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극은 없다… 입체적 서사가 전하는 위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작가 한 책 톡 콘서트 리뷰

2025-11-10     박채윤 기자

진부한 삶을 향한 입체적 시선
“인간은 놀랍고 이상한 존재”

강연 중인 김애란 작가.

지난 5일 용봉홀에서 열린 ‘한 책 톡 콘서트’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저자인 김애란 작가가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라는 화두를 던졌다.

5년 전 어느 날 달이 태양을 가려 금반지 모양을 띠는 금환일식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절대 셀로판지 없이 맨눈으로 태양을 바라보지 말라는 여러 경고에도 선글라스 두 개를 겹쳐 태양을 바라봤던 김 작가는 강렬한 태양 빛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 말라는 일을 해 낭패를 보는 무지한 이들. 김 작가는 본인도 결국 그들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어리둥절해졌다.

2019년에 출간한 그의 산문 <잊기 좋은 이름>에는 ‘인간은 참 이상해… 그렇지?’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는 “인간은 대체로 뻔하고 진부하다”며 그 뻔함에 질려 ‘잘해봐야 인간이지, 겨우 인간이지’라는 냉소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자기보존 욕구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는 자들을 보며 결국 ‘인간은 참 놀랍고 이상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맨눈으로 금환일식을 관측하다 후회하고, 얼굴도 모르던 이를 구하다 생을 양도하는 것. 김 작가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은 뻔하고 진부하지만, 동시에 다채롭고 이상한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글에서 더 도드라진다. 김 작가의 강연 주제였던 음악과 계절, 그중에서도 ‘겨울’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특히나 소설 <바깥은 여름>에서 소중한 아이 ‘영우’를 떠나보낸 한 부부의 이야기는 여름이 왔음에도 가시지 않는 추위에 파묻힌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를 잃은 부부는 잔뜩 더러워진 벽지에도 귀퉁이에 적힌 서툰 글씨때문에 쉽사리 이를 교체하지 못한다. 그러나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부부는 살아간다. 괴롭더라도 다시 겨울을 벗어날 준비를 한다. 이렇듯 김 작가의 이야기는 입체적이다.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비극 또한 없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완벽한 선악의 구별 또한 존재하지 않으며 평면적인 인물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가장 무서워질 때는 언제인가? 바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등장인물 ‘소리’가 하는 말이다.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소리는 불행한 현실 때문에 시작을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반대로 또 다른 등장인물 ‘지우’는 “그렇다고 이야기가 시작조차 안 되면 허무하지 않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끝이 있으며, 그렇기에 시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