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본격 시동 “전폭적 예산 지원으로 거점국립대 위상 강화가 핵심”
재정 배분 방식 놓고 의견 엇갈려
총장들, “우수 교원 유치 중요”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해야”
수도권 집중화와 대학 서열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등. 적신호가 켜진 우리 대학 사회에 정부가 내세운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사업’(서울대 10개 만들기)이 교육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의해 채택받은 국정과제이기도 한 이 정책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8733억원의 예산이 책정되며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집필하며 서울대 중심의 대학 서열 해체를 주장하며 제안한 것이 정책의 시초다.
위기의 지방 대학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거점국립대의 발전으로 고등교육의 수도권 쏠림 구조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까지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이다. 거점국립대 개혁을 통해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지역에서 양성된 인재가 지역 성장을 도와 국가균형발전을 향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제 거점국립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인재 수도권 유출로 위기의 상황을 맞았다. 지금은 어찌저찌 운영해나갈지 몰라도 당장 몇 년 후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면 대학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지방 대학들의 현실이다. 거점국립대가 아닌 지방 사립대는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 되었다.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서열화로 인한 입시 경쟁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약 6,302만원인데 반해, 거점국립대 9곳 평균은 약 2,531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염민호 교육학과 교수는 “돈, 인구, 인재 모두 다 지역을 떠난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면 이탈률이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에도 지역 정책은 있었지만 지금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거점국립대랑 연결해서 추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각 지역에 있는 거점국립대에 예산을 전폭적으로 투자해서 그 대학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정은경 교육혁신본부장도 “거점국립대로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환영할만한 정책이다”고 말했다.
9개 동시 지원 vs 선택과 집중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거점국립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 없이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자원이 화수분은 아니기에 거점국립대 중에서도 몇 곳을 집중 육성할 것인지, 아니면 9개의 거점국립대가 똑같이 예산을 받되 성과가 높으면 더 지원을 받는 식으로 할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종영 교수는 저서에서 “서울대와 나머지 9개의 거점국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은 평균 3,600억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 대학마다 한 해 3,6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증액해야한다”며 “이 경우, 9개 대학에 연간 총 3조 2,400억원 정도의 예산 증액이 요구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재원 확보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지난달 22일 우리 대학, 전북대, 제주대가 참여한 2025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냐는 의원 질의에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의견을 모은 결과 9개 대학에 동시에 지원을 해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특성화 대학 등 일부만 선별해서 지원하면 ‘지역의 SKY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소외된 지역에서 박탈감이 많이 들기 때문에 9개 대학이 모두 동시에 지원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교육부 기조실장은 “결국엔 고등교육 재정 확충 문제다”며 “어떤 식으로 할 진 지금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글로컬대학30같이 선발 지원 시스템은 대학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며 “2026년부터 9개 대학이 동시에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시너지가 날 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8,700억원 정도의 내년 예산이 세워져 있는데 대학 9개의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면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며 “교육부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9개 대학 중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명 정부 교육 국정과제를 책임진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한된 자원을 모든 분야에 일괄적으로 분배하는 ‘예산 나눠먹기’식 접근은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더라도 전략산업, 지역사회 핵심 의제, 국가적 성장 동력 분야에 선택적으로 집중하지 않는다면 성과는 모래 위에 물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염 교수는 “충분한 재정 투입 금액이란 없다”며 “개인적으로 교욱은 최대 투자로 최소 효과를 기대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콩나물시루에 물 붓듯이’ 재정, 인력, 시설 투자를 하게 되면 어느 순간 성장해 있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장 논리에 따라 100원 투자해서 100원 이상의 성과를 기대한다면 교육 투자는 하지 못한다”며 “정책 목적이 지역균형발전이고 각 거점국립대마다 나름대로 발전 계획과 지자체 협력 계획이 있다면 동시에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우수 교원 연봉제 유연화·정년 연장 요구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각 거점국립대의 특성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 및 연구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문 분야의 최고 권위를 인정 받는 교수를 선정하는 ‘국가석좌교수’ 제도를 신설해 국·공·사립대 모두에서 정년(65세) 제한 없이 임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거점국립대 총장들은 거점국립대가 발전하려면 교육비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교원 유치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근배 우리 대학 총장은 “전남대의 경우 전체 전임교원 확보율은 괜찮은데 이공계열 전임교원 확보율이 80% 정도 밖에 안 된다”며 “1년에 평균 10명이 수도권으로 이직을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신임 교원 정착 문제나 초기 지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이공계열 박사를 받고 저희 대학에 오면 초임 연봉이 5,5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그러니 제주대에 우수 교원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오더라도 서울 메이저 대학들이 스카우트하면 바로 옮겨간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하고 있는 이참에 국립대학법을 따로 재정해서 자율성과 책임성,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요구한 건 두 가지였다. 그는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우수 교원들의 연봉제 제한을 선택적으로 풀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수 교원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모셔올 순 없으니 우수 교원에 한해서 정년(65세) 연장을 고려해줄 수 있는가를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대학은 교육부의 주도로 다른 거점국립대들과 함께 ‘상시 협력 TFT’를 구성하여 △특성화 연구대학 △AI 기본 교육 △글로벌 프로그램 △취·창업 지원 강화 △기초 학문 육성이라는 5가지 세부 과제 아래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단순히 거점 국립대의 재정을 확대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어떻게 지역에서 거점 국립대의 위상을 확립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