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가던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평소라면 버스를 탔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걷고 싶었다. 조용한 다리를 천천히 따라 걷다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오랜만에 본 달빛이 유난히 고요하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환하게 비치는 달빛이 내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달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빠르게 달려갔다. 아르바이트에는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문득 아까 본 그 초승달이 생각나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번에 다시 달을 보게 된다면 내 마음까지 비춰주는 둥근 보름달이었으면 좋겠다.
김도현(물리교육·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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