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인내·진심"…전대생이 꼽은 지도자의 기준
전남대에서 만난 청년 유권자 10명
청년이 바라는 건 구호 아닌 정책
‘지방·청년·민주주의’ 주요 키워드
“실질적인 지방·일자리 정책 필요”
“갈등과 험오 넘어 너그러운 공동체로”
제21대 대통령선거(대선)까지 단 하루가 남았다. 사전 투표는 이미 지난달 29~30일 양일간 진행됐다. 약 3년 만에 다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은 어떤 대통령을 바라고 있을까? <전대신문>이 우리 대학 학생 10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민주주의 회복 바라는 “일생일대 선거”
생애 첫 대선 투표를 앞둔 학생도, 두 번째 대선 투표를 앞둔 학생도 정치적 입장과 경험은 다양했지만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될 거라는 생각은 같았다. 23학번 박아무개씨는 “이번 대선은 나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이다”며 “대통령이 탄핵당한 가운데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크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을 단순히 정권 교체나 연장이 아닌 민주주의나 사회 전반의 신뢰 회복으로 보기도 했다. 이번 대선이 유권자로서 생애 첫 선거라는 김아무개(정치외교·25)씨는 “과거의 대한민국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이 될 선거”라며 “걱정 반 기대 반인 심정으로 이번 대선을 대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광(불어불문·17)씨는 이번 대선이 “구시대와의 결별이라고 정의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며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하는 국가 차원의 변곡점을 만들게 된 배경을 따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삶에 만연한 반민주적 마음가짐과 잘못된 역사관 등 구시대의 찌꺼기를 확실하게 도려내고 최종적 책임을 따져보는 계기”라고 덧붙였다.
말이 아닌 실천, 진영 아닌 태도
정국은 혼란스럽고 미래는 불확실해졌으며 유권자는 신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지도자는 어떤 모습이며, 이러한 지도자상에 가장 가까운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 어떤 투표 기준을 갖고 있을까? 원하는 지도자상은 각자 달랐지만 대체로 정치적 위기를 수습할 실력이 있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며, 사회적 약자를 향한 마음까지 갖춘 사람을 대통령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단순한 이념이나 정당보다는 후보의 실력과 태도, 공약이 투표의 기준이 됐다.
정성보(약학·20)씨는 “정국이 혼란스러우니 이걸 수습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며 “당 상관없이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강인한 우두머리형 리더”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어떤 후보를 뽑을지 정하진 못했지만, 얼굴 가리고 공약만 볼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익을 위하는 초당적인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지도자가 자신의 잘못이 있으면 거짓 없이 인정하고 보완해 나가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모든 부서를 신경 쓰고 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할 때 해당 후보가 거시적으론 대한민국, 미시적으론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며 “공약의 현실 가능성, 태도, 자세 등을 보고 판단해 투표한다”고 말했다.
최성광씨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더욱 단단히 바로 세울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며 “다시금 이 나라에 희망을 주고 △미래에 대한 소망 △작은 양보에 대한 인내 △공공선을 위한 잠깐의 희생정신을 보편타당한 시민의식으로 회복시킬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하는 기준으로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약자를 위해 대신 맞아주었는지, 부족한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주었는지, 세상의 강자에 맞서 당당히 싸워왔는지를 면밀히 볼 것이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업무 능력을 중요한 자질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22학번 ㄱ씨는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여주고 국정 현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후보를 지지한다”며 “업무 능력, 지식, 언변 등을 기준으로 투표한다”고 말했다.
삶을 바꾸는 지도자 향한 갈망
자신의 삶을 대변해 주는 지도자인지도 중요했으며, ‘청년’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정치에 한계를 느끼며 원하는 지도자를 통해 삶이 변화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ㄴ씨(정치외교·24)는 “대학생과 관련된 정책이 부족한 것 같다”며 “2030 세대를 위한 정책을 신경 쓰는 지도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인문대 ㄷ씨도 “내가 청년이다 보니 청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지도자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씨는 “대통령이라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정책들을 완벽히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토론회를 보며 후보들의 자질을 파악한 뒤 뽑을 후보를 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인문대 ㄷ씨는 “후보를 뽑기 전에 먼저 과거에 어떤 행보를 밟았는지 본다”며 “그리고 나서 공약이나 토론회 등을 보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는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으로 곪아 터진 기성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기성 정치의 잘못된 문제들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기성 정치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최대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후보를 뽑겠다는 솔직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아무개(정치외교·23)씨는 “공약을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후보를 지지한다”며 “후보가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보고, 나에게 득이 되는 공약이 있는지 살펴본다”고 말했다. 고성우(미디어커뮤니케이션·20)씨는 “어떤 후보가 나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이 된다”며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은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을 때 민주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 소멸·일자리 불균형 “삶의 격차 좁혀달라”
관심 있는 의제나 공약에 있어 가장 많은 응답이 쏠린 분야는 지방 소멸과 일자리 불균형이었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말은 많았지만, 실제로 나아진 것은 없다”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전남대를 다니는 지역 청년으로서 관련 문제를 절실히 체감하는 학생이 많았다.
고성우씨는 “지방 소멸을 막아야 한다며 매년 다양한 약속이 들려오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 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ㄷ씨는 “청년 일자리가 너무 없다”며 “경력직 신입 뽑는다는 소리 들으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은둔 청년 문제도 심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며 “청년 실업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보경(행정·24)씨는 “취업을 하려면 서울대처럼 유명한 대학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한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대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는 “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지역에 갈 명분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 후보의 ‘최저임금 지역자율제’ 공약이 가장 관심 간다”고 말했다. 해당 공약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의 30% 내에서 지역이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는 “수정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은 공약이지만, 지역 사정에 맞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지역 간 균형이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성보씨는 “광주에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잘 안되는 것 같다”며 “원래 대전이랑 발전 정도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더 늦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인 지지를 얻는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거대 양당 모두 호남에 관심이 낮은 것 같다”며 “정치인들이 호남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성광씨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 싫다”며 “광주에도 단순노동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이 둥지를 틀어야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기후 위기 △국민연금 △첨단 산업 △여성 임금 격차 등 각자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정책적 요구를 드러냈다.
누가 당선되든 ‘국민의 대표’라는 책임감 가져야
어떤 후보를 선호하든 인터뷰에 응한 거의 대부분의 학생은 국민 통합과 혐오 정치의 종식을 강조했다. ㄷ씨는 “당선되면 반대 세력을 찍어 누르느라 공약도 제대로 안 지키는 것 같다”며 “누가 정권을 잡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우씨는 “본인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소통, 존중,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편을 가르고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보씨는 “결과가 어떻든 자신이 국민의 대표라는 걸 알고 대국적으로 행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도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아동부터 2030 세대, 장년, 노인까지 모두 골고루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광씨도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와 경제 회복을 토대로 다시 너그러운 시민사회, 양보를 베푸는 공동체로 우리나라가 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