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이하 MBTI) 검사가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고, 인기가 매우 높다. 마치 자기소개하듯이 자신의 MBTI 유형을 말하고, 상대방의 MBTI 유형을 묻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정도이다. 이러한 모습은 아마도 자신과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마음에서 나타난 현상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고, 근거 없는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인 심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누군가를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매우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MBTI 검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단지 몇 개의 척도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단정 짓는 것은 사람을 이해해보고 싶은 선한 마음을 퇴색시킬 수 있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면서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MBTI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라면 다음의 내용을 숙지하는 게 도움 될 것이다.
먼저, MBTI 검사는 외향 대 내향, 감각 대 직관, 사고 대 감정, 판단 대 인식의 4가지 독립적인 대극을 가지고 있고, MBTI 검사를 받는 사람은 두 가지의 상반되는 범주 중에 자신이 더 선호하는 것을 고르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선호하지 않는 범주라고 해서 그 범주에 속하는 성향이 결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향형이라고 해서 내향적인 성향이 결핍된 게 아니고, 내향형이라고 해서 외향적인 성향이 부족한 게 아니다. 또한 사고형이라고 해서 감정을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감정형인 사람이 논리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이 오른손과 왼손 양쪽 손을 다 쓸 수 있지만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을 먼저 사용하고, 왼손잡이는 왼손을 먼저 사용하는 것처럼 자기가 편한 쪽을 먼저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뿐이다. 따라서 두 가지 범주 중에 오직 어느 하나만을 선호한다는 오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 MBTI 검사는 본인이 자기 자신의 성격특성, 행동, 태도 등에 대해 평가를 하는 자기보고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문항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지에 따라서도 실제와 다르게 응답할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어떤 성향을 선호하는지 잘 모른다면 검사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평소에 자신의 모습에 불만이 있어서 자신과 다른 모습의 문항을 선택한다면 실제와 다른 모습으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자기보고라는 검사의 형식 때문에 MBTI 검사 결과를 자신과 상대방의 성격유형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세 번째로, MBTI 검사는 칼 융(C. G. Jung)의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하여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보다 쉽고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성격유형 지표이다. 그런데 성격을 살펴보는 검사는 국내에 MBTI 검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성격 검사로 NEO-PI-R(Neuroticism-Extraversion-Openness Personality Inventory-Revised)이 있고, 이 검사는 성격심리학의 특성 이론을 근거로 하며, 성격을 외향성, 신경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친화성, 성실성의 5가지 요인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성격심리학의 여러 이론 중에서 각각의 이론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성격검사가 측정하는 내용이 다르고, 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성격검사의 종류가 한 가지가 아님을 나타낸다. 현재 완벽한 상태에 있는 심리검사는 없다. 검사현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평가의 목적에 맞게 적절히 보완해서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검사에서 얻어진 결과들을 통합해서 해석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검사 결과를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 번째로 성격검사 결과만으로 ‘OO형이니까’라며 그 사람의 배경정보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실수를 ‘무정보 해석(blind interpretation)’이라고 부르고, 검사현장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상황적 맥락이나 기타 개인적인 정보들을 충분히 수집해서 검사 결과와 함께 신중하게 해석한다. 비록 어느 누군가의 삶의 방식이 전혀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이기가 힘들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 어느 누군가의 모습은 그 사람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선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이다. 따라서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것 외에도 그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즉,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 개인의 성격이 외향형이든 내향형이든, 성격은 좋고 나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각자의 성격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 계획하고 발전시켜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성격검사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관계를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깊이 있고 안정감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간혹 “너는 OO형이네. 나랑 안 맞겠네.”라며 상대방과 자신의 다른 점을 마치 나쁜 것처럼 여기고 거리를 두는 경우가 있다. 만약 관계의 발전 가능성을 믿지 않고,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한다면 다른 누군가와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MBTI 검사는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출판되는 심리검사 도구로써 저작권과 상표권이 등록되어 있는 표준화된 정식도구이고, 전문사용자격 교육을 받은 사람에 한해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 전문적인 도구이다. 또한 비교적 안정된 장소에서 MBTI 사용자격이 있는 전문가에 의해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충분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검사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때 사용되는 검사지, 답안지 및 검사결과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어세스타에서 출판하는 믿을 수 있는 검사지를 사용해야 한다.
검사가 실시된 후에는 MBTI 전문가에 의해 채점과 해석이 이루어지고, MBTI 전문가는 결과에 대한 내용을 해석 프로파일로 제공하고, 그에 따라 충분한 해석을 실시한다.
즉,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MBTI 검사는 정식으로 사용되는 MBTI 검사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성격유형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면 정식으로 교육받고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에게 받아보는 것을 권하고, 어떻게 받아야 되는지 궁금하다면 교내 학생생활상담센터(http://counsel.jnu.ac.kr)로 문의하는 게 도움 될 것이다.
곽희정(광주마음동행센터 상담사)
참고문헌
- 김정택, 심혜숙(2015). MBTI Form M 매뉴얼 개정판. 어세스타
- 문현지, 정태연(2019). 친밀한 관계 갈등에서 관계성장 신념이 관계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갈등상황에서의 반응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30(3), 159-180.
- 양성희(2014). 성격 검사 도구를 활용한 개인의 성격분석. 연세상담코칭연구, 1, 61-85.
- 최문희, 손미남 공역(2018). MMPI-2와 로르샤하의 통합적 해석. 박영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