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에서 기획까지 연예인 중심인 대동제

축제 월·화인 이유 “연예인 일정 맞춰”

2025-09-22     이의진 기자

학생 축제 참여 독려하는 기획 필요

연예인 일정 따라 정하는 축제 날짜

2024년 용봉대동풀이에서 한 학생이 썬캐처를 파는 부스를 구경 중이다.

용봉대동풀이 ‘용비봉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축제가 학생 중심이 아닌 연예인 일정에 맞춰 기획되고 있다.

이번 축제는 오는 29, 30일로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그러나 축제 같은 행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여유롭고 수업이 적은 주 후반부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대학 시간표 모듈상 금요일 공강이 많기 때문에 금요일에 행사를 진행하는 편이 수업 방해가 적다. ㄱ(영어영문·21)씨는 “보통 다른 대학들을 보면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진행하는 걸 많이 봤다”며 축제가 왜 월, 화에 진행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타 대학들의 축제 일정을 찾아본 결과 △전북대 9월 25일 목요일 △조선대 5월 28, 29, 30일 수, 목, 금 △광주대 9월 25일 목요일 △원광대 9월 10일 수요일 △전주대 9월 11일 목요일 등 대부분의 축제가 주 후반부로 일정이 잡혔다.

축제 일정을 월, 화로 정한 이유에 대해 신승환(고분자융합소재공학‧19) 총학생회장은 “연예인 일정에 맞추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연예인 일정에 따라 축제 일정을 맞추다가 축제가 두 번 미뤄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원래 9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2024 용봉대동풀이 ‘전대미·聞’은 연예인 섭외 문제로 일자를 10월 1일로 변경했다가 해당 날짜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축제를 한 번 더 연기했다. 일정이 연이어 밀리며 학생들의 축제 준비 및 참가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본지 (두 번 연기 끝에 11월에 열리는 ’전대미문‘ 총축제) 기사 참고>

연예인 일정이 변경되며 이번 대학가요제 무대 시간이 바뀌기도 했다. 축제 첫째날 공연하기로 했던 연예인 한 팀이 일정 때문에 축제 두 번째 날로 시간을 변경하면서 대학가요제도 그에 맞춰 오후 6시에서 5시로 한 시간 앞당겨졌다.

축제 외 부스나 프로그램 기획 약해

연예인 공연 말고 축제에서 눈에 띄는 기획도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연예인 무대가 아닌 프로그램이나 부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ㄱ씨는 “연예인 라인업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며 “축제에서 어떤 것들이 진행되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는 연예인 무대가 메인이고 부스나 다른 프로그램은 시간이 나면 가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거기에 일정까지 월, 화에 진행하게 되면 무대를 제외한 프로그램이나 부스 참여율이 더 낮아질 우려가 있다.

요리나 단체 줄넘기 대회도 있었던 과거 축제

학생들의 축제 참여 저조 문제는 약 10년 전에도 빈번히 제기되었다. 당시 우리 대학 대동제를 살펴보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었다.

2013년 용봉대동풀이에는 ‘분출’을 축제 키워드로 잡고 자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에 대해 속 시원히 돌직구를 날리는 ‘내 인생의 돌직구’,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배틀을 하는 ‘도전! 초간단 야매 요리 대회’, 학과 파티 사진을 전시해 두는 ‘과티콘테스트’ 등이 진행되었다. 더불어 4~8명으로 짝을 지어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한 팀에게 상금을 주는 단체줄넘기 프로그램도 열렸었다.

‘대학’ 축제인데 학술적 성격을 띤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2012년 용봉대동풀이에는 사범대 벽화나 총장 직선제 문제가 논의되고 있던 대학본부 앞에서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진행해 학생들이 대학과 학내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준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치마스터’ ‘내가 바로 요리왕’ ‘지금, 만나러 갑니다’‘길거리 노래방’ 같은 예능형 행사도 많이 개최됐었다.

더 옛날에 진행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축제에서 강좌를 열거나 외국인 유학생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2007년 용봉대동풀이에서 진행된 ‘외국인 학생이 직접 만드는 송편 나눠먹기’가 그 중 하나다. ‘통일 OX 퀴즈’가 열리거나 ‘80년, 오월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강좌가 진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