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한 기사를 위해

1675호 무적

2025-05-11     이의진 편집국장

언론사가 기사 쓰는 공장이라는 표현을 본 적 있다. 언론사에 들어온 수습기자들은 수많은 피드백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문체가 지워지고 독자가 읽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정해진 글만 남긴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관련 없는 문장은 지워진다. 기사는 야마, 즉 메시지가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온 힘을 들여 깎고 다듬어진 기사더라도 발행이 되면 온전한 내 것이 아니게 된다. 기사는 결국 언론사의 것이며 기자가 언론사를 나가더라도 기사는 언론사에 남는다. 기사는 언론사의 재산이다. 함부로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그건 기사를 쓴 기자나 취재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학언론법 기획 기사를 준비하다가 본 문장이 있다. “대학 언론인은 결국 쉬운 선택을 한다. 기사를 쓰지 않는 것, 취재를 포기하는 것.” 그동안 ‘이정도로 만족’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이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신문 지면에 기사가 빈 공간이란 없고, 취재란 절대 안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기사를 쓰다보면 항상 ‘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기사에 더 보충하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 보이고 문장도 더 읽기 쉽게 쓸 수 있지만 기사에 지장은 없는 경우. 그럴 때 시간이 없고 몸과 마음이 힘들면 이정도면 됐지, 이정도면 만족하지 생각하며 최소한의 노력이 들어간 글을 완성시킨다.

그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준이 높다는 걸 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선택은 기자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부끄러운 일이 된다. 기자란 조금 더 나아가려고 애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 단단하고 정직한 문장을 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