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게노’ 성격으로 타미노 연기
첫 주역 경험 발판 삼아 유학·콩쿠르 도전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지난 10월 31일과 11월 1일, 우리 대학 음악학과 제5회 정기오페라 <마술피리>가 막을 올렸다. 31일 공연에서 주역인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김민성(음악·21)씨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많은 방면으로 유(有)로 간 성장기를 경험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디션 낙방 후 뼈저린 노력
타미노 역에 1지망으로 지원해 합격한 김씨는 사실 전년도 성악과 정기연주회 오디션에서 11명 중 홀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음정이 불안정했다는 피드백은 그에게 큰 충격과 동시에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는 “혼자 떨어지니까 상심이 컸다”며 이어 “고칠 점이 많다는 걸 느끼고, 더 연습에 몰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성악을 시작한 계기도 흥미롭다. 원래 김씨의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러나 어릴 적 서천군 어린이 합창단 활동과 노래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고3 때 성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음악 교사를 꿈꿨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꼈다”며 오페라 가수로 진로를 굳혔다.
원작의 디테일과 연기의 부담감
이번 <마술피리>는 모차르트 오페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독일어 원어로 공연됐다. 김씨는 언어적인 난관에 대해 “독일어 원어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제로 모차르트가 억양과 강세에 맞춰서 음악을 쓰기도 했기 때문에, 발성과 음악의 강세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노래 외에 가장 어려움을 겪은 장면은 2막의 연기였다. 그는 “말없이 행동으로만 파미나 공주와 물불 시험을 겪는 상황을 보여줘야 했던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며 “실제로 공연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떻게 관객에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제일 걱정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 그의 성격은 발랄하고 호들갑 떠는 ‘파파게노’에 가까워 진중한 타미노 왕자 역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연출가 선생님들이 “너는 왕자다”며 “끊임없이 응원해 준 덕분에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연의 울림’이 주는 오페라의 매력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김씨는 오페라의 매력에 대해 ‘사람 본연의 울림으로 전하는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뮤지컬과 달리 오페라는 마이크가 아닌 사람의 울림으로 감정을 전달한다”며 “음악을 통해 옛 시대의 상황과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성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김씨는 ‘몸이 열정을 따라오지 못할 때’를 꼽았다. 그는 “몸이 괜찮은데 연습이 안 될 때는 연습실에 가서 될 때까지 노력한다”며 힘든 순간을 극복하는 루틴을 밝혔다.
콩쿠르 도전과 앞으로의 계획
그는 “자코모 푸치니 작곡가의 <라 보엠> 속 테너의 절정인 ‘로돌포’의 아리아를 언젠가 무대에서 불러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평소 좋아하는 테너로는 발성·연기·연출 모두 절정에 서 있는 요나스 카우프만을 꼽았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 그는 “노래에 있어서는 아직 채워갈 부분이 많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김씨는 졸업 후 독일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이다. 그는 “내년에는 콩쿠르에 도전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금 당장의 계획은 한 달 뒤인 12월 12일 금요일 예향홀에서 있을 졸업연주회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오페라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그는 “오페라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며 “조금만 마음을 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예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