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옆의 다른 무언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쓰이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룬 경험이 있는가? 때로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때, 감정(emotion)은 기쁨, 슬픔처럼 우리가 이름 붙이고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반면, 정동(affect)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느끼는 강렬한 힘이다. 이유 모를 불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그런 신체적 반응말이다. 감정과 정동 개념을 통해 복잡한 마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는 날을 상상해보자.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행복, 기쁨, 안도감, 성취감 같은 명확한 감정들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합격 통지를 받는 순간, 분명 행복하긴 한데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밀려온다. 치열했던 수험 생활이 끝났다는 공허함, 목표가 사라졌다는 약간의 슬픔, 이제 전문가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긴장과 불안감, 그리고 이 순간이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애틋함. 이것들이 바로 ‘행복 옆에 있는 다른 무언가’다. 이는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다 담기지 않는 잉여의 정동이며, 우리는 그것을 주된 감정의 곁에서 늘 지각한다.
바로 여기에서 감정이 왜 때로는 알쏭달쏭하고 낯설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행복을 경험할 때 실제로는 두 차원이 동시에 작동한다. 첫째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이름인 행복(포획된 감정), 둘째는 그 이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잉여(탈출한 정동)다. 의식은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몸과 마음은 그 이름에 완전히 갇히지 않는 더 복잡한 힘을 느낀다. 이 의식적 감정과 신체적 정동 사이의 불일치가 바로 감정의 알쏭달쏭함을 낳는다.
또한 감정은 언제나 관계적이기에, 내 감정이 진짜 ‘나의 것’인지조차 모호하다. 합격 같은 사회적 성공에는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는 규범이 있다. 만약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마치 정해진 역할을 못하는 배우처럼 자신의 감정을 낯설게 경험한다. 더구나 가족이나 친구가 합격 소식에 나보다 더 기뻐할 때, 그들의 감정이 내 마음을 둘러싸며, 내가 느끼는 것이 순수한 나의 감정인지 타인의 기쁨을 내면화한 것인지 경계가 희미해진다.
이처럼 감정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때로는 그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러나 감정과 정동, 마음과 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우리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기보다 그것을 다스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작은 실천이 땀과 심박수의 변화를 통해 마음을 순식간에 바꾸듯, 감정은 정동을 따라 언제든 새롭게 전환된다. 또 친구와의 일상적인 수다가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듯, 감정은 관계 속에서 늘 새롭게 흐른다. 그러니 지금의 불안과 흔들림도 곧 다른 힘으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긍정적인 정동과 감정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