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향이 짱뚱어 특유의 느끼한 맛 덜어
“시래기와 호박 향이 강렬한 게 특징”
흔히 호남 지방은 ‘맛의 고장’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예로부터 농업, 임업, 수산업이 골고루 발달된 덕분에 식량자원이 풍족했던 호남 지역 특성상 음식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발전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일상 속 식탁은 대체로 정해진 음식을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자 역시 서울에서 광주로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바쁜 대학 생활 속 김치찌개와 같은 익숙한 식단에 머무르고 만다. 이에 광주·전남만의 음식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맛의 고장’ 남도의 식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엮은이
순천에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겨울잠 들기 직전의 짱뚱어를 잡는 어부들이 많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본 짱뚱어였지만 문득 짱뚱어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순천으로 달려갔다.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는 ‘욕보할매집’에 갔다. 순천에서 제일 오래되었고 여러 방송에도 나와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식당이었다. 그런데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식당에는 나 홀로였다. 겨울잠 기간 동안 냉동짱뚱어로 요리하는지라 방문하는 손님이 줄어드는 시기였다. 11월 초에 갔던지라 순간 걱정했지만 운 좋게 남은 생물짱뚱어를 먹을 수 있었다. 짱뚱어의 첫 인상은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이게 식용 생선이 맞나 싶었다.
짱뚱어를 삶은 국물에 된장을 조금 풀고 고춧가루, 무청시래기, 애호박, 대파를 넣고 끓인 뒤에 국간장과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짱뚱어탕이 완성된다. 처음에 짱뚱어 머리 부분부터 먹었는데 머리 부분은 상당히 비렸다. 그래서 처음에 맛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먹을수록 짱뚱어 특유의 느끼한 맛 뒤로 담백한 맛과 육수 우려낼 때 나오는 매운탕의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짱뚱어 특성상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육수 속 강렬한 시래기 맛이 느끼함을 어느 정도 달래주었다. ‘욕보할매집’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희 사장은 “시래기와 호박 향이 강하게 우러나오는 게 특징이다”며 “강하고도 개운한 맛에 근처 면사무소 직원들도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별량면사무소에서 만난 ㄱ(44)씨도 “특유의 담백하고 강렬한 육수 맛에 짱뚱어탕을 먹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