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기획
언론은 ‘매체를 통해 정보 전달과 권력 감시, 공론장 형성’의 역할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성 언론에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그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은 어떨까? 우리가 쉽고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대학의 소식은 본부의 보도자료, 총학생회의 홍보,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출처 미상의 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결국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진정 대학 구성원으로서 필요하고 시의적인, ‘문제’라고 인식되는 사안은 잊혀지고 묻히기 마련이다. 공론장을 형성하고 소외된 이들을 들여다보는 것, 이번 <전대신문> 제1679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기획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기사 속의 현실은 씁쓸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의무화됐지만, 우리 대학을 포함해서 여러 공공시설에서도 실질적 배리어프리는 작동하지 못했다. 지난 7월까지 여수 캠퍼스를 포함한 우리 대학 50여 개의 키오스크 중, BF 키오스크는 10개도 아닌, 단 1개라고 한다. 기타 공공시설에서도 설치된 BF 키오스크는 각기 다른 높이와 크기, 설치 장소에 따른 어려움이 수반된다고 한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 결국 우리 사회가 소수에게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나조차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의무화와 우리 대학의 설치 현황을 잘 몰랐기에, 이번 기획을 보고 많은 자기반성을 하게 됐다.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문제들과 소외받는 사람들, 또 소수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려 노력 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키오스크의 불평등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 대학 내 50개 가량의 키오스크 모두 내년까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교체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함에도, 올해 교체 가능한 키오스크가 3개에 불과하다는 점에 많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학교가 교체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노력하겠다 했지만, 50개 가량의 키오스크가 단지 3개만 교체되는 건 예산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은 점도 인상 깊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의 인터뷰와 발로 뛴 내용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내고, 전문가의 의견까지 제시한 점에 단순 문제라는 사실에서 나아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더 고민할 수 있었다.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취재하고 인터뷰해 보도한 것에 학생 독자로서 감사를 보내고 싶다.
제도가 도입된 것은 좋지만, 그 도입만으로 제도가 실행되고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를 위한 정책은 도입됐지만, 여전히 소수는 외면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함께하는 경험을 담아낸 기획은 공론장으로서도, 기록으로서도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학우들이 대학 언론이 만든 공론장에 자신을 더하고, 참여하길 바란다. 나 역시도 기사를 통해 얻은 것처럼, 일상 속 불편함에 익숙해지지 말고, <전대신문>을 통해 느낀 감정을 참여와 행동으로 끌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