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실익 없다”vs“막대한 비용이다”
■혁신파크 이전 놓고 엇갈리는 학내 여론
보조운동장 5·18 역사적 장소성도 쟁점으로
총학생회 부지 이전 반대 87% 학생 의견조사 본부에 전달
우리 대학 보조운동장에 들어서기로 한 ‘캠퍼스 혁신파크’가 이근배 총장을 중심으로 부지 이전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24년부터 진행된 공사의 매몰 비용이 약 50~60억 원에 달하면서 이전에 관한 구성원의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근배 총장은 △5·18 역사적 장소성 △혁신파크 사업의 불안정성 △캠퍼스 둘레길 조성사업 등을 이유로 혁신파크 부지 이전의 필요성을 지난 3월 처음 공식 언급했다. <본지 ‘자연 경관 훼손 우려…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재검토’ 참조>
5·18 당시 계엄군의 주둔지로 사용되던 곳이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발족식(1990년)이 열리는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보조운동장에 혁신파크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그 건물은 학생들이 이용할 건물이 아닐뿐더러 현재 전국 9개 대학에서 추진 중인 이 사업이 일부 지연되는 등 사업의 불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본지 '"5.18 공간 가치 훼손" 캠퍼스 혁신파크 이전 이유' 참조>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해당 건물에 전남대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8%에 불과하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 부지가 지닌 가치보다 혁신파크가 가져다줄 실익이 크지 않아 보조운동장은 학생들의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본부에 따르면 현재 이근배 총장이 국토부 관계자 등과 접촉하며 부지 이전을 조율하고 있으며 대안 부지로 사업 초기 후보군이었던 공대 운동장과 남구 첨단 산업단지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관련 내용이 검토되는 와중에도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입장이라는 게 미래전략본부의 설명이다. 안영상 본부장은 “오는 30일 전국 혁신파크 관계자들이 모여 각 대학의 추진 현황과 겪고 있는 문제를 공유할 예정이다”며 “이전 논의와 무관하게 계획된 공사는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부지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 담긴 학생 의견조사를 본부에 전달한 상태다. 총학생회는 이 사안에 관한 학생 의견조사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9일까지 16일간 인스타그램과 에브리타임, 학과 단체 카톡방을 통해 실시했다. 여기에는 총 109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이 중 87%인 95명은 ‘원안 추진’에 답했고, 4명만이 ‘이전하자’에, 10명이 ‘잘 모르겠다’에 응답했다.
<전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혁신파크 사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ㄱ씨(사회·25)는 “혁신파크 사업 추진에 관해 학생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고지하고, 계획을 세부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ㄴ씨(사회·21)는 “어차피 혁신파크는 교내 시설이 아니라 외부 시설이고, 학생들에게 이익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학교 정문 주변 유동 인구가 많은 중심 지역을 내줄 이유가 없다”고 부지 이전에 찬성하는 의견을 표했다. 반면 ㄷ씨(조경·25)는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옮길 필요가 있는지, 그 정도의 이유로 기존 사업을 무산해야 하는지 납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지난 5월 23일 대학 본부와의 면담 이후 혁신파크 부지 이전을 위한 서명운동을 지난달 18일 인스타그램, 에브리타임, 학과 단체 카톡방을 통해 진행한 바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반발로 이틀 만에 철회되었다. 신승환(고분자융합소재공학·19) 총학생회장은 “서명운동 전개 당시 학우들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며 “의견조사를 마친 후 학우들의 의견을 대학 본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당초 기존의 부지 이전을 주장했으나, 학생 의견조사에서 다수가 원안 추진에 동의함에 따라 학생 의견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신 회장은 “대학 본부로부터 부지 이전에 관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학생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공간의 역사적 의의와 학생의 공간 점유 문제, 공사 진행 과정의 안전 문제를 근거로 서명운동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운동장은 단순히 학업과 연구만이 아닌, 대학 구성원이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면서 “용지부터 대운동장까지 이어지는 경관이 전남대의 큰 자산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신승환 총학생회장은 “학생 다수가 원안 추진에 동의한 만큼, 총학생회는 학생 대표자로서 이에 따라 입장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혁신파크는 교육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가 대학의 유휴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는 3개 국가 부처의 공동사업이다. 현재 강원대, 한남대, 한양대(ERICA캠퍼스),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창원대, 단국대(천안캠퍼스), 부경대 9곳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며 우리 대학은 2021년 2차 공모에 선정되어 사업을 시작했다.
혁신파크 사업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산학연혁신허브(캠퍼스 혁신파크 핵심 복합건물) △메가문화스포츠콤플렉스(주거, 문화·복지시설 조성) △글로벌혁신허브(세계 시장 진출·투자 연계 등을 위한 지원 공간)순으로 진행된다.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며 보조운동장 위치에 건설을 위한 부지 평탄화 및 기초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