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의 존재를 꾸준히 곱씹어라
2026 학생회에 바란다 기고
2026년 총학생회(총학)를 뽑는 학생 선거가 오는 25일 진행된다. 어느 때보다 총학에 관한 관심이 줄어든 시대. 학생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학생들에게 어떤 총학을 바라는지 물었다./엮은이
대학(大學)의 가치가 흐려지는 요즘, 총학생회 선거가 부쩍 다가왔다. 학문의 공간, 지식인의 공론장이던 대학이 취업의 발판이 되어버린 지금. 총학생회 선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전남대학교는 진리, 창조, 봉사라는 이념을 내걸고 있다. 총학생회는 학생 전체의 대표자로서 권익을 증진하고, 건전한 학내 문화를 창출하며, 동시에 본(本)이다. 따라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는 진리·창조·봉사라는 이념으로 전남대 학생을 대표해야 한다.
거창하고 또 거창하다. 어느 누가 막중한 무게를 지고 싶을 것이며, 일만이 넘는 사람들의 이목을 견디고 싶겠는가. 필연적으로 ‘총학생회’라는 명패에 따라오는 이득을 위해 감내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학생들이 원하는 대표자는 감투와 스펙, 이윤을 바라고 ‘도전하는 자’가 아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건, 수년에 불과한 대학 생활이 더 윤택하고 공정할 수 있게 ‘봉사하는 자’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요구다. 이토록 막막하기만 한 요구에 응하고자 지난 총학생회들은 무척 애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되지 않았을 것이고, 무수한 논란과 질타 속에서 힘겹게 임기를 마쳤을 것이다.
요컨대 학생과 총학생회 사이의 타협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너무 큰 기대도, 차가운 무관심도 내려놓아야 한다. 총학은 무게에 짓눌리지 않되, 사욕과 오만, 독선을 내려놓아야 한다. 누군가를 무작정 헐뜯는 일은 없어야 하고, 떳떳지 못한 행위를 하거나 잘못을 은폐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거창함을 뗀 ‘바람’은 간결하다. 잘못이 있다면 정직하게 사과하고, 학생회의 존재 의의를 꾸준히 곱씹으며, 끝없이 고민하면 된다. 완벽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뜻을 갖고 출마한 이들은 그 뜻을 펼쳐라. 단지 그 뜻에 ‘나’만 담지 말고, 누구라도 최대한 많이 담고자 치열하게 고민하라.
힐난 받는 자리다. 그럼에도 견디고 견뎌서, 바늘을 딛고서라도 곧게 서야 한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고픈’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