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경쟁력의 확보와 지역균형발전이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고 생각된다. 기경학(機經學)의 시대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국제관계와 경제질서가 기술 경쟁력 확보 문제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기술 등 신기술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었다. 수도권 편중에서 오는 폐해 또한 너무나 크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해 주거비 상승, 교통 혼잡, 환경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반대로 지방은 거주 인프라의 낙후와 좋은 일자리의 부족,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쓰이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룬 경험이 있는가? 때로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때, 감정(emotion)은 기쁨, 슬픔처럼 우리가 이름 붙이고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반면, 정동(affect)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느끼는 강렬한 힘이다. 이유 모를 불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그런 신체적 반응말이다. 감정과 정동 개념을 통해 복잡한 마음의 메
최근 미디어나 캠퍼스에서 한국어와 다른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쓰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에 영어, 일본어가 스며들기도 하고,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모어와 한국어가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표현이 탄생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역대 누적 시청 수 1위에 오른 의 수록곡 ‘Golden’에는 중간중간에 전략적으로 배치된 한국어 가사가 눈에 띈다. 인터넷에서 K-문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유튜브 댓글에는 다른 언어와 한국어의 결합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스페인어로 쓰인 댓글에 드라
대학은 지식의 전당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위계가 진리를 짓누르고, 권위가 학문을 삼킨다. 교수의 말은 법이 되고, 대학원생의 삶은 그 법 아래서 부서진다. 대학은 이제 갑질의 온상이다. 갑질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며 오래 쌓인 습속이자 집단이 공유하는 음습한 망탈리테다.이 망탈리테의 구조는 견고하다. 직위는 곧 권력이다. 복종은 예의가 된다. 부당한 명령 앞에서 입은 닫힌다. 침묵은 생존의 몸짓이다. 그러나 그 몸짓은 동의로 이어져 폭력을 떠받친다. 권력은 그렇게 돌처럼 굳는다. 어떤 이는 그런 권력을 욕망한다. 언젠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공약이 있다. 바로 지역거점국립대 육성이다. 이번 대선 때도 후보들은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대학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통한 국가균형발전’, ‘서울대-지역거점대학 간 공동학위제’, ‘의무 학점교환제’, ‘서울대 학부 폐지’ 등의 공약이 바로 그러하다.그동안에도 지역거점국립대 육성에 대한 공약은 있어 왔다. 이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명칭의 국립대 육성 사업이 실행되었으나 그 실효성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 맞이하는 5월이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권위주의로의 퇴행과 민주주의 회복의 갈림길에서 미증유의 위기를 맞이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비상계엄 포고령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가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를 막았다.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은 국회에서 계엄군의 출동을 가로막은 시민들의 저항 덕분이었다. 12월 3일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1980년 5·18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열흘이 지났다. 그의 탄핵을 찬성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사이에서 극한의 충돌이 일어나리라고 모두 우려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흠 잡을 곳 없는 판결과 여당의 신속한 승복으로 시민사회는 일단 빠르게 안정되었다. 위법적 계엄을 막고 내란의 사회적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 우리 대학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교수, 단과대, 학과, 학생 개인이 시국 선언문을 10건 이상 발표하였다. 특히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8년 만에 성사하고, 이어
과거 반북 프레임이 한국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실용적 외교·경제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에 덧붙여 반중 정서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자생적 반응을 넘어 정치적 프레임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고 생각된다.한국사회에는 반중 정서가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배경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접국으로서 상호 협력해야 할 이유 또한 너무나 많다. 2003년 이후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각각 20% 수준을 차지하며, 1, 2위를 다투고
전남대 명품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뭣고-교학상장’이 올해로 20년째 접어들었다. 특정 비교과 프로그램이 이렇게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는 배경에는 대학인 모두가 이 프로그램의 가치와 효과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입학한 많은 신입생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기대된다. ‘이뭣고 교학상장(여수캠퍼스는 이뭣고-여수새싹)’의 목적은 신입생의 대학 생활 적응력을 향상하고 전공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신입생 4-5명, 선배도우미 1명, 전임교수 1명이 참여하여 2주 1회 간격으로 모임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이스털린 역설’은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소득 수준이 증가한다고 우리가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실제 우리의 경험과는 너무 다른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스털린 역설은 우리가 옆에 있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작을 때 불행하게 느낀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실 우리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좋은 차를 몰고 싶어서, 누군가는 가보았을 흑백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보지 못한 것이 억울해서가 아닌가? 우리가 조선시대 임금님보다 훨씬 더 맛있는 것을 먹
요즘 문해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중고등학생이 사흘을 4일로 안다거나, 수업 시간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태반이라거나, 심지어 학부모도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중고등학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의 문해력 저하도 심각하다는 기사나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역사 문해력, 시각적 문해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으며 AI 문해력, 데이터 문해력 심지어 코딩 문해력 등 디지털 문해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글 트랜드에서 문해
시장 중심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사익, 자기만족 극대화가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러나 기후 위기나 부의 양극화와 같은 문제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보면 우리가 사익 극대화를 당연시하며 우리 사회를 치유할 힘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실망할 때가 있다. 자유로운 사익 극대화와 공공선이 어떻게 조율되어야 하는지, 자유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사회과학 실험이 떠오른다. 실험 관리자가 한 사람에게 1만 원을 주면 그 사람은 1만원 중 일부를
자신은 우월하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며 타인의 필요보다 자신의 욕구가 늘 우선이다. 주위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나르시시스트 또는 자아도취형 인간이다. 도취의 성향이 강화되면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귀결될 수 있다.그들은 과도하게 거의 병적으로 자신만을 탐닉(사랑)한다. 대신 눈앞의 타인에 대해서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타인은 자신의 우월성을 비춰줄 거울이다. 아니면 욕구 충족의 수단일 뿐이다. 당연히 타인은 자신과 대등한 인격이 아니다. 이런 그들에게 공감 능력을 운운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만약 우리가 그들과 대
전남대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제22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총장선거)가 오는 25일 수요일 모바일과 개인 컴퓨터를 활용하는 직접선거로 치러진다. △교원(교수) △강사 △직원 △조교 △학생 모두의 총장선거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 제21대 총장선거에서 확인된 문제를 개선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구성원 모두가 합의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비교수 투표 반영 비율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교원선거인 100%를 기준으로 그 비율이 제21대와 비교해 △강사(2.0%→2.5%) △직원(14%→17%) △조교(3%→3.
1954년 창간 후 전남대학교와 70년을 함께한 이 지난주 창간 기념일을 맞았다. 70주년은 단순한 시간적 경과가 아니라 이 이룩한 업적과 그 속에 함축된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긴 세월 동안 은 학교생활의 중심에서 꾸준히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왔다. 학교의 다양한 활동과 이슈를 보도하고, 학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학생들에게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주었고, 교직원과 지역주민들에게는 학교생활과 관련된 소식을 전달했다. 그야말로 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작년에 우리 대학 1학년 학생이 기숙사 옥상에서 추락해 숨을 거둔 일이 있었다. 2023년이 다시 2024년에 반복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25년은 어떨까.우리나라 자살 인구는 2022년 기준 10만 명당 22.6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으며, 이는 OECD 평균인 10.6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OECD, 2023). 연령별 사망원인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22년 기준 10대, 20대 모두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 전체 사망자의 40~50%로 1위를 차지했다(통계청, 2023). 대부분의 국가에서 10대,
“이제 고마 치아라 마.” 최근 어떤 뉴스 앵커가 뉴스에 참석해 있는 부산 출신 패널에게 “이거 일본어인가?”라고 질문을 하여 비판을 받았고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말을 한 정치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말과 함께 “지역 사투리를 소중히 생각하며 잘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보존은 잘 보호하고 간수해 남기는 것을 말한다. 보존의 의미는 보전과의 차이로 알 수 있는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답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영토’는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한다고 말
포퓰리즘은 대중 영합주의 정도로 해석된다. 정치가 대중, 민의를 따라야 함은 분명함에도 포퓰리즘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단기적으로 소수 집단에 이익이 되어 표를 얻는 데 도움 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또 사회 전체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현안이 되고 있는 감세정책을 생각해 보자.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 등 감세가 실행 또는 시도되고 있다. 당장 감세의 시혜를 받을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관심한 듯싶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지닌 위상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많이 변해왔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대학은 지성, 비판, 운동, 공동체와 같은 가치들에서 취업, 개인, 경쟁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가치들이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기관으로 전환되었다. 대학문화도 빠르게 변해왔다. 권위주의적이고 때론 폭력적이기도 했던 분위기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여러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부인하기 힘든 사실 하나는 대학이 스스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장이나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취약해져왔다는 점이다.대학의 자율
2024년 새해를 맞이하는 대학인 모두에게 ‘묻고 답하는 역량의 배양’에 특별한 관심을 기대한다. 대학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교육(교수-학습)’ 분야에서 스스로 그리고 함께 질문하고 답하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3학년도 교육혁신본부 교육수요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남대학교의 수업 특성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교수들은 수업 방법에서 강의식 수업(73.2%), 발표 및 토론수업(17.1%), 연구과제(프로젝트)기반학습(2.7%), 실험실습수업(4.7%), 문제중심학습(0.8%), 예습·토론(플립러닝)(0.8%)