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소셜미디어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대해 학자들은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한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또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주장만 반복해서 수용해 편협한 사고에 빠지는 것이다.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는 기존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가 더욱 강화되는 현상이다. 집단사고(group think)는 엘리트 구성원들의 논의에서 반대 의견이 없었기에 어처구니가 없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린 사례를 설명한다.
유튜버 앞에서 시민들은 언제나 무력한가? 이번 계엄과 탄핵 재판 과정에서 일부 보수 유튜버의 부정적 영향으로 편향된 사고와 가짜뉴스가 초래하는 양극화의 폐해를 절감했다. 하지만 점차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유튜버 활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해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자율 규제 노력과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도 시급하다. 밈(meme)과 해시태그(hashtag)는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협력과 연결, 확장을 촉진한다. 밈은 고정관념을 새로운 시각과 즐거운 풍자로 극복하려는 시민의 협력과 연대를 보여준다. 해시태그는 특정 주제나 내용을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메타데이터로서 이슈에 대한 지지와 관심의 표명에서 효과적이다. 소셜미디어 생태계의 건강한 미래를 원하는가? 시민과 유튜버, 소셜미디어,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서 집단 지성을 발휘하자. 그리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