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 더 이상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을 세는 것도 지쳤나보다. 언론은 우리를 ‘N포세대’라 부른다. 이번 신문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수차례 나온다. ‘포기’는 지금 ‘헬조선, 지옥불반도’에 살고 있는 20대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무엇을 더 던져버리고 또 무엇을 버릴 것인가.던질 포 抛. 젊음을 던진다. 취업을 위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연애세포도 던진다. 웹드라마 ‘연애세포’에서 사람들은 연애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세포를 추출해서 은행에 맡긴다. 신선한 설정이다. 우리는 연애세포를 추출할 수도 없으
휴학 2주차다.휴학했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휴학하고 뭐 할 거야?”라고 물어온다. 그러면 자동응답기처럼 “쉬면서 토플 공부 좀 하려고”라고 답한다. ‘토플 공부’는 내 휴학의 합당한 명분이 돼주고 있다. “그냥 좀 쉬려고”라고 답하면 의아해하는 눈길이 뒤따른다.한 친구는 내게 “요즘은 휴학하는 동안 자격증 준비나 취업을 위한 활동을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맞다. 입학하면서부터 취업준비를 해나가는 상황에서 진짜 학업을 잠시 쉬기 위한 휴학은 사치일지도 모른다.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시간 중 단 4개월 남짓의 시간도 나를
모든 것은 무뎌지게 마련이다.고시원 살이도, 총여학생회의 감사 불신임 판정도, 어느 교수의 성희롱 사실도, 누군가의 죽음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지난달 18일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를 수호해야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그는 그의 투신을 우리에게 주는 충격요법이라 설명했다.그의 부고를 접하고 지난해 총장직선제를 공모제로 바꾸는 것을 논의하는 자리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총장 직선제 요소를 학칙에서 삭제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르기 위한 자리였다. 본부는 ‘재정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협박에 따른 현실
‘우리는 독자들이 찾아 볼만한 신문을 만들고 있는가?’지난 1일 창간 61주년을 맞은 .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학보 위기론’은 이제 위기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해묵은 논쟁이 되었다. 최근에는 동국대신문, 상지대신문, 서울여대학보, 삼육대신문 등 대학신문의 편집권 침해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이 질문은 곳곳에서 학보사들이 흔들리고 있는 현재 더 무게 있게 다가온다.하지만 답은 언제나 기자들 스스로에게 있다. 따라서 항상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독자들이 찾아 볼만한 신문을 만들고 있
5·18 민중항쟁이 35주년을 맞았다.1980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5·18 민중항쟁 이후 우리는 얼마나 왔을까. 그날로부터 앞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을까. 8면 기획으로 준비한 다른 대학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경북대 학생이 말했듯 교문 앞에서 ‘5·18은 북의 소행’이라는 전단을 돌리는 할아버지부터 광주에 간다고 하니 ‘왜 그런 곳에 가느냐’고 묻는 학생까지. 솔직히 필자는 한 번도 안 겪어본 생소한 광경이라 처음 답변을 받고 많이 놀랐다.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까지 5·18에 대한 온도차가 광주 안팎에서 이정도로 다를 줄은 예
뻔히 봐 놓고 답장은 안 해, 얼마나 바쁘시길래.이번 신문 곳곳엔 답을 얻지 못한 학생들의 물음으로 가득하다. ‘단과대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나요?’, ‘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모의토익) 선택제로 바꾸면 안되나요?’, ‘기숙사 통금시간에는 어디서 담배를 피워야할까요?’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물음이 아니다. 그들이 이미 뻔히 봤지만 답장을 해주지 않는 물음이다. 눈치를 살피며 ‘논의해 보겠다’는 대답과 함께 시간만 끌뿐. 본부, 단과대 행정실, 기숙사와의 밀당(밀고 당기기)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이럴 땐 꼭 ‘을(乙)의 연
취재를 위해 청계광장을 찾은 지난 3일.광화문 맞은편에서 소위 서북청년단이라 불리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거짓 선동을 당장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공교롭게도 제주의 비극이 시작된 4월 3일이었다. 그 옆을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조용히 욕을 읊조렸다. 역사에 죄를 지은 그들이 또 다른 죄를 짓고 있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에 마음이 저릿해졌다.맞은편엔 걸레쪼가리가 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더 만신창이가 된 유가족들이 있었다. 자식을 잃은 그 날 이후 줄곧 길 위에 있던
무려 2,504명의 학생이 한 자리에 모였다.학생총회가 열렸던 지난 24일 저녁, 봉지는 노란 풍선으로 가득 메워졌다. 분위기도 참 좋았다. ‘간만에 재밌는 학생총회가 되나’하는 기대도 잠시 품었다. 개회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정족수를 채우자마자 많은 학생들은 안건을 듣지도 않고 갔다.좋다. ‘동원’도 능력이다.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안건조차 듣지 않고 자리를 뜬 원인은 깊이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학생총회는 ‘성사’ 자체로 만족하기엔 너무 아까운 자리이지 않은가.학생총회가 진정한 논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회의 학내 의제 설정
지난 제주도 여행 때 대구 사람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친해진 적이 있다. 우리 둘을 보고 한 남자는 “경상도, 전라도 사람은 절대 친해질 수 없다. 겉으로는 친해도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사이의 벽을 만들어 줬었다.‘대강당 리모델링, 동아리 방 빼!’ 기사 취재 중 불현듯 그 남자가 떠올랐다. 항상 그렇듯 본부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와 불만이 있어도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학생의 모습이 수년간의 내재화를 통해 만들어진 그 남자의 고정관념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지난 인터뷰에서 곽명
‘이에 불편은 학생 몫이 됐다.’이번 개강호에 유난히 많이 등장한 문구다. 20%의 강의가 시간표모듈을 지키지 않았고, BTL 식당은 ‘적자’를 이유로 주말운영과 식권 판매를 중단했으며 2014학년도 예술대 학생회는 감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불편은 학생 몫이 됐다.학사과 관계자는 “과도기에서 오는 불편은 학생이 감당해야할 부분이다”고 답했고, 생활관 측은 “BTL은 민간 업체라 관여하기 힘들다.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감사 불응’에 따른 10% 예산 삭감에 대해 책임지고 해명해야할 2014학년도
‘나’를 지키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시험 답안지조차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교수의 성향에 맞춰 적어야한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가 원하는 답을 쓴 학생들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다.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라면. 요즘 사회는 청년들에게 스펙은 기본, 영혼까지 요구한다. 20대를 취업에 목매게 만든 사회는 ‘젊은 애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20대 개새끼론’이라는 굴레도 씌운다. 그래도 별 감흥이 없다. 당장 내 먹고살 걱정이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걱정에 진짜 나의 문제에는
고3 수능이 끝난 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시급은 5,000원. 2012년 최저임금이 4,32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시급은 센 편이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몰랐고, 노동문제나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맥도날드 사건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지난달 잘렸다. 맥도날드 측에서는 “같이 일하는 점원들이 노조활동을 불편해 한 것이지 회사의 입장이
엉망이다. 총(여)학생회의 정책공약집은 선거 5일 전인 20일에야 나왔고, 지난 2~3년간 공약을 짜깁기해 이름만 바꾼 뒤 공약이라고 내세우는 학생회 후보자부터 시작해 우리는 ‘공약이 없다’며 당당히 유세를 다니는 후보자도 있었다. 특히 정책공청회(공청회)를 준비하면서 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의 태도는 이번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을 키웠다. 정책공청회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자리였다. 공청회가 예정돼 있던 전날에서야 총학생회 입후보자를 통해 날짜가 바뀐 사실을 들은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하필이면
질린다. ‘좋은 게 좋다’는 말. 취재를 가면 간혹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기사 내기 전에 먼저 보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취재원들을 만나곤 한다. “전남대 이미지 깎아먹는 짓 그만 하라”며 당부 아닌 당부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만을 보도했을 때 그 사실을 비판 받는다면 그 일은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신문 보도 때문에 ‘괜한 욕을 먹은 것’이 아니라, ‘이미지만 깎인 일’이 아니라 ‘사실’일 뿐이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문제가 제기됐다면 이 문제가 왜 제기 됐고, 타당한 문제 제기인지, 타당한 문제 제기라면 해결 방
신문사에 가니 기자가 “멋있다”며 사진 하나를 보여줬다. 우리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가 붙여 놓은 쪽지 아래 누군가 응원을 담은 쪽지를 붙여놓은 것을 찍은 사진이었다.학내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활동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기에 놀라웠다. 성소수자 동아리라는 사실 외에는 어떤 동아리인지 알 수 없으나, 성소수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현실은 각박하다. ‘동성애 합법화’라는 반대 여론에 차별금지법은 결국 지난해 무산됐고, 취재 차 만난 성소수자는 가족들에게 마저 학대 받으며
‘몰라도 된다’는 말이 참 싫다. ‘알아서 뭐 하느냐?’는 질문도 싫다. 알아서 나쁠 건 없다. 자신이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구성원 간 소통 과정에 놓여야 할 일이 누군가의 묵인으로, 혹은 무시로 그 일과 관련된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면, 아니 ‘알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다. 소통의 의미를 모르거나, 침묵 당한 상대방을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거나.농생대 응용생물공학부의 명칭이 내년부터 변경된다. 지난 학기에 ‘다른 학과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뒤 ‘논의’를 통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 줄게요. 연기와 노래 코메디까지 다 해줄게.’가수 싸이의 노래 가사처럼 나만의 연예인이 돼, 즐겁게 해줄 이가 대학 축제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은 용봉대동풀이가 끝나면 축제를 평가했다. 2000년대의 평가 내용은 대게 비슷했다. ‘학생들의 행사 참여도 저조, 참여 부족 원인은 콘텐츠 부족’이라는 결론. 덕분에 지역 축제나 대학 축제나 비슷했던 것 같다. 대학 축제에 대학만의 특성이 왜 있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 물음 뒤에는 대학만이 가지는 특성은 무엇인지를 묻겠지. 3일 정
망각의 계절이다.‘안녕하냐’는 물음에 ‘안녕치 못하다’고 답했으나 잊었다.‘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어느새 잊혔고, ‘미안하다’는 말의 빛은 바랬다. 생각은 행동이 되지 못했고 행동이 되지 못한 생각은 망각이 됐다. 지독한 봄이 가더니 사나운 여름이 왔다. 사나운 여름의 끝자락에 섰으나 이보다 더 혹독한 겨울이 올까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유가족 도보순례단이 지난달 4일과 5일 광주를 지났다. 28일째 길 위를 걷고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그들은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땀과 비에 젖은 머리를 하고서는 걷고 또 걸었다.첫째 날 일정이
3년 전 수습기자 시절. 의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한참 떨어지던 기자는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명감도 없었고, 언론의 제1 역할인 비판과 감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독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문이란 어때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아직도 독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나 보다. 편집국장을 맡은 후 발등에 떨어진 불만 보였다. 머리를 싸매도 결과는 늘 부족했다. 한 호, 한 호 더 좋은 기획은 없을까 고민했으나 신문 ‘만들기’에 급급해 독자를 보지 못했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너무 황당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는 실종자 20명이 남아있다(지난 16일 기준). 잔인한 기다림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질 때마다 눈물만 났다. 분노가 솟았다. 그럼에도 더 화가 났던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찾아온 무기력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청해진부터 정부의 대응까지 모든 것이 잘못됐지만,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 34년 전 그날처럼, 국가가 국민을 버렸다고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