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성찬보다 값진 추억

여름방학 어떻게 보냈니?_CNU 대학생 교육포럼

2025-09-01     이현호(물리교육ㆍ20)

무료한 여름방학, 본가에서 닭가슴살과 계란, 우둔살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식단과 일상에 권

태가 찾아올 무렵이었다. 마침 ‘2025년도 CNU 대학생 교육포럼’에 참여하면 다양한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그렇게 나의 전남대학교 교육포럼 도전은 ‘밥’이라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포럼 첫날, 강의실에 도착하니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원으로 배정된 두 친구가 모두 25학번, 갓 입학한 새내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색한 첫인사 뒤에 이어진 대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세대 차이라는 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우리는 금세 웃고 떠들며 하나가 되었다.

본격적인 발표 준비가 시작된 둘째 날, 우리 조는 순탄치 않았다. ‘교실 속 디지털 도구를 통

한 구성주의 수업 설계’라는 거창한 주제 아래 인공지능학부, 일어일문학과, 물리교육과라는 각기 다른 전공이 모이니 다채로운 시각이 충돌하며 다소 산만한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지도 강사님의 예리한 피드백과 조원들 사이 끝없는 토의를 거치며 우리는 방향을 잡았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발표, 바로 ‘AI 도구를 직접 개발해서 보여주자’라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AI가 발표의 중심이 되었고, 인공지능학부 새내기 친구가 우리의 조장이 되었다. AI 도구 개발 과정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류의 터널 속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AI 도구가 없으면 발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응원 대신 닦달을 선택했고 마침내 피, 땀, 눈물이 담긴 AI 도구가 완성되었다.

발표를 맡은 나는 늦은 밤, 완성된 자료를 바탕으로 대본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AI도구 하나만 믿었던 탓일까, 내용이 너무나도 부실했다. 그제야 위기감을 느끼고 전공 서적과 관련 논문을 샅샅이 뒤지며 대본에 살을 붙여나갔다. 정말 피곤했지만,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새내기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밤을 지새웠다.

대망의 마지막 날, 발표 직전까지 나는 대본을 계속해서 숙달했고, 조원들은 수정된 대본에 맞춰 발표 자료의 완성도를 높였다. 부족한 시간 속 가까스로 준비를 마친 우리의 발표는 끝이 났고, 심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까지 긴장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조가 우승을 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거머쥔 우승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밥을 기대하며 시작했던 3일간의 여정. 비록 산해진미는 없었지만, 그보다 값

진 우리 조원들을 만났다. 우승이라는 결실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값진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