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과 여인’ 귀속 문제 놓고 정부-대학 충돌
본부 측 반발로 한 발 물러선 현대미술관
본부 “지역 예술 지키겠다는 입장 변화 없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 ‘공작과 여인’의 귀속 문제를 두고 우리 대학과 국립현대미술관(미술관)이 대립했다. 지난 3월 미술관이 관리 상태 미비를 이유로 대학본부 측에 이관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나 본부 측 반발로 미술관은 이전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해당 작품은 1975년 4월 25일 총장실에 기증된 이후 약 50년간 우리 대학이 자체적으로 보관해온 미술품이다.
‘공작과 여인’은 천 화백이 직접 기증했으며 이후 총장실, 도서관 등을 거쳐 현재는 우리 대학 박물관 2층 상설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다. 작품은 2003년 정부미술품으로 등재돼 국가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으며, 오랜 기간 별다른 귀속 요구 없이 우리 대학이 자체 관리해왔다. 그러나 2023년 정부미술품 재심사에서 미술관이 변색과 표면 스크래치 등 관리 부실을 이유로 이관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미술관 관계자들이 작품 이관을 위해 직접 우리 대학에 방문했으나, 본부 측의 반발로 이관 계획이 무산됐다. 우리 대학 재무과 관계자는 “지역 대학에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천 화백의 뜻을 무시하는 태도를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2023년에 관리 부실 지적을 받아 개선 작업을 끝냈었다”며 “아무 재심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관을 통보하고 실행하는 형식이었다”고 주장했다.
학교 차원에서 작품 지키기 운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미술관은 입장을 선회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대학 측이 원치 않을 경우 무리하게 이관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며 “지역 예술 자산에 대한 공공성과 기증 문화의 존중이라는 원칙에 따라 대학 측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관 추진 배경에 작품의 시장 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미술관은 ‘공작과 여인’의 현재 감정가를 약 7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천 화백의 초기작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상징성도 크다.
재무과 관계자는 “단순 감정가로 가치를 판단해 지역 예술로의 기증 의미를 흐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지역 예술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우리 대학 박물관 관계자도 “지역 예술로서의 천 화백의 작품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예술을 보존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